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필터로 과도하게 수정하거나 매력도를 변화시켜도 뇌의 활동은 동일했다. 사진=오사카대학 나카노 교수팀
나카노 교수팀이 얼굴과 뇌의 연관성에 주목한 이유는 인간만이 표정이나 눈의 움직임 등을 통해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 가령, 얼굴에 나타나는 정보로 상대방의 생각을 캐치하거나 거짓을 읽어내기도 한다. 요컨대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얼굴을 인식하는 뇌의 영역이 발달됐다”고 할 수 있다.
인식 능력은 자신의 얼굴을 볼 때도 발휘된다. 일례로 얼굴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 단체 사진에서도 유독 내 얼굴은 한눈에 찾을 수 있는 이유가 뭘까. 나카노 교수팀은 “이러한 반응을 낳는 뇌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험 참가자는 시력과 신경학적 문제가 없는 22명을 대상으로 했다. 무의식중 자신과 타인의 얼굴 사진을 봤을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fMRI)’을 통해 분석했다. 감각이라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자극을 주는 ‘서브리미널 기법’을 적용해 순식간(0.025초)에 지나가는 사진을 차례차례 보여줬다.
그 결과, 모든 참가자가 다른 사람의 얼굴보다 자신의 얼굴을 잘 인식했다. 특히 “자신의 얼굴을 볼 땐 뇌의 도파민 보상 경로가 크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파민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반면, 타인의 얼굴을 볼 땐 편도체가 활성화됐는데, 이는 불안과 공포를 관장하는 뇌 부위다.
나카노 교수는 “연구를 통해 뇌의 도파민 보상 경로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인식하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뇌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더 읽으려고 활동력을 높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이 잠재적으로 자기애가 강한 동물이라는 걸 나타내는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얼굴을 보면 활성화되는 뇌 위치. 사진=오사카대학 나카노 교수팀
그렇다면 만족스럽지 않은 얼굴이라도 의욕이 샘솟을까. 이에 대해 나카노 교수는 “의식적으로 그러한 사진, 얼굴을 봤을 땐 부끄러움이나 유감스러운 기분 등 마이너스 감정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럴 경우 도파민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봤을 땐 아름다움과 추함에 관계없이 도파민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실험에서 필터로 얼굴을 과도하게 수정하거나 매력도를 반감시켜도 각 얼굴의 특징이 유지되는 한 뇌의 활성화 결과는 동일했다.
나카노 교수는 “서브리미널(아주 짧은 시간)의 제시라면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무의식중 자신의 얼굴 정보가 들어오면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도파민이 자동 활성화돼 주의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울에 얼굴이 비치면 힐끔 시선이 가기 마련. 이는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가 되어서다. 나카노 교수는 “이번 결과를 응용해 PC 화면에 단시간 자신의 얼굴을 표시하는 등 자연스럽게 의욕을 끌어올리는 활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