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검찰은 반발하고 있다. 강력부가 반부패부와 통합되고 직접 수사의 경우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검찰 수사권이 약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권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더 가까워지는 모델이기 때문에, 검찰 내에서는 박범계 장관이 김오수 신임 총장의 의견을 ‘청취’를 할 뿐, ‘반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6월 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직제개편에 대해 대검찰청에서 낸 의견을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고는 받았다”면서도 “직제개편안에 관한 총장 의견도 들어야겠다”고 답했다. 이날 임기가 시작된 신임 김오수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박범계 장관은 그러면서도 “대체로 수사권 개혁, 그 정신은 인권 보호와 사법통제, 수사권남용 억제, 다 같은 말인데 큰 대의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씀 듣고 조정 여지가 있다면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의 반발에 총장 의견을 듣겠지만, ‘일부 조정 가능성’ 정도로만 선을 그은 셈이다.
법무부가 5월 21일 대검찰청을 통해 일선 검찰청에 보낸 검찰 직제개편안에서 시작된 이슈다. 법무부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직제개편안)’을 각 일선청에 보냈는데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에 대한 검찰 형사부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고 △6대 범죄 전담부가 없는 지방검찰청에서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지방검찰청 산하 지청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게 주된 내용이다.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특수부 성격의 부서들도 더 줄어든다. 각 지방검찰청의 강력부를 반부패·강력부로 통폐합한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기존 강력범죄형사부가 반부패수사협력부로, 반부패1·2부가 반부패·강력수사 1·2부로 바뀌게 된다.
검찰 내 형사부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고 직접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도 줄이는 직제개편안을 두고 검찰 내에서는 당연히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대검의 한 검사는 “검찰총장과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수사가 어떻게 정치적인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냐”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특정 혐의’에 한해 가능했던 게 이번 직제개편으로 죄명에 대해 수사할 부서까지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의 경우 직접 수사 전담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직제개편안 기준으로는 수사가 불가능하다. 새로운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지방검찰청의 직접 수사는 형사부 중 가장 말(末)부가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말부가 아닌 수원지검 형사3부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대한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자제시킬 필요성에 따라 규정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고, 박범계 장관은 “수사권 개혁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과제 중 하나지만 아직 정비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나머지 숙제를 하는 차원”이라고 말했지만 ‘정권을 위한 방탄조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 수원지검 등 일선 지검들은 5월 28일, 일선 부서의 의견을 취합해 “중요 범죄에 대한 일선 검사의 수사권이 제약될 수 있으며 현행 법률과도 충돌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현한 것인데 특히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각 부서별로 입장을 취합해 제출했다. 직접 수사에 제약이 생기는 형사부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익명의 한 검사는 “청와대가 추미애 전 장관이나 박범계 장관처럼 정치인 출신의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검찰총장은 말 잘 듣는 사람을 뽑은 뒤 6대 범죄 전담부 부장이나 형사 말부 부장만 신경 써서 내편으로 앉히면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비판했다. 위법적 소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은 적임자에게 사건을 배당할 수사지휘권이 있는데, 직제 개편으로 배당을 구체화할 경우 법무부 장관의 권한 침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내부의 거센 반발에 박범계 장관은 ‘김오수 신임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김오수 총장의 의견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오수 신임 총장은 국회 청문회 때 직제 개편안이 상위 법령인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법률에 위반되는지 검토해 위반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오수 총장은 “법률에 위반되는지는 제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보고를 받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위반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시정돼야죠. 그 부분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앞선 익명의 검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낙점받기 위해 ‘충성의 뜻’을 알게 모르게 전달했을 텐데 임명 직후 검사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제대로 장관에게 전달할 수 있겠냐”며 “김오수 총장은 법무부 차관 하던 시절에도 문재인 정부의 의견을 오히려 검사들에게 설명하는데 집중했던 사람이다. 추미애 장관 때처럼 박범계 장관이 형식적으로 듣는 자리만 만드는 데 그칠 것이고, 김오수 총장 역시 전달하는 척하는 정도에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재만으로도 경고" 증권범죄합수단 부활엔 반색
검찰 내에서 한 가지 반기는 직제개편 내용이 있다. 바로 서울남부지검에 있다가 사라졌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부활이다. 법무부는 최근 증권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판단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폐지했던 증권범죄합수단 부활을 추진 중이다. 다만 신설될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기보다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국세청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범죄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는 법률 자문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 수사는 제한되지만, 검찰 내에서는 반기는 목소리가 크다. 증권 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증권범죄합수단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필수적인 조직이었는데 정말 정치적인 판단으로 폐지가 돼 모든 검사들이 반발했던 기억이 있다”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합수단이 다시 만들어지면 증권범죄 등 금융범죄 세력들에게 존재만으로도 경고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역시 “금융범죄 수사는 자료 확보부터 진술을 받아내는 과정이 다른 사건들과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경험 있는 전문 수사 역량을 확보·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검사가 아닐지라도 금융위, 금감원, 국세청 등에 충분히 수사할 수사관들이 있다. 발전하는 금융범죄 기술을 따라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차관 시절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 폐지를 추진했던 김오수 신임 총장 역시 입장을 바꿔 청문회 등에서 합수단 부활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오수 총장은 “복잡해지고 있는 금융범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금융범죄 수사 역량을 유지·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1년 전 폐지 결정에 대해서는 “합수단이 정보와 권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