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건물. 사진=박정훈 기자
#공정위 칼날 LG유플러스로 향할까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일부 대리점주들이 판매량 강제 할당 등을 이유로 공정위에 고발한 사안의 결과가 조만간 나온다. 공정위 심의를 거쳐 의결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결과 발표만 남은 셈이다. 앞서 2019년 12월 대리점주들은 “LG유플러스가 약 4년간에 걸쳐 지위를 이용해 판매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강요했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거래조건을 설정·변경함으로써 불이익을 줬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를 위반했다”고 공정위에 고발했다.
50여 곳의 대리점주들은 공정위 고발과 함께 소송까지 함께 진행했다. 공정위의 판단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에서 대리점주가 승소한다면 추가 소송도 예상된다. 소송 대상인 LG유플러스 서부 영업단(충청·호남)이 관리하는 대리점이 150여 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대리점주 1인당 피해액은 수천만에서 억 원 단위로 추정된다. LG유플러스는 공정위 제재 결과를 보고서 종합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판매 목표에 미달하면 수수료 및 장려금을 차감한 것이 이번 소송의 발단이다. 대리점주들은 계약한 통신사로부터 휴대폰 기기를 공급받아 가입자 모집, 요금수납, 요금제변경, 계약 해지 등 해당 통신사 관련 업무만을 처리한다. 통신사는 그 대가로 판매장려금, 관리수수료, 각종 CS수수료 등을 대리점에 지급한다.
대리점은 신규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해 판매점과 계약해 휴대폰 기기를 공급한다. 판매점은 통신 3사 휴대폰을 모두 취급하고, 판매 마진이 많이 발생하는 통신사의 휴대폰을 개통하면서 수익을 낸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대리점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장려금을 각종 정책을 통해 차감했고, 그 재원을 판매점에 지급하며 부당하게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것이 대리점주들의 주장이다.
차감 정책은 TPS(Triple Play Service), ‘한방에Yo(휴대폰+인터넷 결합)’, 제휴카드 페널티, 고가요금제 유치 등이 있다. TPS는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인터넷TV(IPTV)의 서비스를 종합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휴대전화 판매실적 30건당 TPS 1건의 판매 목표를 설정했다. 목표에 미달하면 1건 당 20만 원의 수수료를 차감했다. 개통된 휴대폰 중 ‘한방에Yo’에 가입하지 않은 건당 1만 5000원의 수수료를 차감했다. TPS와 한방에Yo 두 실적을 연동해 차감하기도 했다. 제휴카드 미유치 건당 1만 원을 차감했다. 고가요금제 비중이 80~90%면 미유치 건당 1만 1000원씩을, 80% 미만이면 미유치 건당 2만 2000원씩을 차감했다.
해당 소송은 형사사건으로까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점주들을 대리하는 윤여창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LG유플러스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거래하는 브로커를 소개해줘서, 불법으로 고객의 개인정보를 구입하는 이른바 ‘매집’을 해서라도 TPS 판매 목표 실적을 달성하라고 점주들에게 제안했다”며 “이는 공정위 조사 범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형사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공정위 의결을 앞두고 있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홈서비스센터 대리점주들이 시위에 나선 모습. 사진=홈서비스센터 대리점주 제공
#홈서비스 대리점주들도 “갑질 당했다”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대리점주들도 본사로부터 부당행위를 당했다며 공정위 산하 기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원의 대리점분쟁조정협의회는 거래상 지위 남용 및 대리점법 위반 혐의 관련해 LG유플러스와 점주들 간 조정에 나섰다. 5월 20일 LG유플러스는 점주들과 만나서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고, 보상 형식이 아닌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만약 조정이 불성립되면 공정위 조사 착수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리점법에는 판매 목표 강제 행위, 경영 활동 간섭,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행위 등을 본사가 대리점에 요구하지 못하도록 명시돼 있다.
홈서비스센터 대리점주들은 LG유플러스가 인터넷 설치, 수리 업무 등을 맡은 대리점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밝히고선, 이에 따른 손해를 점주들에게 전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홈서비스 부문 자회사 ‘LG유플러스 홈서비스’는 올해 전체 비정규직 2600명 중 13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대리점 직원들은 2014년 설립된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소속 노조원이다.
홈서비스센터 대리점주 A 씨에 따르면 대리점 인수 당시 사측 강요로 대리점 직원 100%를 고용 승계했다. 사측은 해당 직원의 절반이 자회사 전환대상자라는 것을 계약 당시 고지하지 않았다. 문제는 대리점 직원들이 전환되면 담당하던 고객들까지 자회사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결국 관할 지역 절반인 가입자 3만 명이 자회사 권역으로 변경되면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LG유플러스와 노조 간 자회사 전환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서비스센터를 이전한 대리점주 B 씨는 “직원 100%를 고용 승계하면서 인건비 증가로 인해 32개월 운영 기간에 4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토로했다.
점주들은 “KT, SK텔레콤은 직접 고용 또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고용 형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리점의 피해에 적극적으로 해결했다”며 “LG유플러스는 50%만 자회사로 전환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점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리점의 주 업무가 유지보수, 설치, AS다. 그런데 재계약을 빌미로 신규 고객유치를 강제하고, 부여한 목표 미달성시 권역조정 또는 대리점 해지를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 다른 관계자는 “계약 해지는 사전에 점주들이 동의하고 사인한 계약서대로 진행했다. 평가결과 D등급이 3개월 연속 받으면 해지된다. 3개 대리점이 시위를 하고 있다”며 “2곳은 신규 가입을 한 달에 1~3건만 하면서 실적 미달로, 나머지 1곳은 AS 함량 미달이 계약 해지 근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상 참작을 하더라도 재계약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재계약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