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왼쪽)과 나경원 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국민의힘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18일 국회에서 2차 회의를 열고 경선 제도를 의결했다. 대진표도 완성됐다. 당대표에 도전한 후보만 10명에 달했다. 5선의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4선 홍문표 의원 나경원 신상진 전 의원, 3선 윤영석 조해진 의원, 초선 김웅 김은혜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까지 다양한 정치경력의 후보들이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영남권과 비영남권의 대립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도로 영남당’ 프레임을 둘러싸고 후보들 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30대에서 60대의 나이대와 5선에서 0선의 정치경력 등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후보들이 등장하면서 ‘중진 대 신예’ 대결 구도로 펼쳐지게 됐다.
후보가 10명에 달하다보니 선관위는 예비경선(컷오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등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도 컷오프 제도가 존재했지만, 실제로 치러진 적은 없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컷오프를 통해 당대표 후보를 5명 추리기로 했다. 잠정적 컷오프 경쟁률은 2 대 1로, 두 명 중 한 명은 본경선에도 올라가지 못하게 됐다.
당초 선관위는 당대표 본경선에 올라가는 후보군을 4명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컷오프 기준을 두고 4명에서 6명 사이의 의견이 나왔고, 여러 차례 표결을 통해 5명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이를 두고 초선·원외 인사 등 조직력이 약한 후보들이 전당대회에서 본경선에 올라갈 수 있도록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히려 중진 의원들이 4명에서 5명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 캠프에 몸담은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발표된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를 보고 중진 의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 신예들의 돌풍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컷오프 진출자를 4명으로 하면 경우에 따라 주호영 전 원내대표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에 중진들이 선관위 측에 컷오프 통과 인원을 늘려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실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9%, 나경원 전 의원은 16%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7%로 뒤를 이었다. 김웅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각각 4%, 조경태 김은혜 의원은 2%씩을 나타냈다. 신상진 전 의원과 윤영석 의원은 1%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가 ‘당심’까지 반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달라진 컷오프 투표 반영비율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당초 당헌·당규상 국민의힘 예비경선 투표 반영비율은 본선과 같은 당원투표 70%, 일반시민 여론조사 30%다. 이 비율을 선관위는 당원투표 50%, 일반시민 여론조사 50%로 예비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높였다. 당심뿐 아니라 다양한 ‘민심’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이다. 다만 본경선은 당원 70% 일반 30%의 현행 비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여론조사들이 보이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 상당수 중진 후보들이 컷오프 당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에 중진 후보들은 진퇴양난 상황에 고심에 빠져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진 의원으로 본경선에도 진출하지 못하면 정치생명에 작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렇다고 출마선언을 한 마당에 이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다. 지지율이 나오지 않아 불출마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의 경우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다 출마선언을 하기 전 결국 5월 16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후보 간 지지선언 및 단일화가 이뤄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중진 의원들 간의 단일화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진 의원들은 현재 지지율이 높지 않다. 저조한 지지율을 가진 후보들이 단일화를 한다고 폭발력을 갖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단일화 효과를 보려면 세력·지역 간 결합 등 구도가 있어야 한다. 홍문표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영남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시너지가 클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청년 정치인과 초선 의원들이 여럿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조직력과 경험에 한계도 존재하는 만큼 연합·단일화를 통해 힘을 모아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웅 김은혜 이준석 후보는 5월 22일 정치카페 하우스에서 ‘0선·초선이 당대표 해도 괜찮을까요’라는 주제로의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후보 측 관계자는 “아직 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는데 단일화 논의는 섣부르다”며 “후보들 간에 이야기를 나누며 접점을 찾아가다보면 단일화가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귀띔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5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준석 김웅)이 컷오프 통과할 것으로 본다”며 “본선에 가서 서로 합쳐질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11 전당대회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가장 난감한 것은 주호영 전 원내대표일 거라고 본다. 주 전 원내대표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자신이 당대표가 될 거라고 자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대가 시작되니 나경원 전 의원은 물론,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게까지 밀리는 모양새를 보인다”며 “신예 초선 후보들이 단일화한다면 본경선에서 주호영 전 원내대표나 나경원 전 의원 등 중진들은 표가 분산되고, 신예 후보들의 표가 결집된다. 더 불리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상 외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단일화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도 있다. 앞서 정치권 관계자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은 가까운 관계다. 둘 중 한 명으로 단일화할 수 있다”며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경우 전당대회 출마로 주목도와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 모았다. 이런 자산을 전당대회가 아닌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5월 25일 서울 누리꿈스퀘어에서 예비경선 비전발표회를 갖고 26~27일 여론조사를 진행, 27일 오후 본경선 진출자 5인을 발표한다. 본경선에 진출하는 5명의 후보들은 5월 30일 광주를 시작으로 6월 2일 부산·울산·경남, 3일 대구·경북, 4일 대전·세종·충북·충남, 5일 서울·인천·경기·강원 순으로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