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쟁조정위 결정…투자성향 임의작성·고위험상품 설명누락 등 책임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손실 2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각각 60, 64%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에 가입한 A법인이 64%,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에 가입한 B씨(일반투자자)가 60%다.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40~80%의 배상 비율 내에서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장하성 주중 대사의 동생인 장하원 대표가 설립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다. 일부 펀드(설정 원본 기준 2562억 원)가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의 법정관리 등으로 환매 연기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투자 피해로 이어졌다.
주요 판매사는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 원 규모와 3180억 원 규모로 판매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글로벌채권펀드와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의 미상환 잔액은 605억 원과 156억 원이다. 미상환 계좌는 총 269계좌다. 이 기간 분쟁 조정 신청은 96건이 접수됐고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판매한 펀드의 미상환액 총 761억 원, 269계좌에 대해 45건의 분쟁을 접수하고 우선 조정에 나섰다.
분조위는 기업은행이 상품선정과 판매과정의 부실, 공동판매제도에 대한 내부통제 미흡 등으로 고액의 다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비율 산정기준을 보면, 금감원은 직원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기본비율 30%를 적용했다. 여기에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을 감암해 글로벌채권펀드는 20%,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는 15%를 각각 가산키로 했다. 판매사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적으로 60~64% 비율을 산정했다.
분조위는 손실이 확정된 투자상품을 대상으로 분쟁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금감원은 피해자의 빠른 구제를 위해 은행이 동의하는 경우 '사후정산' 방식의 분쟁조정을 추진해 왔다. '사후정산' 방식이란 펀드 가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전체 금액을 100% 손해액으로 보고 배상비율을 적용해 우선 배상받은 뒤, 추후 펀드의 손실이 확정되면 손실액을 제외한 잔액을 펀드 가입자에게 돌려줄 때 우선 배상한 금액을 제외하고 지급하는 방식이다.
분조위 배상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양측 모두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효력을 갖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정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환매 연기로 미상환된 761억원(269계좌)에 대한 피해 구제가 일단락될 것"이라며 "기업은행이 아닌 다른 판매사(은행 2곳·증권사 9곳)는 검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고 이번 배상 기준을 참고해 순차적으로 분쟁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판매사의 미상환 잔액은 1800억 원이 넘는다.
분조위는 기업은행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투자 피해자들이 주장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만 “향후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취소 등으로 재조정이 가능함을 조정 결정문에 명시했다”고 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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