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아프리카 등 인터넷 실시간 방송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BJ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거래하는 모습을 통해 이득을 볼 때 짜릿함을, 잃을 때 안타까움을 생중계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암호화폐 열풍과 맞물려 이런 BJ 가운데에는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도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방송에서 암호화폐 매매로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던 C 씨. 그는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6월이 선고됐다. 사진=제보자 A 씨 제공
그런데 이런 채널 가운데 투자를 권유하고 결국 사기까지 이어지는 BJ가 나오고 있어 시청자들의 주의를 필요로 한다. 2018년 12월 피해자 A 씨는 아프리카에서 암호화폐 방송을 하던 BJ C 씨에게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봤다. A 씨는 2018년 암호화폐 광풍을 겪으면서 수중에 가진 돈을 거의 다 잃었다고 한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암호화폐 전문가 방송을 통해 피해를 복구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고 우연한 계기로 C 씨 방송을 보게 됐다.
1심 판결문과 피해자들 말을 종합해보면 C 씨 사기 수법은 다음과 같다. C 씨는 시청자들에게 “비트코인 1500개(당시 가격 약 200억 원)가 있다”며 자신이 엄청난 부자라고 자랑했다. 또한 고가의 외제 차, 화려한 집과 거액의 관리비 영수증 등을 공개하면서 비트코인 투자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C 씨는 이렇게 인지도를 쌓아가면서 비트코인 투자로 큰 손실을 본 시청자들에게 개별적인 접촉을 시작했다. 그는 “나는 자본금이 많다. 1500개 비트코인이 있다. 자본금이 없으면 지속해서 손실만 본다. 나에게 맡기면 수수료를 떼고 수익을 주겠다”고 했다. 암호화폐 투자로 큰 손실을 본 시청자들은 이 말을 믿고 돈을 맡겼다. B 씨는 부모님 집 전세금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서 C 씨에게 맡기기도 했다.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1비트코인을 투자하면 월 2비트코인 수익이 발생한다’고 거짓말했다. 화려한 삶과 슈퍼카 등을 자랑하는 모습에 속아 피해자들은 돈을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C 씨에게는 그가 늘 말하던 1500개 비트코인이 없었다. 그의 화려한 삶은 시청자들이 투자한 돈으로 꾸며진 생활이었다. C 씨는 투자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앞서의 다른 투자자들에게 상환하거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2019년이 5월쯤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C 씨가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사기인 것 같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때 C 씨를 오프라인에서 만난 한 시청자는 ‘슈퍼카가 진짜로 있는 것 맞냐. 한 번 보여달라’고 하자 C 씨가 ‘나를 의심하는 거냐’며 화를 냈다. C 씨는 ‘주차장이 멀어서 못 보여준다’면서 의심했던 시청자를 강퇴시켰다.
이렇게 C 씨는 시청자들에게 ‘불려주겠다’면서 돈이나 암호화폐를 받아 피해자를 양산했다. A 씨는 “C 씨가 운영하던 단체 채팅방은 대략 50명 정도 있었고, 방송은 100명에서 300명 사이였다”고 말했다.
결국 이상한 낌새를 느낀 시청자들의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계속됐다. C 씨도 처음에는 “매달 20일에 신청하면 25일에 지급된다”고 둘러대다 나중에는 돈을 투자한 시청자를 차단하고 아예 대답도 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그렇게 A 씨를 시작으로 시청자들의 고소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C 씨는 이들을 강퇴하거나 검증된 시청자만 받을 수 있는 비밀방으로 방송을 이어가기도 했다.
C 씨는 늘 ‘1500 비트코인이 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사진=제보자 A 씨 제공
C 씨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 학부모 D 씨에게 접근했다. 2019년 10월 C 씨는 “11월 신규 이벤트가 있어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이다. 투자하면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는데 신규자는 들어오기 어렵다. 나에게 맡기면 대리매매를 해서 수익을 벌어주겠다”고 권유했다. 당시 C 씨는 고소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피해 금액이 쌓여 원금조차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D 씨는 C 씨에게 5000만 원을 맡기게 된다.
2019년 11월 C 씨는 D 씨에게 연락해 “아이 병원비를 내야 하는데 비트코인 전산 문제로 출금을 못하고 있다”면서 신용카드를 빌려줄 것을 부탁했다. D 씨는 신용카드를 빌려줬고 C 씨는 이 돈으로 약 200만 원어치를 결제했다.
2020년 1월 C 씨는 A 씨 등이 고소한 사건의 경찰조사 단계서 BJ 계정을 영구 삭제하고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한 뒤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는 등 도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경찰 조사에도 출석하지 않아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결국 C 씨는 A 씨 등이 고소한 사건으로 기소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C 씨는 개인방송을 통해 마치 자신이 암호화폐 투자로 성공한 재력가처럼 과시하고, 암호화폐 투자로 손실을 봤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에게 개인 메신저로 접근해 투자금을 맡기면 손실을 만회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돈이나 가상화폐를 지급받았다”면서 “하지만 피해자들이 정산이나 원금 반환을 요구하면 ‘아직 정산일이 아니다’, ‘경찰이 계정을 압류해서 확인 및 출금이 안 된다’라고 했다가 결국 수사가 개시되자 ‘암호화폐 매매를 하다 전액 손실이 나서 지급할 돈이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범행 전후 정황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많으며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C 씨에게는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C 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C 씨는 항소했다. 피해자들은 “C 씨가 그 돈을 금세 다 쓰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암호화폐를 어디다 숨겨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은 “그때 받아간 암호화폐를 지금 가격으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C 씨가 받아간 돈을 돌려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며 절망감을 보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