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 연구를 위한 용역 사업자를 모집한다고 밝히고 향후 실험 계획을 공개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한국은행이 24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를 위한 용역 사업자를 모집한다고 밝히고, 향후 실험 계획을 공개했다.
CBDC란 실제 화폐(현금)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민간이 발행하고 보증기관이 없어 무정부주의적인 성격을 지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다르다. 중앙은행이 현금과 교환을 보증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는 법정화폐로, 유통가치가 정해져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공개한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스웨덴은 현재 CBDC의 시범운영과 가상환경 테스트를 진행하는 단계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거나 기술 실험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CBDC가 보편화할 경우 비용 절감과 효율성 등을 내세우는 민간 가상화폐가 무력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한은은 2가지 단계로 진행되는 이번 모의실험을 통해 CBDC의 발행·유통·환수 등 기본 기능과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예술품 구매 등 관련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한은이 CBDC 제조·발행·환수 업무를 담당하고 민간이 이를 유통하는 방식을 가정해 실험이 진행된다. 우선은 한국의 민간 사업자를 대상으로 모의실험을 한 후 추후엔 다른 국가 시스템과 연동하거나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와의 연계도 실험할 예정이다.
사업기간은 오는 8월부터 10개월 이내, 사업예산은 49억 6000만 원 이내다. 입찰방식은 일반경쟁(총액)입찰로 기술 평가와 협상을 거쳐 사업자가 선정된다. 한은은 7월까지 연구용역 사업자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8월부터 모의실험을 시작할 방침이다. 모집 마감 시간은 앞으로 5일 뒤에 진행되는 본 공고를 통해 공개된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2월 CBDC 관련된 기술적, 법적 필요사항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지난 3월 CBDC 모의실험 관련 컨설팅을 통해 시스템 구조 설계와 실행계획 수립을 마쳤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플러스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 LG CNS 등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이번 모의실험에 대한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선정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CBDC가 상용화될 경우, 정부가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번 모의실험에 참여한 사업자가 수주 경쟁에 유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이번 모의실험을 통해 CBDC의 동작을 확인하고 추가로 어떤 기술적 검증이 필요한지 향후에도 실험을 이어갈 예정”이라면서도, 실제 발행 여부에 대해선 “이번 실험은 CBDC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팀장은 또, “지급결제환경이 변화하면서 향후 현금 이용비중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이 되면 CBDC가 도입될 수 있겠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도입과 관련된 충분한 확신이 들 때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