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의 ‘우정의 무대’ 등 과거부터 많은 사랑…다양한 변주 ‘공감’이 최고 무기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는 기피 대상으로 손꼽힌다. 남성성을 곁들인 허풍이 가득해 “여성들이 싫어한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군대 이야기는 오랜 기간 형태만 바꾸며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가학성과 폭력성 논란 등으로 얼룩져 ‘밀리터리 포르노’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군대 예능이 끊임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대 예능의 키워드는 ‘공감’
2020년 시즌2까지 제작된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는 시즌 별로 누적 조회수가 5000만 뷰를 넘어섰다. 이근 대위라는 새로운 스타를 낳았고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잇따라 군대를 소재로 삼은 유사 콘텐츠를 내놨다.
하지만 진통도 뒤따랐다. 민간 군사기업 ‘무사트’와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공동 제작한 ‘가짜 사나이’는 출연진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폭로가 이어지고 출연진들이 부상을 입으며 논란이 가열됐다. 여기에 가학성 논란들이 더해지며 결국 방송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군대 예능은 ‘강철부대’를 통해 재점화됐다. 특수부대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 해병대수색대, 대테러 부대 707(제707특수임무단), 특수부대 UDT(해군특수전전단), 특수임무대 SDT(군사경찰특임대), 구조 부대 SSU(해난구조전대) 출신들이 참여해 자웅을 겨루는 이 프로그램은 TV라는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며 한결 다듬어졌다. 안전에 더 신경을 썼고, 욕설과 인신공격성 멘트도 사라졌다. 경쟁을 넘어 전우애를 강조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며 재미와 감동을 곁들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군대 예능이 오랜 기간 생명력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연 ‘공감’ 키워드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복무를 해야 한다. 폐쇄된 공간 안에서 2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군대라는 공간은 추억인 동시에 애증의 대상이다.
이는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여성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들 역시 장병들의 엄마이자 누나, 여동생이자 연인이기 때문이다. 직업 군인이 아니라면 경험할 수 없는 군대라는 공간이 TV를 통해 노출되며 여성들 역시 저마다의 기억을 떠올리고 공감의 시간을 갖게 되는 셈이다.
강한 남성성에 대한 동경 역시 관전 포인트다. ‘강철부대’는 단단한 신체를 가진 남성들의 참호 격투를 비롯해 외줄타기, 해양 구조, 40kg 완전 군장 행군 등을 미션으로 삼았다. 각 부대의 명예를 건 남성들이 극한의 고통을 뛰어넘어 미션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향해 드러내는 전우애는 군대 예능의 백미다.
#군대 예능 변천사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군대 예능을 따질 때, 이보다 많은 이들의 뇌리를 스치는 한마디는 없다. 1989년 MBC가 선보인 ‘우정의 무대’는 각 부대를 돌며 장병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당시 ROTC 장교 출신인 방송인 이상용은 ‘뽀빠이’라는 별명을 달고 전국 군부대를 누볐다. 특히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 사진 꺼내 놓고, 엄마 얼굴 보고 나면 눈물이 납니다”라는 심금을 울리는 OST와 함께 시작되는 ‘그리운 어머니’는 숱한 군 장병을 비롯해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몇몇 장병은 밑도 끝도 없이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고 외치며 웃음을 줬고, 실제 어머니와 아들이 만나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눈물이 터졌다.
이 명맥은 1998년 방송된 KBS 1TV ‘TV 내무반 신고합니다’가 이어받았다. 2003년부터는 ‘청춘! 신고합니다’로 간판을 바꿔 단 후 군대 예능의 배턴을 이었다.
군대 예능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KBS 2TV ‘유머1번지’의 코너 ‘동작 그만’이 그 시작점이라 할 만하다. 메기 병장 등 다양한 캐릭터를 낳은 ‘동작 그만’은 이후 KBS 2TV ‘개그 콘서트’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부활하기도 했다. 이런 콩트식 개그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춘 후에는 tvN 시트콤 ‘푸른거탑’을 통해 변주됐다.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인기와 더불어 군대 예능 역시 새롭게 탈바꿈됐다. MBC ‘진짜 사나이’가 대표적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실제 군부대에 입소해 훈련을 받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여러 시즌으로 제작되며 장기간 사랑받았다. 애교 한 방으로 군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가수 겸 배우 혜리, 유독 군대 배식을 좋아하며 ‘아기 병사’로 주목받은 가수 박형식, 조교보다 더 완벽한 자세로 훈련을 소화하던 배우 장혁, 악바리 같은 자세로 훈련을 소화한 가수 슬리피 등이 ‘진짜 사나이’를 통해 재발견됐다. 하지만 육군본부의 제작 지원을 받은 이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군대의 좋은 점만 부각시키고 미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한민국에 군부대가 존재하는 한 군대 예능은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며 “최근 병사들도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진 후 군부대의 각종 부조리가 드러나고 있어 이에 따라 달라지는 병영 문화를 보는 것 역시 군대 예능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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