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 정부와 제약사들은 21∼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백신 파트너십 행사 등을 통해 백신 생산·연구 분야에서 총 4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미국 정부는 우리 군에 55만 명분의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삼바-모더나 위탁생산 계약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와 모더나 사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산업통산자원부 및 보건복지부와 모더나 사의 국내 투자 활동 지원에 대한 계약, 그리고 노바백스 사와 모더나 사의 생산 및 연구 개발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 등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삼바와 모더나 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이다. 국내에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형태의 백신이 위탁 생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2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에 붙었을 때 감염된다. 코로나19 백신의 원리는 인체가 이 스파이크에 대한 중화항체를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더나 백신을 당장 우리 국민이 맞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앞서 계약한 2000만 명분의 백신부터 해외에서 완제품 형태로 공급 받게 되며 추후 삼바의 위탁생산 물량을 받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정은영 보건복지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현재 모더나와의 계약은 해외에서 생산된 백신을 완제품 형태로 공급 받는 것”이라며 “삼바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유통 효율적 측면에서 국내 생산 분을 받을 수 있도록 공급사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 백신 원액이 아닌 완제 생산(포장만 하는 것)이라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을 열고 “완제 생산 과정에서도 원개발사로부터 충전, 공정에 대한 기술을 이전 받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만약 국내에 생산기지가 마련돼 향후 생산되는 백신을 국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면 2000만 명분의 공급 시기도 앞당겨진다.
또, 미국 정부가 우리 군에 55만 명분의 백신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당초 준비해둔 백신 물량에 여유분도 생겼다. 현재 우리 군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가능한 30세 이상 장병 11만 3000명에 대해 1차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41만 명은 6월 접종을 앞두고 있었는데 미국의 백신 지원 결정이 백신 수급에 숨통을 틔워준 셈이다. 이에 대해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5월 26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출연해 “우선 군인이 접종하고 남는 물량은 민간인 접종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백신 맞을 수 있나
이처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백신 수급이 속도를 내며 공급 확대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자 곳곳에서 백신 선택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특정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예정된 순서에서 벗어나 기다리겠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다가온 접종 순서를 미루고 기다리면 원하는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또, 우선 접종대상자가 아닌 일반 국민의 접종 시기는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까. 아직 무엇 하나 결정된 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백신 수급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며, 이에 따라 수량과 접종 시기가 얼마든지 앞당겨질 수도 혹은 미뤄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다만 백신은 예정된 접종 순서를 지키는 것이 좋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의견이다.
당장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이 남는다고 해도 이를 골라 접종하기는 어렵다. 백신 폐기를 막기 위해 실시 중인 잔여 백신 접종은 백신 수급량과 관계없이 당장은 AZ 백신에 한해서만 시행되기 때문이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잔여 백신 접종 신청 시스템에서 제외된다. 질병청에 따르면 개봉한 뒤 부득이하게 다 쓰지 못한 mRNA 계열 잔여 백신은 예비 대상자에게 접종될 예정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화이자 백신을 개봉한 뒤 백신이 남은 경우에는 센터 별로 마련하고 있는 예비명단 대상자에게 접종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예비명단 대상자는 △미접종자가 발생한 읍·면·동의 75세 이상 어르신 △센터 인근에 계시는 어르신 중 접종하지 않으신 분 △센터 근무자 △당일에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는 이·통·반장이나 자원봉사자 같은 지원인력 △소방관이나 경찰, 해양경찰 등 사회필수인력임에도 불구하고 30세 미만이어서 AZ 백신을 권고하지 않는 그룹 등이다.
