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그래미 등 다양성 부족 비판…“한국 엔터테이너가 변화 가늠자 될 것”
이후 아카데미는 유색 인종을 외면하고 여성에게도 인색한, 총체적으로 다양성을 상실한 영화제라는 비난에 부딪혔고 ‘화이트 오스카’라는 비아냥거림이 이어졌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전환점이 된 영화가 바로 ‘기생충’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르며 ‘화이트 오스카’를 일거에 뒤집었다. 2014년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한 번의 보여주기식 변화였을 수도 있지만 아카데미는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런 흐름을 더욱 확장시켰다. 중국계 여성 감독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작품상을 받았으며, 클로이 자오 감독은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그리고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배우 영역에서의 다양성까지 확장해냈다. 유색인종과 여성 영화인들이 계속 수상의 영광을 안을 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하는 게 전제조건이긴 하지만 분명 아카데미는 변화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확실한 비교 대상은 골든글로브가 되고 있다.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골든글로브는 현재 거센 보이콧에 휘말려 있다. 미국 NBC 방송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HFPA)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2022년 행사를 중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스카에 버금가는 권위를 누려온 78년 역사의 골든글로브는 영화와 텔레비전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으로 HFPA 회원 87명이 매년 투표로 수상작을 선정해 시상한다. 그런데 최근 부패스캔들에 휘말린 HFPA는 20년 동안 흑인 회원을 단 한 명도 두지 않는 등 폐쇄적인 운영까지 지적 받고 있다. NBC의 방송 중계 보이콧 선언 이전에 이미 워너미디어, 넷플릭스, 아마존 스튜디오 등이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이런 흐름은 배우들의 보이콧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칼릿 조핸슨, 마크 러팔로 등의 배우들이 HFPA를 공개적으로 비난했으며 톰 크루즈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와 ‘7월4일생’으로 받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트로피 2개와 ‘매그놀리아’로 받은 남우조연상 트로피 1개를 반납했다.
골든글로브 보이콧 사태의 시발점은 2021년 2월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직전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한 ‘HFPA 부패 스캔들’이었다. 그렇지만 영화적인 관점에서의 시발점은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를 작품, 감독, 연기상 후보에서 배제하고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만 선정한 것이 됐다.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로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 때문인데 사실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하고 한국계지만 미국인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인 배우가 대거 출연한 분명한 미국 영화였다.
음악계에서는 빌보드와 그래미의 행보가 이와 유사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니 이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월드스타 BTS(방탄소년단)는 5월 24일 열린 ‘2021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서 톱 듀오/그룹(Top Duo/Group),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Top Song Sales Artist),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톱 셀링 송(Top Selling Song) 등 4관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Favorite Social Artist)’와 ‘팝·록 장르 페이보릿 듀오·그룹(Favorite Duo or Group - Pop/Rock)’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유독 그래미 어워드에서만 상을 받지 못했다. 그래미 후보에 오른 것 자체도 영광이라는 이상한 논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그래미 역시 골든글로브처럼 보이콧 논란에 휘말릴 분위기가 미국 현지에서 조성되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그렇듯이 미국에서는 다양성이라는 화두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한 까닭이다.
그래미는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이지만 15∼30명으로 구성된 그래미 후보 선정위원회(위원들 명단은 공개되지 않아 ‘비밀위원회’라고 불림)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계속돼 왔다. 올해 제63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더욱 증폭됐다. 캐나다 출신 흑인 팝스타 위켄드의 4집 앨범 ‘애프터 아워즈’가 2020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래미 4대 본상은 물론이고 장르 부문 후보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결국 위켄드가 “그래미는 부패했다”며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논란이 가열됐고 영국 출신 팝스타 제인 말리크 등이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BTS 역시 2020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지만 후보에만 겨우 올랐을 뿐이다.
결국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부정 투표와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후보 선정위원회를 폐지하고 전체 회원 1만 1000여 명이 직접 투표해 후보를 지명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후보 선정위원회를 폐지한 그래미는 다양성 확대 차원에서 시상 부문에도 ‘베스트 글로벌 뮤직 퍼포먼스’와 ‘베스트 라틴 어번 뮤직 앨범’ 등 2개 부문의 상을 추가한다. 이번에도 미국 주류 시상식의 진정한 변화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는 한국 엔터테이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내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BTS가 그래미상을 받을 수 있을지 전 세계 팬들이 주목할 것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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