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드디어 A 씨 측이 당일 행적과 각종 의혹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A 씨 측이 입을 열면서 풀린 의혹도 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의혹도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사라진 A 씨의 휴대폰을 둘러싼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주변에서 시민들이 고 손정민 씨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A 씨가 살아 돌아왔다고 말한 이유와 신발 버린 까닭
5월 17일 드디어 A 씨 측이 법무법인을 통해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A 씨의 기억과 경찰 수사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한 그날의 행적에 대한 내용과 A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 가운데 사건 자체와 크게 관련이 없거나 A 씨를 둘러싼 가짜뉴스에 대한 해명 등은 제외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위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손정민 씨의 아버지가 공개한 손 씨가 또 다른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내용을 둘러싼 의혹이다. 카톡에서 손 씨는 A 씨에게 술을 마시자는 연락을 받았다며 친구에게 “술 먹자는데 갑자기” “이런 적이 없어서” “당황함” 등의 반응을 보였고, 친구는 “웬일이노”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A 씨 측은 손 씨와의 관계를 ‘대학입학 이후 곧 친하게 된 사이’로 ‘수차례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도 함께 갔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 ‘언제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날은 A 씨가 다른 친구들과 밤 10시 정도까지 술을 마셨고 술을 더 마시고 싶어 손 씨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A 씨는 자신의 집이나 손 씨 집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손 씨가 한강공원에 가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카톡 내용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A 씨가 학업에 전념하기로 결심해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모임을 많이 줄이면서 손 씨가 A 씨와 주변 친구들에게 농담으로 “내가 알던 A는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나온 표현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A 씨의 어머니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A가 본과 들어가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기 시작했고, 여자친구도 있다 보니 밤에 친구들과 술 마시러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한 거 같다”고 말했다.
신발을 버린 경위에 대해 A 씨 측은 “신발이 낡아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A 씨 어머니가 손 씨 실종 다음날(4월 26일) 모아두었던 쓰레기들과 같이 버리게 되었다”며 “당시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 등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하였기에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포 한강공원의 손정민 씨와 친구 A 씨가 함께 술을 마신 장소로 추정되는 장소. 사진=김영원 인턴기자
#어머니들끼리의 관계
가장 기본적인 의혹 중 하나는 왜 손 씨가 사라진 시각 그의 부모에게 바로 연락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A 씨 부모가 직접 한강공원으로 갔느냐다. 이에 대해 A 씨 측은 △어머니들끼리는 친분이 있지만 새벽에 전화하기는 어려운 사이다 △A 씨와 손 씨가 술을 마신 한강공원의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둘이 함께 술을 마시다 손 씨를 방치하고 혼자 귀가한 게 무책임하게 보일까 걱정됐다 △별 일 아닌데 새벽부터 전화해 놀라게 하는 게 결례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정민 씨의 어머니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데 늦은 밤이라고 전화 못 할 사이가 아니다”라며 “새벽이라도 아이 전화를 받았으면 전화를 백 번은 하고도 남을 사이다. 너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들이 뛰어갈 정도로 이상한 상황이라면 저한테 전화하면서 나오는 것이 정상”이라며 “자기들끼리 와서 20~30분 동안 뭘 했을까. 그 후에 우리한테 전화했다는 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동안 손 씨의 아버지가 제기한 의혹과 비슷한 내용으로 이 부분은 A 씨 측의 입장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도돌이표다.
그 이후 행보에 대해 A 씨 측은 한강공원에서 손 씨를 찾지 못하게 되자 귀가했을 수도 있어 A 씨가 가지고 있던 손 씨 휴대폰으로 손 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손 씨 부모가 한강공원으로 왔고 A 씨는 손 씨 어머니를 만나 휴대폰을 건넨다. 이후 오전 6시 3분쯤 손 씨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했고 우리가 찾고 있으니 집에 돌아가라고 해서 귀가했다고 밝혔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는 이 대목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6시 3분쯤 아내가 A 씨 어머니에게 귀가하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포나들목 부근 CCTV 영상을 보면 이미 5시 54분쯤 A 씨 가족이 이미 한강공원을 빠져나가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사라진 A 씨 휴대폰의 전원과 손 씨 휴대폰의 데이터 사용 내역
사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핵심 증거는 뒤바뀐 뒤 사라진 A 씨의 휴대폰이다. 경찰 역시 이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A 씨 측 입장 발표 이후 휴대폰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오히려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7시까지 켜져 있던 것으로 알려진 A 씨 휴대폰 전원이 4시 27분 즈음 꺼져 있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A 씨 측은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4시 27분쯤 아들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전원이 꺼져 있다는 소리가 나왔고, 이 시점부터 A 씨의 부모는 A 씨의 휴대폰이 계속 꺼져 있는 것으로 판단해 다시 전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이 바뀐 상황에 대해서는 “A 씨는 손 씨의 휴대폰을 왜 소지하고 있었는지 모르고 사용한 기억도 없다. 블루투스 이어폰도 잃어버렸는데, 그 경위 또한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신이 발견되기 전에도 사라진 A 씨의 휴대폰에 의혹이 집중됐다. 당시 손 씨의 아버지는 “친구 폰을 아들이 갖고 있을까봐 전화를 시도한 게 6시쯤인가 보다. 계속 안 받다가 7시쯤 전원이 꺼져 있다고 바뀌고 위치추적 결과 마지막 위치가 강 건너 강북이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실종 초기 수색 구간이 반포 한강공원이 아닌 잠수교를 건너 강북 지역이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비록 마지막 추적 위치가 강북으로 나왔지만 반포한강공원에 있어도 위치추적 결과가 강북으로 나오기도 해 큰 의미가 없다.
