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조합 창립·무상증자 등 IPO 준비 착착…경쟁 심화 속 수익성 악화, 냉랭한 그린카 평가 우려 요인
#연내 IPO 속도 내는 롯데렌탈
최근 롯데렌탈은 우리사주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했고 직급, 연차 등을 고려해 6월 중에 공모주 물량을 차등 배정할 방침이다. 전체 발행 공모주의 20%가 우리사주에 배정될 예정이다. 이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앞서 2월 롯데렌탈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KB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지난해부터 상장을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 가운데 실적은 개선됐다. 올해 롯데렌탈은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 상승한 5944억 원, 영업이익은 52.7% 상승한 494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66% 상승한 188억 원이었다. 지난해부터 원가 절감과 프로세스 개선으로 비용을 줄이는 수익성 중심의 ZBB(Zero Base Budget) 경영 전략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5월 17일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 1주당 1.5주의 비율로 신주를 현재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게 배정했다. 호텔롯데(47.06%), 부산롯데호텔(28.43%), 롯데손해보험(4.90%) 등은 롯데렌탈 지분 총 75.4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보통주 1765만 3800주가 신주로 발행되면서 주식수는 무상증자 이후 2942만 3000주로 늘어났다. 주식 물량이 늘어나면서 공모가가 낮아지는 대신 유동성이 풍부해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 시세가 회복되는 가운데 판매량까지 늘고 있고, 렌터카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카셰어링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그린카에 대한 잠재적인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IPO 적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가만 잘 확정되면 무상증자를 통해 늘린 주식들이 롯데그룹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사활 걸린 ‘롯데렌탈’ 상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겐 호텔롯데 상장이 풀어야 할 최대 현안이다. 롯데그룹은 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이 롯데지주지만, 그 위를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지분 11.04%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건설과 롯데물산, 롯데상사 등의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지분 19.07%를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다. 나머지 77%가량의 지분도 L투자회사 등 일본롯데 계열사가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후 롯데지주와 합병을 통해 일본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신동빈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국적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상장은 부진한 실적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 84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0%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4976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주력 사업인 호텔업과 면세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까지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로 실적 정상화 시기가 불투명하고, 영업실적 부진에 따라 저하된 재무안정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면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 대신 계열사 상장에 먼저 나섰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렌탈이 상장에 성공한다면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롯데렌탈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문가인 김현수 롯데물산 대표를 새로운 대표로 선임했다. 김현수 대표는 2005년 롯데쇼핑 재무부문장에 선임돼 이듬해 한국과 영국에 동시에 롯데쇼핑 IPO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경쟁 악화 속 가치 인정받을 수 있을까
롯데렌탈 IPO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1조 2000억 원), 그린카(8000억 원)를 합쳐 총 2조 원에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렌탈 기업가치는 1조 2000억 원에서 9015억 원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부채율은 621%에 달한다. 렌터카 업계 1위이긴 하지만,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롯데렌탈 IPO에 주요 변수는 지분 84.7%를 갖고 있는 자회사 그린카. 카셰어링 업체인 그린카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롯데렌탈의 가치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린카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린카는 지난해 10월부터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지만, 현재까지도 성공하지 못했다. 2018년 12월 GS칼텍스로부터 유치한 350억 원이 마지막이다.
이는 카셰어링 업계 1위 쏘카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쏘카 매출은 2637억 원으로 그린카(448억 원)보다 5.8배 많다. 쏘카는 지난해 10월 SG프라이빗에쿼티와 송현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업계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렌탈은 지속된 가격 경쟁 영향으로 장기렌털 회수율(차량 가격 대비 렌털료)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업계 1위를 유지하고자 투자와 차입 규모를 크게 늘렸지만 이익이 늘지 않아 높은 부채율로 이어졌다”며 “자산 효율화와 IPO, 자회사 그린카 외부 투자자 유치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렌터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올해 IPO 실패 시 내년엔 기업가치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가 렌터카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지난 3월 카카오모빌리티는 현대캐피탈의 렌터카 중개 업체 ‘딜카’를 인수했다. 카카오T는 이용자 3000만 명, 티맵은 월간 사용자 수가 1300만 명에 달하는 플랫폼이다. 플랫폼 경쟁력을 통해 렌터카 사업도 빠르게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쏘카는 내년을 목표로 상장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티맵모빌리티는 늦어도 2025년까지 상장할 방침이다.
한편 롯데렌탈 관계자는 "연내 IPO를 위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실적도 개선됐다"며 "성공적으로 IPO를 마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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