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서 과반 아래로 묶은 뒤 결선 짝짓기로 역전 홈런 노려…정세균 예선 득표율이 변수
여권 내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차기 대선 1차 분수령인 6월 대전을 앞두고 ‘이재명 대 반이재명 연합군’이 물밑에서 치열한 지략 대결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엔 ‘대선 경선 룰’이 있다.
애초 대선 경선 연기론이 띄운 룰 전쟁은 결선투표제를 둘러싼 반이재명 연합군의 전략적 공존으로 확전됐다. 핵심은 결선투표제를 고리로 한 ‘이재명 낙마 작전’이다. 룰 전쟁을 기점으로 이재명 대 반이재명 전선은 한층 뚜렷해졌다. 반이재명 캠프들은 사실상 전략적 연대를 앞세워 경선 승리를 위한 진군을 시작했다.
“1차에서 과반 득표를 할 수 있겠느냐(반이재명 측 A 캠프 관계자)”, “결선투표도 대비하고 있다(반이재명 측 B 캠프 관계자).”
반이재명 측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일부 캠프에선 대선 경선 연기가 어렵다고 보고 선거인단 모집을 위한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들은 “당내 경선은 어차피 조직 싸움”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이재명 연합군 1차 목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1차 득표율 과반 저지’다.
이 지사 지지율만 보면 과반 득표율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이재명 측 인사들은 “전국 조직을 가동하면 (결선투표까지 가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시나리오는 간단하다. 오는 9월 예정된 여당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의 득표율을 30%대로 묶는다. 이후 결선투표에서 2∼6위 후보는 연합 작전을 펼친다. 그 후 결선에서 반이재명 연합군 후보가 9회 말 투아웃 역전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6∼7월 예비경선→9월 본경선’ 순으로 대선 링에 오를 최종 후보자를 선출한다. 예비경선 통과자는 6인 이하다. 최대 6명까지 본경선 진출자를 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는 ‘8룡+알파(α)’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빅3를 형성한 가운데, ‘원조 친노(친노무현)’ 이광재 의원과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학번) 선두주자인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두관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출마로 기울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장고 중이다.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에서 관심이 높았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 이외에도 추가 출마자 1∼2명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13룡까지 나왔던 여당 대선 경선이 ‘8룡+α’로 정리된 셈이다.
민주당은 본경선에 앞서 후보자를 6명으로 압축한다. 여권 관계자들이 본 판세를 종합하면, 예비경선 통과자는 빅3(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외에 추미애 전 장관과 이광재·박용진 의원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추 전 장관은 당내 강경파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함께했던 친노계 지지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초·재선 일부 의원들이 당내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권 대선 공식 출마자가 5인 이하일 땐 예비경선 없이 바로 본경선에 돌입한다.
예컨대 이 지사를 제외한 빅2(이낙연·정세균)의 득표율 합이 40% 선에 근접하고 4∼6위에서 각각 5%씩만 얻어도 이 지사 과반은 물 건너간다. 추 전 장관은 2016∼2018년까지 2년간 민주당을 이끌었다. 이광재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때부터 연을 이어온 친노계의 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9년 전 대선 경선에서 14.3%를 기록했던 김두관 의원은 부산·울산·경남(PK), 양승조 지사는 충청에서 조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의원은 당내 비주류 및 초재선 개혁 그룹의 표를 흡수할 수 있다. 2위 이하 그룹의 득표율이 최근 두 차례의 대선 경선 때보다 막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노의 부활로 평가받았던 2012년 당시 제1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56.5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4위는 손학규(22.17%), 김두관(14.3%), 정세균(7.00%) 당시 후보 순이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문 대통령의 최종 득표율은 57.0%였다. 이어 안희정(21.5%), 이재명(21.2%), 최성(0.3%) 당시 후보가 뒤를 이었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 경선에서 모두 과반을 넘기며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 지사의 1차 과반 득표 변수는 ‘SK(정세균)’다. 정 전 총리는 9년 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7%를 얻는 데 그쳤다. 조직력이 막강했던 정 전 총리의 득표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것은 친노계의 표 몰아주기가 한몫했다. 범친노인 정 전 총리 지지층의 상당수가 대세였던 문 대통령에게 전략적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친문계의 SK 지원설이 끊이지 않는다. 친문 직계 핵심 인사 중 일부는 정 전 총리를 물밑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 득표율이 2012년 때보다는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예상과는 달리, 정 전 총리 득표율이 또다시 한 자릿수에 그친다면 대선 경선 판세는 달라진다. 정 전 총리의 낮은 득표율은 곧 친문계 분화라는 이유에서다. 친문 표의 분산 없이 정 전 총리 득표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분화된 친문 표는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대표, 이광재 의원, 추 전 장관 등으로 갈라질 전망이다. 친문계가 분화되면 될수록 이 지사의 과반 득표 가능성은 높아진다.
NY(이낙연) 표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 측 내부에선 ‘20% 득표율’을 최소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최근 되살아난 여론조사 지지율도 천군만마다. 다만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다시 꺾인다면 이 전 대표를 지원하는 친문계 표가 경선 막판 이 지사에게로 이탈할 수도 있다.
현재 당 주류 분화는 계속되고 있다. 친문계 현역 의원들은 빅3 캠프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재명 캠프에는 이해찬계인 김성환·이해식·이형석 의원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민형배 의원, 검찰개혁파 김남국 의원 등이 합류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이 지사를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킹메이커 이해찬 전 대표도 이 지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다만 정 전 총리는 5월 24일 MBN '판도라에 출연해 이 전 대표의 ‘이재명 지원설’에 대해 “좀 와전된 것이라고 들었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다음 날(5월 26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해찬 전 대표의 정치활동 기반인 ‘광장’ 그룹이 민주평화광장의 모태”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이 지사를 지원하는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다.
이낙연 캠프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정태호·윤영찬 의원과 부산 친문 핵심 최인호 의원, 박광온·홍익표 의원 등이 합류했다. 정세균 캠프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한 강기정 전 의원이 합류했다. 친문 핵심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친분이 깊은 신영대 의원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친문 직계로 이뤄진 ‘부엉이 모임’의 SK 지원설이 나오는데, 당 다른 관계자는 “부엉이모임 중 일부는 이광재 의원을 지원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부엉이모임도 대선 주자 지원과 관련해 통일이 안 됐다는 의미다.
이재명 지사 측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측근은 “민주당 대선 경선 결과는 당심이 민심을 따라가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민주당 대선 경선 핵심 변수인 ‘친문·호남’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지사는 6월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당내 경선 연기론 등 ‘이재명 흔들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반이재명 연합군이 대선 경선 연기론을 다시 띄울 것으로 보지만, 이 지사 측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내리 5차례 대선에서 먼저 선출된 대선 후보가 최종 승자로 등극했다. 기존 룰대로라면, 민주당은 6∼7월 예비경선을 시작으로 9월 초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다만 당헌 제88조에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송영길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대선 경선 연기론이 다시 심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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