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 씨가 결혼 8개월 만에 합의 이혼을 했다. 서민정 씨와 홍정환 씨의 약혼식이 지난해 6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가운데 서민정 씨가 손님들을 배웅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5월 21일 재계에 따르면 서민정 씨와 홍정환 씨는 결혼 8개월 만에 합의 이혼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이혼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두 사람이 신중한 고민 끝에 결혼 생활을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며 “서로 응원하면서 좋은 관계로 남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경배 회장은 올해 2월 홍정환 씨에게 증여한 주식 10만 주를 약 4개월 만에 회수했다. 10만 주의 주식 가치는 당시 종가 6만 3200원 기준으로 63억 2000만 원에 해당된다. 재벌가에서나 가능한 서 회장의 통 큰 증여는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춘 ‘결혼 선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번 증여 회수로 보통주 기준 서경배 회장의 지분율은 53.66%에서 53.78%로 늘었다. 홍정환 씨의 지분은 보통주 기준 0.12%에서 0%가 됐다. 이번 이혼 결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홍 씨와 아모레퍼시픽의 연결고리는 모두 정리된 셈이다.
서민정 씨와 홍정환 씨의 결혼은 속전속결이었다. 서 씨와 홍 씨는 지난해 초 지인 소개로 만나 교제 약 3개월 만인 그해 6월 27일 약혼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인 지난해 10월 19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양가 직계가족과 친구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최근 재벌가의 결혼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둘의 인연과 결혼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범삼성가인 보광그룹과 범롯데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사돈지간이 된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홍정환 씨의 부친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은 고 홍진기 보광그룹 창업주이자 전 중앙일보 회장의 아들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삼성가 이재용·부진·서현 삼남매와 고종사촌 관계인 셈이다.
서민정 씨는 농심 창업주 고 신춘호 회장의 외손녀다. 즉 부친인 서경배 회장의 부인은 신춘호 회장 막내딸인 신윤경 씨다.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으로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의 작은아버지다. 둘의 만남으로 아모레퍼시픽과 보광창업투자, 삼성, 조선일보, 농심, 롯데그룹까지 혼맥으로 이어졌다.
화려한 혼맥만큼 지난해 6월 2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약혼식 때 홍라희 전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장남인 홍정도 중앙일보 발행인, 홍석조 BGF그룹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등이 참석하면서 많은 시선이 쏠렸다.
두 사람의 결혼이 큰 파장을 불러온 만큼, 이혼 역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서민정 씨와 홍정환 씨와 지난 3월 외할아버지이자 농심 창업주인 고 신춘호 회장 빈소를 함께 지키는 등 불과 2개월 전에도 별다른 낌새를 드러내지 않아 이번 이혼 소식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서민정 씨는 1991년생으로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했다.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오산공장에서 일하다 그해 6월 퇴사하고, 중국 장강상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중국 2위 전자상거래기업 징동닷컴에서 일했다.
2019년 10월 아모레퍼시픽에 재입사, 뷰티영업전략팀 과장으로 일하다 올해 2월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 그룹전략실로 보직을 이동했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민정 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53.78%)에 이어 2대 주주다. 에뛰드(19.5%), 에스쁘아(19.52%), 이니스프리(18.18%) 등 비상장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경영 승계 후보 1위로 꼽힌다. 외가인 농심그룹 지주사 농심홀딩스 지분(0.30%)도 있다.
홍정환 씨는 1985년생으로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 심사를 총괄하고 있다. 보광창업투자는 1989년 6월 19일에 중소기업창업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창업투자회사다. 홍정환 씨는 지주사 BGF(0.52%), BGF리테일(1.56%) 등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편 결혼 당시만 해도 재계는 아모레가 범삼성가와 인연을 맺은 만큼 향후 사업적 시너지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8개월 만의 이혼으로 인연이 끊기면서 양가를 연계한 협력 등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결혼으로 두 집안이 사업적으로 묶이기 쉽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삼성 이재용과 대상 임세령의 결혼”이라면서 “실제로 재벌 집안끼리 결혼을 한다고 해도 사업적으로 연관이 된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 아모레와 보광창투의 경우도 양사의 사업 면에서는 큰 타격이 있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재벌가의 결혼 과정과 이혼의 배경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서 씨와 홍 씨의 이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둘의 이혼은 급작스러운 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