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SBS |
아이유는 최근 가수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좋은 날’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가수로서 최정상에 섰지만 너무 바쁜 스케줄로 인해 체력이 고갈돼 가수 활동을 잠정 중단한 것. 그런 상황에서도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와 SBS <일요일이 좋다> ‘영웅호걸’에 출연하는 등 여전히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 뉴스 프로그램인 SBS <나이트라인>에 출연해 “잠 좀 자고 싶다”고 얘기해 눈길을 끌기도 했던 아이유의 피곤과 힘겨움은 인터뷰를 위해 만난 대기실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정말 신기하게도 인터뷰가 끝난 뒤 무대에 오른 아이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지만 말이다.아이유보다 가요계의 흐름 변화가 먼저 감지된 곳은 Mnet <슈퍼스타K 2>였다. 가요계를 아이돌 그룹들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슈퍼스타K 2> 출연자들의 모습은 분명 색달랐다.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뛰어난 가창력, 게다가 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을 갖춘 출연자도 있었다. 특히 <슈퍼스타K 2> 출연자들의 노래가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는 점은 가요계 소비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변화의 신호이기도 했다.
▲ SBS 예능프로 <일요일이 좋다>에 출연 중인 아이유. 그는 노래 예능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능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제공=SBS |
요즘 가요계에서 최고의 디바로 손꼽히는 아이유라는 점을 놓고 봤을 때 겸손의 표시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전역에 강하게 불고 있는 K-POP 열풍의 근원이 탄탄한 연습생 제도임을 감안할 때 아이유의 얘기에도 분명한 의미가 있다.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까닭은 예쁜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예쁜 걸그룹은 일본에도 많다. 예쁜 외모에 실력까지 뛰어나다는 점이 인기 요인인데 소녀시대 멤버들 모두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탄탄한 기본기를 쌓았기 때문이다. 이는 요즘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 대부분의 공통적인 장점으로 2~3년 넘게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가 가능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아이유 역시 연습생 출신이다. 아이유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면 예선 탈락했을 거라고 말한 데에는 또 이유가 있다. 그 역시 20여 차례 오디션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구하라 씨엘 등과 함께 JYP엔터테인먼트(JYP) 오디션에서 탈락한 뒤 스타가 된 3인방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요즘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JYP의 박진영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자신을 탈락시킨 박진영과 함께 <드림하이> OST를 녹음한 뒤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어렵게 오디션에 통과한 아이유는 10개월여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중학교 3학년 때인 2008년 솔로 가수로 데뷔한다. 소속사 관계자는 “본래 대부분의 연습생이 그렇듯이 걸그룹 멤버로 키울 예정이었지만 연습생 기간 동안 지켜본 결과 다소 허스키한 아이유의 음색이 다른 연습생들과 조화를 잘 이루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솔로 가수로 데뷔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 솔로 데뷔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요즘은 (걸그룹 멤버들을) 부럽다는 생각은 안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가끔 대기실에 멤버들끼리 서너 명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샘나기도 하지만. 솔로다 보니까 가창력과 귀여움 등 걸그룹의 경우 대여섯 명이 각기 보여주는 매력을 혼자 다 보여주어야 하는 게 힘들기도 했죠. 그런데 이젠 혼자가 편해요. 제가 워낙 시끄러운 걸 싫어하고 사람들 많은 데 있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능력을 인정받아 중학교 3학년, 고작 열여섯의 나이에 데뷔할 수 있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얼마 전 아이유는 ‘영웅호걸’에서 고3 예비 졸업생을 위한 일일교사로 변신했었다. 비록 한 살 어리지만 사회 경험이 많은 아이유가 일일교사가 된 것. 이 자리에서 아이유는 “중3 때 데뷔했는데 잘될 줄 알았지만 보기 좋게 망했다. 욕도 많이 먹었다. 데뷔 무대에서 꺼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회사에서 앨범을 안 내주면 어떡하지, 공부도 못하는데 걱정이 많았다. 관객이 아예 없어도 되니까 노래 부를 무대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 놨었다.
▲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 출연 중인 아이유. 사진제공=KBS |
“윤상 윤종신 유희열 성시경 등 선배님들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그분들하고 친해졌는데 모두 친삼촌처럼 저를 많이 챙겨주고 도와주세요.”
팝칼럼니스트 김태훈 씨는 “외국과 달리 한국 가요계는 마치 기계로 찍어 내는 듯 비슷한 가수들이 양산되고 있다”면서 “반면 아이유는 가수로서의 색깔이 분명하고 뮤지션으로 영역을 확고히 하면서 가요계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최고의 디바, 뮤지션 등의 표현으로 아이유를 한정지을 순 없다. 연습생 시절을 거친 아이돌인 만큼 아이유는 예능과 연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만능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요즘엔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뚱뚱하고 못생긴 특수 분장을 하고 출연 중이다. 다이어트 등으로 차츰 예뻐지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인데 팬들은 ‘필숙몬 3단 변신’이라는 호칭까지 붙여줬다. 이런 모습엔 10~20대 팬들이 열광한다.
“연기는 처음이라 너무 떨려요. 그렇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부담을 많이 털어 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엔 시청률도 잘 나오기 시작해 조금씩 자신감도 생기고 있어요.”
연습생 출신의 아이돌, 최고의 디바, 뮤지션, 예능인, 그리고 배우까지 아이유는 요즘 가요계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아이유는 이제 고작 고3이 되는 어린 10대 소녀에 불과하다.
“고3이 되지만 대학 진학은 우선 접었어요. 캠퍼스 생활도 해보고 싶은데 연예계 활동에 매진하느라 대입 준비를 할 겨를이 없거든요. 대신 음악 공부를 게을리 하진 않을 거예요. 대학 진학은 제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잠시 미뤄둘 생각이에요.”
아이유는 만능엔터테이너를 중시하는 아이돌 스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돌이 갖추지 못한 가수의 기본 덕목에도 충실했던 것이 아이유 대세의 원동력이 됐다. 아이유로 인해 서서히 가요계 트렌드도 조금씩 변화할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카라제국 지고 아이유제국 둥실
걸그룹 열풍을 재미있게 표현한 네티즌들의 걸그룹 지도가 카라 분쟁과 아이유 대세를 거치며 요즘 최고의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