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서 유흥업소발 집단감염 잇따라…국민정서 악화 속 보상 대상 포함 여부 주목
“우리 업소는 코로나19 청정지역입니다. 너무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있어 코로나19는 물론 독감을 비롯한 다른 바이러스도 전혀 없습니다. 믿고 재미있게 놀다 가셔도 됩니다.”
40대 사업가 A 씨는 최근 불법 영업 중인 강남의 한 룸살롱을 찾았다가 업소 마담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사업을 위한 접대 자리로 종종 유흥업소를 찾는 A 씨는 최근 거듭 유흥업소 발 집단감염 소식이 이어지면서 조금은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그래도 마담의 얘기처럼 깔끔한 룸 상태·공기청정기 등을 보니 안심을 했다고 한다.
방역당국은 이런 게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유흥업소는 대표적인 3밀(밀폐·밀접·밀집) 환경이라 아무리 소독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우려가 높다. 유흥업소의 특성 상 음주가무를 즐기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벗게 되며 접촉 빈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룸살롱에서는 실내 흡연까지 이뤄져 감염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유흥업소 이용 자제를 언급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전국에서 가장 주대가 비싼 만큼 업장과 종업원 관리가 잘 이뤄져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무허가 유흥업을 하는 일부 불법 업소들이 집합금지 명령 기간에도 손님들을 대거 받으면서 방역에 소홀해 집단감염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강남 유흥업소들은 경찰 단속의 주요 타깃이라 실제 영업을 중단한 곳도 많고 일부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들도 철저히 소수의 예약 손님만 받아 비밀리에 영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약 손님들에게 근거 없는 방역 자신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달리 강남 지역에서도 코로나19 집단감염 소식은 심심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3월 초에는 강남구 역삼동 소재 유흥업소 종사자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4월 초에도 강남구 소재의 유흥업소 2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중 한 업소에서는 확진자가 9명이나 발생하는 집단감염이 이뤄졌다.
역삼동 소재의 한 룸살롱 사장은 “3, 4월에 연이어 인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많이들 놀랐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불안감이 크다”면서 “유흥업소 손님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도 대부분 유흥업소 방문 사실은 감춘다. 사실상 모든 업소가 QR코드 등 출입자명단 관리도 하지 않는다. 불법 영업하면서 손님들 출입 기록을 체크하겠나. 그래서 실제 강남 유흥업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도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지난겨울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 수도 함께 증가해 방역당국이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여기에는 감춰진 유흥업소 발 확진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수 있다.
5월 21일 정부는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인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3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강남 일대의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폭발 직전 상황이다. 5월 20일에는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 한국콜라텍협회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주최 측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무려 10개월 동안 영업을 못 해 업주들은 생사기로에 직면했다”며 “집합금지는 오히려 불법 업소가 음지에 숨어서 장사하게끔 도와 코로나19 감염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유흥업소 확진 상황은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해 불법 영업을 하던 업소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주최 측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집회 금지 구역에서 사전 신고 없이 집회를 연 것으로 판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실제로 한 강남 룸살롱 업계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몰래 유흥업을 하는 불법 업소까지 단속당하는 상황에서 유흥업소로 등록된 업소들은 경찰의 상시 단속 대상이라 불법 영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우리가 영업을 못 하는 사이 갈 곳 잃은 손님들을 채간 불법 업소들이 단속을 당하고 집단감염도 유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회에서 손실보상법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유흥업소 포함 여부도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다. 손실보상법에서 유흥업소가 제외될 경우 유흥업계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흥업소를 포함할 경우 손실보상액 규모가 급증할 수 있는 데다 국민 정서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불법 영업을 하는 유흥업소들이 연이어 적발되고 있고 유흥업소 발 집단감염도 계속돼 국민 정서는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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