만약 손 씨가 취중에 뒤바뀐 A 씨 휴대폰을 갖고 있었다면 전원이 꺼져 있던 오전 7시 무렵까지는 손 씨가 한강에 빠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부검 결과 손 씨의 사망추정시간은 음주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인데 오전 7시면 시간이 너무 벌어진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불상의 남성이 4시 40분 무렵 한강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과도 시간대가 일치하지 않는다. 만약 손 씨가 사망 당시 A 씨의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별도의 장소에 A 씨 휴대폰이 방치돼 있다가 방전돼 전원이 꺼졌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대적인 수색을 통해 발견됐어야 하지만 아직 그렇지 않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주변에서 한강경찰대가 고 손정민 씨 친구 A 씨의 휴대폰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그런데 A 씨의 부모는 입장문을 통해 이미 새벽 4시 27분쯤 A 씨의 휴대폰 전원이 꺼져 있었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오전 6시~7시 사이 A 씨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던 손 씨 아버지의 주장과 상반된 대목이다.
손 씨 부모와 A 씨 부모의 얘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4시 27분 이후 누군가 A 씨 휴대폰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켰다고 볼 수도 있다. 4시 27분이면 한강공원을 지나던 일행이 홀로 자고 있는 A 씨를 깨워 준 4시 20분 직후로 A 씨가 홀로 귀가하고 있던 시점이다. 또한 새로운 목격자들이 불상의 남자가 한강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4시 40분 이전이다.
한편 손 씨 어머니는 사라진 A 씨의 휴대폰에 대해 “한강에 버리거나 잃어버렸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진을 보면 그렇게 야무지게 자기 짐 다 싸고 갈 준비를 한 아이가 자기 휴대폰을 잃어버릴까. 3시 반에 자기 부모한테 전화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손 씨 아버지도 A 씨 측의 입장 발표가 있은 뒤 손 씨 휴대폰 데이터 사용 내역을 공개하며 “새벽 5시 35분까지도 인터넷 접속과 채팅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우리가 전달받는 순간 딱 끊기고 제가 아내에게 받아서 열어 본 11시 넘어서 재개된다”고 밝혔다.
#‘골든’의 의미 두고 불거지는 의혹들
이 대목에서 손 씨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에 나오는 ‘골든’ 관련 발언이 눈길을 끈다. 손 씨의 아버지는 해당 영상에서 A 씨가 손 씨에게 큰절을 하자 “골든 건은 네가 잘못했어. 솔직히”라고 말했다고 밝혔고, A 씨 측은 입장문에서 “솔직히 골든 건은 봐주자” 라고 말하고 A 씨가 “골든 건은 어쩔 수 없어”라고 대답했다며 당시 ‘네가 잘못했어’ 등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A 씨 측은 이 대화의 의미를 A 씨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며 평소 두 사람이 가수 골든을 좋아해 관련 대화를 많이 나눴으며 해당 영상 전후 대화 내용을 놓고 봐도 가수 골든에 대한 이야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도 가수 관련 대화로 특이사항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일부 유튜버를 중심으로 ‘골든’이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온라인 게임과 관련된 용어라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손 씨 아버지가 새벽 5시 35분까지 손 씨 휴대폰이 인터넷 접속과 채팅 등으로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며 휴대폰 데이터 사용 내역을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온라인 게임 접속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그렇지만 손 씨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경찰이 이미 골든의 의미를 가수로 결론 내린 만큼 큰 의미 없는 의혹 제기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