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고려 초부터 궁궐에서 관리하는 땅이 많아 궁들이라 불렸던 궁평리에 위치한 궁평항은 화성 8경으로 꼽히는 궁평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언택트 시대에 떠오른 여행 트렌드인 차로 떠나는 피크닉, 일명 차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성지가 된 궁평항. 아름다운 풍경을 나만의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차크닉의 매력을 느끼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깅(줍다+조깅) 하는 사람들의 선한 여행을 함께해 본다.
우리나라의 간척사업은 대부분 농경지 조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배수가 양호한 서해안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화성에도 1974년 남양만을 막은 남양방조제. 1994년 시화방조제. 2002년 화성방조제가 건설됐다.
그 중 매향리와 궁평리 사이를 연결하는 화성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자연스레 습지가 조성됐는데 7301헥타르에 달하는 이곳은 철새들이 먹이를 구하고 머물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춰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알락꼬리마도요를 비롯한 약 15만 마리 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됐다. 배우 김영철은 자연이 숨 쉬는 화성습지를 찾아가 철새를 탐조해보고 새의 모습을 비단 위에 세밀화로 기록하는 동양화작가 가족을 만난다.
본래 바닷물이 드나들던 곳으로 강처럼 하얀 모래가 쌓였다고 해서 사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강시장. 1994년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인근 바다가 육지화 됐지만 지금까지도 어시장과 횟집거리는 성행 중이다. 대규모 간척 사업 이전 화성시 일대 갯벌에서 잡히던 맛조개는 특유의 감칠맛을 자랑하며 ‘맛의 황제’라 불렸다고. 그래서인지 맛조개를 이용한 고추장찌개가 이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25년 전통을 가진 횟집. 고향이 화성 바닷가인 사장님과 강원도 산골출신 남편이 끓이는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조개찌개를 맛본다.
한국전쟁 이후 철원지역 피난민들이 등짐으로 흙과 돌을 날라 남양만 바다에 880m 제방을 쌓고 염전을 만들었다. 서신면 매화리에 위치한 공생염전. 삶의 터전을 개척하면서 함께 만든 소금을 공평하게 나누며 잘살아 보자는 실향민들의 다짐을 담은 이름이라고. 공생염전 1세대 피난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소금밭을 50년 넘게 지켜오고 있는 2세대 염부의 뜨거운 삶을 엿본다.
맥간공예는 보릿대를 얇게 펴서 도안에 맞게 잘라 붙이고 그 위에 칠을 입히는 예술기법이다. 금박과 비슷하게 고급스러운 색채를 내며 결과 방향에 따라 제각각의 빛이 나는 보릿대. 고려시대 이후 서민들이 베갯모에 보릿대로 모자이크식 무늬를 넣고 매난국죽의 사군자를 보릿대로 만들어 혼수를 해가기도 했다. 사라져가는 맥간공예에 칠을 더해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휴양지에서나 볼 수 있던 야자수를 화성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궁평항에 자리한 박재천 사장님의 야자수 카페가 그곳. 1000평이 넘는 규모의 온실 내부로 들어서면 50년 넘은 야자수 800그루에 더해 돌하르방, 귤나무, 동백나무까지 육지에서 제주도 감성을 즐길 수 있어 특별한 곳이다.
경험도 없이 시작해 야자수 카페로 자리 잡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제주도를 화성으로 옮겨온 박재천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겨울 화성을 찾아 만난 매향리. 50여 년간 이어진 미군의 폭격 훈련으로 고통 받은 곳이다. 사격장이 폐쇄된 지 16년. 마을 사람들은 7만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며 화약 냄새가 아닌 매화 향기 나는 마을로 변화시켰다. 매향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평화를 되찾은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바라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