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일부 대리점이 외국인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가 지원금을 주는 불법 마케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5월 들어 일선 통신 유통망에는 ‘소매 외유내강 정책’이라는 문건이 퍼졌다. 이 문건은 SK텔레콤용으로, 외국인 가입자를 유치한 실적에 따라 추가로 보상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소매 매장의 월 외국인 신규 가입자가 10건을 넘으면 40만 원의 보상을 지급하고, 150건이 넘으면 최대 금액인 750만 원을 준다.
이들은 보상으로 받는 지원금으로 외국인 가입자에게 10만 원가량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이 내국인과 같은 스마트폰을 사더라도 10만 원가량 덜 부담하는 것이다.
외국인 가입자에게만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 현행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르면 이동통신사가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대리점을 상대로 강요하거나 유도하는 등 행위를 금지한다. 불법 추가 보조금은 외국인이 밀집한 서울 구로구 대림동, 용산구 이태원동, 경기 수원시 등의 매장에서 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이 같은 행위는 최근 가입자 유치면에서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SK텔레콤이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 적고 모니터링이 소홀한 외국인 가입자 공략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SK텔레콤의 번호이동 가입자는 전월인 3월보다 14.2% 감소한 9만 4673명에 그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알뜰폰 실적에서도 SK텔레콤 가입자는 감소세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가입자가 전월 대비 3만 6000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 알뜰폰 가입자는 각각 40만 명, 9만 명가량 증가했다.
SK텔레콤은 해당 보조금 지급이 본사 주도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외국인 응대를 맡을 직원에 대한 일부 유통망의 채용 정책으로, 고객 대상의 지원금이 아니다”라며 “본사 차원의 정책은 아니지만, 불·편법 행위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통망 모니터링을 통해 엄격하게 차단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