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숲에 곰이 부활하고 있다. 일제에 의해 자행된 해수구제, 이른바 사람에게 해로운 동물을 죽인다는 명분으로 멸종위기를 맞았던 반달가슴곰. 그 곰이 다시 우리의 숲에 돌아오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는 2004년부터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의 복원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반달가슴곰은 지리산 권역과 덕유산 권역에 약 74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곰들은 산에 새로 생겨나는 관광시설과 도로, 불법 엽구인 올무로 인해 서식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리산부터 가야산까지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의 생태를 추적해본다.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의 연구원들은 반달가슴곰의 복원을 위해 오늘도 뛰고 또 뛴다. 김종백, 김낙원 연구원 역시 마찬가지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해발 1000m 이상 곰들의 주 서식지를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곰의 안위를 묻고 생태를 파악한다.
하지만 곰들이 건강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그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한다.
3년 전 올무에 걸려 한쪽 팔이 괴사한 KF-52 반달가슴곰은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새끼를 낳았다. 갓 태어난 새끼는 어미 곰의 모든 행동을 따라 하며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법을 터득해나간다.
제작팀은 이 곰 가족을 집중적으로 취재해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생태를 깊이 있게 전한다.
야생동물에겐 그들만의 길이 있다. 야생동물들은 그 길을 통해 먹이를 구하고, 물을 찾아내고 짝을 찾아 번식에 성공한다. 길이 곧 생명의 통로인 것이다. 그런데 그 길이 안전하지 않다면 어떤 문제들이 생기는 것일까.
2004년부터 시작된 종복원사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난관들이 산재해 있다.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만든 케이블카, 모노레일, 전기 열차, 그 밖의 신설 도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주는 관광시설일 수 있지만 반달가슴곰에겐 목숨을 위협받는 거대한 덫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반달가슴곰은 종자산포자로서 숲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자연과 인간을 위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형제봉에서 실시간 위치정보가 추적되지 않는 미확인 개체가 두 마리나 발견되었다. 이 곰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UM-29과 UM-30으로 명명된 반달가슴곰. '반달가슴곰친구들' 대표인 윤주옥씨는 미수신 개체인 이 곰이 20년간의 종복원사업에서 태어난 곰이 아닌, 자연에서 태어난 야생 반달가슴곰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한상현 연구원은 친자 확인 결과 UM-29의 유전자가 일치하는 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미확인 개체의 출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20년간의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의 최전선을 찾아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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