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값·운반비 상승 속 글로벌 생산라인 빈약…넥센타이어 “해외공장 추가 투자 검토 중”
게다가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관세 우려가 불거졌다. 지난해 말 미국 상무부는 한국 대만 태국 등에서 생산하는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승용차, 경트럭 타이어를 생산비보다 낮게 판매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14.24%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최종 결정은 오는 7월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넥센타이어가 사업 전략을 새로 짜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한다. 더딘 현지화 탓에 환율, 원재료 가격, 운반비 등 위험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 10년이 다 됐지만 제대로 진행 중인 신사업이 없어 사업 다각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강호찬 넥센타이어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때라고 평가한다. 강 부회장은 2016년 넥센타이어 대표이사에 올랐지만 부친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도 넥센타이어 사내이사인 탓에 경영권을 확고히 갖췄는지 물음표가 붙고 있다.
#올해 내내 가시밭길 예고
넥센타이어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459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938억 원으로 늘어 증권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48% 감소한 132억 원에 그쳤다. 최소 2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본 증권가의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이다.
넥센타이어가 향후 부과될 관세를 선제적으로 비용에 반영한 것은 아니다. 즉 고무 가격 상승과 운반비 상승만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것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구매 후 생산 투입에 따른 원가 반영이 약 4~5개월 걸린다”며 “천연고무·합성고무 가격이 연초 대비 20%가량 올랐기 때문에 올해 영업환경은 계속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도 지난 5월 20일 보고서를 통해 “운임 상승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원재료 투입단가 상승, 더딘 국내 공장 회복 여파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예상 영업이익 추정치를 1171억 원에서 1080억 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넥센타이어의 국내 공장 위주 운영 방침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한다. 넥센타이어는 양산과 창녕, 중국 칭다오, 체코 자테츠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자테츠공장은 2019년에야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고, 칭다오공장의 생산 능력도 국내 공장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넥센타이어는 약 150개 국가에 수출되는 등 해외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도 제때 글로벌 생산라인을 구축하지 않아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넥센타이어의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은 6058억 2600만 원, 국내 매출은 859억 9800만 원이다.
넥센타이어는 그간 타이어 외길만으로 상당한 성과를 냈다. 2003년 2000억 원대였던 매출이 2012년 1조 7000억 원대까지 늘었다. 이 과정에서 프로야구 메인 스폰서(넥센 히어로즈)를 통한 마케팅 등이 절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해외 매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현지화 전략을 게을리 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타이어업계 한 관계자는 “넥센타이어는 내수 시장이 정체되기 시작한 2015년께 렌털(대여) 사업에 진출하는 등 전반적으로 잘 대응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해외시장 공략을 잘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타이어업계 다른 관계자는 “넥센타이어는 노조의 무분규로 유명한데 돌려 말하면 그만큼 노조와 마찰을 빚을 만큼의 공격적 경영을 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완전히 끝나지 않은 승계
현재 넥센타이어의 경영권은 창업주인 강병중 회장이 쥐고 있다. 대표이사직은 아들 강호찬 부회장에게 넘겼지만 사내이사직은 아직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공시한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보면 강 회장의 지난해 이사회 출석률은 91.7%다. 강호찬 부회장 입장에서 아직은 아버지 강병중 회장의 입김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강 부회장이 지주회사 (주)넥센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임에도 그룹 총수는 강병중 회장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강호찬 부회장은 아직 뚜렷한 경영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강 부회장은 2009년 처음 대표이사에 올랐다가 이듬해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고, 2016년에야 다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가 부회장에 오른 2019년의 넥센타이어 실적은 좋았지만 이후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강 부회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2022년 2월 17일까지다.
타이어 업계에서는 넥센타이어가 강 부회장 주도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당장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자테츠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체코는 유럽 자동차 생산의 허브일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과 접근성이 높아 수출 기지로도 뛰어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넥센타이어 체코 법인은 지난해 매출 3078억 원, 순손실 588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변종 코로나19 발생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에 따른 유럽 완성차 메이커들의 가동률 하락으로 실적 상승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유럽에 총 1조 2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넥센타이어는 현재까지 자테츠공장에 6215억 원을 투자했고, 2023년 6월까지 추가로 5785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넥센타이어는 보수적인 기업 특성상 매출 부진, 반덤핑 관세 납부 목적 등으로 당분간은 비용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강 부회장 주도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체코법인 정상화를 이뤄낸다면 강 부회장의 기업 지배력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자테츠공장의 경우) 초기에는 고정비가 들어가기에 체코법인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설비들이 안정화가 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추가 투자에 대해서는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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