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미국 반덤핑 관세 빌미 국내 공장 이익 축소” 반대…광주공장 매각·이전도 광주시와 갈등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10일 금호타이어 베트남 공장 증설에 3398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오는 3분기 증설 공사를 시작해 2023년 1분기에 완료할 예정으로 증설이 완료되면 승용차용 타이어(PCR) 연간 300만 본, 트럭·버스용 타이어(TBR) 연간 80만 본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이어 4월 25일에는 미국 조지아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총 2180만 달러(약 250억 원)를 투자하며 증설 규모는 연간 50만 본 수준이다. 금호타이어 측은 최근 북미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관련 신규 거래선을 확보하는 등 거래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증설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2092만 본, 해외에서 1637만 본의 타이어를 생산했다. 올해 1분기에는 국내 547만 본, 해외 445만 본을 생산해 국내 생산 비중이 2020년 56.11%에서 올해 1분기 55.12%로 소폭 줄었다. 베트남 공장과 조지아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국내 생산량과 해외 생산량이 엇비슷해질 전망이다.
금호타이어가 이처럼 해외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미국 반덤핑 과세 이슈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24일(현지시간)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최종 확정했다. 금호타이어의 추가 관세율은 21.74%로 산정됐고, 이는 오는 6월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거쳐 7월 최종 확정된다.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타이어를 생산해야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관련기사 ‘타이어 외길’ 아차하면 ‘막다른 길’? 넥센타이어 강호찬 경영 시험대).
이병화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시장은 (금호타이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으로 교체용 타이어의 신규 거래선 확보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수요 정상화 사이클이 맞물리면서 실적 관련 영향력이 크다”며 “해외 생산 확대를 통해 미국의 반덤핑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베트남과 같이 한국 대비 관세 부담이 낮은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내부에서는 베트남 공장 증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생산 비중을 줄이면 그만큼 필요 인력도 줄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직원 수는 2018년 말 4909명에서 2020년 말 4617명으로 감소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금호타이어 사무직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베트남 공장 증설저지 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성명을 통해 “반덤핑 관세를 빌미로 일방적인 베트남 공장 증설을 통해 국내 공장 북미 물량을 베트남으로 이관하고 국내 공장의 이익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호타이어가 국내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주생산기지인 광주공장을 매각하고, 전라남도 함평군에 위치한 빛그린산단으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금호타이어는 함평군에 연내 공장 착공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공장 설비 노후화로 경쟁력이 약화한 가운데 새로운 공장 설립을 통해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빛그린산단 이전을 위해서는 광주시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금호타이어는 현 광주공장을 매각해 이전 비용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광주시는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공장 부지를 상업용지나 주거용지 등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토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에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다.
금호타이어는 2019년 광주시와 ‘광주공장 부지 도시계획 변경 및 공장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광주시와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이전과 현 광주공장 부지 개발 계획에 대한 행정적 협의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관내 이전을 요구하는 반면 금호타이어는 관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양측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가 광주시의 요구대로 관내 이전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금호타이어가 검토한 부지가 광주형일자리 부지로 지정돼 광주 내 대규모 부지가 거의 없고, 실적과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광주시의 제안을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금호타이어는 12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3월 말 기준 부채총액은 2조 8144억 원, 부채비율은 237.91%에 달한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측은 당장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찾아달라고 하는데 산업단지 개발에 10년가량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장 해줄 수는 없다”며 “공장 이전은 자유지만 용도변경은 광주시에 요청하고, 공장은 전라남도로 옮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금호타이어는 베트남 공장 증설 후에도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과거의 사례를 들며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관계자는 “과거 해외 공장을 설립했을 때도 국내 공장의 생산 물량을 줄이고, 해외 공장 생산량을 늘렸다”며 “원가가 저렴한 베트남 공장이 생산 물량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물량이 조절될 경우 인력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투자 방식이나 물량 조절 등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인력 배치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광주공장 이전이 완료되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광주시와의 협상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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