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그룹 가운데 KB·하나·우리금융지주 세 곳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등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서울 빗썸 강남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자 검증 작업에 사실상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한 신한(코빗), NH농협(빗썸, 코인원) 등도 자금세탁방지 조직과 체계 보완을 요구하며 면밀한 검증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유예 기간이 끝나는 9월 말까지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거래소의 신청을 받지 않거나 까다로운 내부 기준을 적용해 사실상 실명계좌 발급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금융지주가 실명계좌 발급을 거부하는 배경에는 은행의 ‘검증’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위험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면 계좌 확보, 수수료 등의 이익보다는 자금세탁·해킹 등 금융사고 위험 부담이 훨씬 더 크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암호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인식도 금융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22일 암호화폐 투기 열풍과 관련 “있지도 않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가상자산을 어떻게, 누가 공시하겠느냐”며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