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카메룬 다이아광산 개발권 획득으로 관심을 모은 코코엔터프라이즈 주가가 갖가지 구설로 급등락하고 있다. 사진은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코코엔터프라이즈 건물.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그러나 코코는 지난 2006년 경상손실 53억 50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경상손실이 발생해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주권매매거래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2007년 9월부터는 한때 테마주였던 바이오 디젤, 바이오 에탄올 제조와 생산·판매를 비롯해 태양광 에너지 개발 등에 뛰어들기도 했다.
코코가 다이아몬드 채굴 등 광산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 2009년 3월 오덕균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C&K 마이닝’이 코코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오 회장을 포함한 주주 7인은 지난해 2월 지분 4.57%와 경영권을 45억 원에 인수한 뒤 유상증자를 실시, ‘C&K 마이닝’을 통해 코코 지분 15.23%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오 회장은 코코의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자원개발 전문업체로 전환한 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사업을 본격화했다.
코코는 지난 12월 17일 카메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코코 측에 따르면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은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연간 소비량의 2.6배인 4억 2000만 캐럿 규모. 코코 측은 “광산 가치는 수십조 원에 달하고, 다이아몬드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부가가치는 수백조 원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직접 수입·가공해 유통함에 따라 암거래시장 위주이던 국내 보석 산업 양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산 개발권 획득 소식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오 회장은 몇몇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광산 개발권 획득을 위해 지난 5년간 카메룬을 40번이나 오갔던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국내 지질 연구가가 2007년 카메룬을 방문해 다이아몬드 매장 사실을 확인했다고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정권 실세로 불리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이 개발권 획득에 한 축을 담당했다는 이야기도 언론에 실렸다.
언론 보도와 함께 코코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치기 시작했다. 2~3주 만에 주가가 10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증권가를 중심으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에 대한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코코의 주가는 하한가로 돌아섰다. 지난 10일 1만 7000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14일 종가 기준으로 1만 850원까지 주저앉았다. 공교롭게도 10일은 이 회사 임원 정 아무개 씨가 주식 10만 주를 매도한 날이다. 반등 기미가 좀처럼 엿보이지 않던 주가는 지난 17일 반등을 시작해 20일에는 1만 3500원까지 오르는 등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주가가 급변하고 있는 까닭에 시장에서는 코코가 전형적인 ‘테마주’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코코 측은 대학교수 등 전문가 집단이 이미 지난 2007년 현지를 방문해 매장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카메룬 대통령이 직접 다이아몬드 개발권 협약서에 서명했으며 카메룬 정부가 C&K 마이닝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매장 사실을 보증해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코코 측의 주장처럼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더라도 이것이 상업용 가치가 있는 다이아몬드인지는 발굴한 후에야 알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아직까지는 그 실체가 확실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
여기에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몇몇 사정기관에서도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의 실체에 대해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기관에는 C&K 마이닝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의 제보가 입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기관에서는 C&K 마이닝이 오 회장과 특수관계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C&K 마이닝의 또 다른 주주인 두 명의 정 아무개 씨는 모두 오 회장의 인척으로 이 가운데 한 명은 국내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다 카메룬에 건너가 현지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이 회사 최고위 관계자는 몇 해 전 카메룬에서 금괴를 들여오다 기관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지질 연구에 참여했던 교수가 지난 2008년 지병으로 사망해 현재 카메룬 광산의 실체를 증언해줄 전문가는 없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사정기관들이 이 회사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코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해 지식경제부 자원개발 담당자는 “자원개발을 하는 회사가 관련 내용을 신고하면 정부가 현지 정부 담당자들과 네트워크를 깔아주고 컨택(접촉) 문제가 발생하면 도와주는 정도지, 실제 자원이 얼마나 매장되어 있는지는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박영준 차관이 지난 5월에 카메룬을 방문한 적은 있으나 개발 회사 사업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여러 자원개발 테마주들로 인해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대부분 주가를 띄운 다음 어느 정도 가격이 되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고 빠지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코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코코의 발표처럼 막대한 양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는지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묻지마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스몰캡(중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는 “회사 측에서 매장량이나 채굴량, 원석 등급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주가는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하면서 “자원개발 관련 코스닥 업체 중에서 실제로 실적을 낸 곳은 한두 군데에 불과하기 때문에 (코코에) 투자할 때는 매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일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코코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이 회사 고위 임원은 “주가라는 것은 워낙 민감해서 가급적 공시를 자제하고 있고 이 때문에 여러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면 (우리들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게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임원은 “카메룬 현지법인인 C&K 마이닝의 운영자금은 카메룬에서 한국에 들여오는 사금을 현금화해서 조달하고 있다”며 “코코를 통해 자금조달을 해서 재무건전성을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기관에서 주시하고 있다는 말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에서도 우리 회사에 대해 스크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2007년 회사 최고위 관계자가 금괴를 들여오다 문제가 된 부분과 관련해서는 “그때는 아무 것도 몰라서 금을 그냥 가지고 들어오다 관계당국에 적발된 것”이라며 “벌금을 내고 마무리 됐고 현재는 정식 신고 절차를 다 밟고 금을 들여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요란한 빈수레’ 주의보
증권 전문가들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자원개발주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관련주와 더불어 대표적인 테마주로 꼽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자원개발주 열풍을 불러온 것은 지난 2006년 향후 20년간 파푸아뉴기니 가스전에서 95억 달러를 벌겠다던 헬리아텍이다. 당시 한 자산운용사는 헬리아텍에 50억 원을 투자해 불과 6개월 만에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경영진이 횡령 및 배임 등으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2009년 상장폐지됐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 에너지 외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원개발주가 코스닥시장에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또한 2008년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대체 에너지에 대한 개발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자원개발주가 각광받은 이유가 됐다. 그러나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채 무분별한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가 결국 문을 닫은 경우가 상당수였다.
지난 연말 최종 부도 처리된 인네트가 대표적 케이스. 자회사를 통해 석탄 개발에 나섰던 인네트는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그 뒤 무분별한 투자를 통해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사주가 200억 원 규모의 횡령을 하면서 회사가 위기에 빠졌다. 증권 전문가들이 코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과거 자원개발주들이 남긴 선례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자원개발주와 관련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투기적 특성이 강하다”며 “단순히 정부에 사업을 신고하거나 지분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코스닥 업체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외자원개발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선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는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