1차에서 AZ 백신을 맞고 2차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게 될 가능성은 적게나마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AZ 백신 접종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교차접종에 대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당초 우리 정부는 교차접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으나 영국과 이탈리아 등 국가에서 교차접종과 관련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독일은 60세 이하 AZ 백신 1차 접종자, 프랑스는 55세 이하 1차 접종자에게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아직 임상시험 단계일 뿐이라 언제 국내에서도 교차접종이 시작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백신은 예정된 순서에 따라 접종하는 것이 좋다. 만약 60~74세 고령층의 경우 자신의 접종 순서를 놓쳤다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백신을 접종한 뒤에야 백신을 맞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 6월부터 백신 접종 대상자에 한해서 직계 가족모임 제한 인원 기준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에서 제외되는 등의 백신 인센티브도 제공될 예정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25일 브리핑에서 “6월까지 접종순서를 놓치면 하반기 모든 국민의 1차 예방접종이 끝난 뒤에나 다시 접종순서가 오게 된다”면서 “나의 안전과 가족의 건강, 공동체의 일상 회복을 위해 반드시 제때 예방접종을 받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접종 예약률이 떨어지더라도 예약 기간 연장은 없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60~74세 예약 기간 연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분들이 사전 예약을 통해서 정해진 기간 내 예방접종을 받으실 수 있도록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60~74세 고령층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 기간은 6월 3일까지이며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9월부터 전면 등교 목표
하반기 백신 공급 흐름이 풀리면서 전 국민 백신 접종 계획도 앞당겨질 예정이다. 접종률과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6월부터 일반인 접종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이기일 복지부 실장은 백신 수급 상황과 접종 계획과 관련해 “3분기까지 1억 도스(1억 회분)가 들어오기 때문에 아마 3분기까지 모두 다 맞힐 수 있는 역량이 될 것 같다”며 “1억 도스면 (약 5000만 명 국민에게) 두 번 맞혀도 용량이 남는다”이라고 했다.
당초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우선 접종 대상자 접종을 끝내고, 3분기인 7월부터 연령대 순으로 일반인 접종을 시작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백신 수급량이 늘어나면서 집단면역 형성의 목표 시기가 기존 11월에서 9월로 앞당겨진 것이다. 방역당국은 27일 7월부터 50∼59세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9월부터 전면 등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여 지역사회 유행 규모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까닭이다. 김기남 접종기획반장은 5월 27일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7월부터 고3 및 수능 수험생, 초·중·고교 교사 등에 대한 접종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는 고등학교 3학년에 대한 접종 계획만 나왔다. 질병청은 “우선은 고3 학생들만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접종할 계획이다. (대상을) 만 16~17세라고 한 것은 학년은 3학년인데, 실제 나이가 이보다 어린 경우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중학생에 대한 백신 접종은 아직이다. 화이자를 제외하면 현재 쓰이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대부분이 미성년 대상 접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화이자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청소년 대상 임상시험을 근거로 접종 가능 연령을 16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낮춰달라는 내용의 사전 검토를 신청했다. 허가가 날 경우 화이자는 중학생도 접종이 가능한 백신 후보군에 오르게 된다. 다만, 안전과 효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허가가 난다고 해도 실제 접종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항체 생성 여부는 어떻게? "개인별 즉시 확인은 어려워"
백신 접종을 앞두고 미리 자신에게 항체가 생성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 만약 이미 본인에게 항체가 형성돼 있다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제대로 항체가 생겼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즉각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또한 개인이 원한다고 해서 병원에서 단독으로 확인해주지도 않는다. 항체 생성 여부는 특수한 실험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청 전문가 초청 백신접종 설명회에서 “(접종 후 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항체가 아닌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생성됐는지를 봐야 한다. 중화항체의 생성 여부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다루는 생물안전3등급 연구시설에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자 모두가 이런 검사를 통해 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이 때문에 최근 일부 제약사들은 앞다투어 자가 검사용 항체 진단 키트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100% 확답을 주지는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의는 “독감 백신조차 100% 효과를 장담하지 않는다”며 “정 불안하다면 시중의 검사키트를 이용해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접종하고 있는 백신들은 이미 임상 시험을 통해 항체 생성이 확인된 것들이다. 백신들의 항체 양전율(백신에 의해 항체가 생성된 비율)도 높은 편이므로 항체가 생성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다소 과도한 걱정이다. 중요한 것은 접종 후에도 일상생활에서 방역 수칙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