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원료 생산 추가계약 희망, 정부 모더나 투자 유치 추진…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예상
모더나는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외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 모더나는 한국 자회사 모더나코리아를 설립했다. 모더나코리아 법인등기부에 등록된 사업목적은 △mRNA 기반 의약품 연구개발 △mRNA 기반 의약품 수입, 마케팅 및 유통 △mRNA 기반 의약품 수출 등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23일 SBS 인터뷰에서 “잠재적으로 모더나 백신 생산 공장을 한국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술이전) 과정을 원활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문재인 대통령과 담당 부서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투자를 원하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도 모더나의 투자를 받기 위해 물밑에서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셀 CEO는 지난 5월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내 백신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시아 내 생산 및 사업 확대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이 모더나 투자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으로, 양 국가는 모더나에 유인책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모더나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지원이 마땅치 않으면 제3국을 선택하거나 아시아 지역 투자를 포기할 수도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모더나가 한국과 일본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백신 선구매인데, 모더나가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한국과 일본 중 더 많은 양의 백신을 선구매해주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계약에 성공했다. 지난 5월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와 코로나19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에 대한 완제 CMO(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크게 원료의약품(DS) 생산과 완제품(DP) 생산, 두 가지로 나눠서 CMO 계약을 맺고 있다. 이번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맺은 계약은 DP 계약으로, 백신의 포장 등을 담당한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3분기부터 백신의 무균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모더나 백신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인에게 가장 중요한 백신”이라며 “글로벌 백신 긴급 수요에 대응해 올해 하반기 초 상업용 조달이 가능하도록 신속한 생산 일정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백신 원액을 생산하는 DS 계약이 아닌 DP 계약에 그쳐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재 모더나와 DS 계약을 맺은 곳은 스위스 론자와 스페인 로비, 두 곳이지만 로비는 아직 생산 시설이 구축되지 않아 론자에서만 DS 생산이 진행 중이다.
모더나가 백신 생산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모더나가 국내 기업과 DS 계약을 맺는 대신 한국에 생산 설비를 구축해 직접 백신 DS 생산에 나서는 경우다. 이와 관련된 움직임도 있었다. 모더나는 5월 23일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잠재적인 한국 투자 및 생산 관련 논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MOU의 주요 내용은 △모더나가 한국에 mRNA 백신 생산 시설 투자와 한국의 인력 채용을 위해 노력할 것 △한국 정부는 모더나의 한국 내 투자 활동 지원과 비즈니스를 위한 협력을 하는 것 등이다. 산업부는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모더나의 한국 투자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더나가 한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모더나코리아가 연락책만 소수로 둔 지사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 마케팅, 전략, 영업, 회계 관련 인력을 채용해서 현지 법인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백신뿐 아니라 다양한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더나는 품목이 코로나19 백신 하나뿐이라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모더나코리아는 총괄매니저(General Manager), 의학 책임자(Medical Director), 약물 책임자(PV Director), 대관 책임자(Regulatory Affairs Director) 등의 인력을 채용 중이다.
모더나가 설비 투자를 하지 않으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DS 계약을 추가로 맺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인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와의 계약 발표 일주일 후인 지난 5월 31일 mRNA 백신 DS 생산 설비를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발표 자료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모더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DS 추가 계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설비 구축 이후 DS CMO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모더나와의 추가 계약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는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닌 다른 바이오 업체가 모더나와 DS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GC녹십자와 에스티팜, 한미약품 등이다. 녹십자는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유통 계약을 체결했고, 에스티팜은 mRNA 신약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자체 캡핑 기술을 갖춘 업체다.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 제2공장은 mRNA 백신 연간 1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4월 조직 개편을 하면서 mRNA 백신 등 플랫폼 확장 관련 연구개발(R&D)을 진행할 바이오3실을 신설했다. 그렇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 중이고,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도 생산할 예정이기에 모더나의 백신까지 생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더나의 입장 때문에 DS 계약을 맺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DS 계약을 맺은 업체는 모더나로부터 mRNA 백신의 DS 기술을 이전받아야 한다. 비단 코로나19 백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의약품에 mRNA 기술이 쓰일 수 있는 만큼 모더나는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DS 생산은 내재화 및 장기 계약을 통한 론자 독점 구조라는 큰 틀에서 바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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