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 ‘추천인 코드’로 가입 후 자발적 모객, BJ들 수수료 수익 상상 이상…향후 도박죄 처벌 가능성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 말처럼 최근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실시간 방송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개인방송 채널에서 다루는 암호화폐 거래는 현물보다는 대부분 선물·마진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선물·마진거래 모두 향후 코인 가격을 미리 예측해 베팅하는 투자 방법이다. 다만 현물거래와 달리 레버리지를 수십 배에서 많게는 125배까지 투입할 수 있다.
만약 비트코인 등 특정 암호화폐가 상승하는 데 베팅해 놓고 125배 레버리지를 사용한다면 1% 상승 시 125% 수익을, 하락에 베팅했을 때 1% 하락하면 125%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예측이 틀렸을 경우 약 0.8%만 반대로 향해도 125배 효과가 곱해져 베팅했던 금액이 전부 손실로 기록된다.
레버리지를 극단적으로 끌어다 쓰기 때문에 한순간에 초대박이 날 수도, 쪽박을 찰 수도 있다. 5월 19일 중국 발 폭락장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거나 전 재산을 다 잃는 투자자가 속출한 것도 마진거래인 경우가 많았다.
최근 개인방송 채널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레버리지 마진거래를 소재로 삼는 이유는 레퍼럴(추천인 코드)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레퍼럴 코드를 통해서 친구, 지인 또는 제3자가 가입하면 추천인 코드 소유주는 거래 수수료 일부를 지급 받는다. 암호화폐 거래소 입장에서 레퍼럴 시스템은 초기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마케팅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운영하고 있다.
유력 채널인 경우 동시 시청자가 몇만 명에 이를 정도인 경우가 많다. 시청자들이 레퍼럴 코드를 통해 가입하면 해당 채널은 시청자의 수수료를 나눠 받게 된다. 이 수수료가 상상 이상인 경우가 많다.
실제 2019년 자신의 채널에 레퍼럴 계정을 잠시 운영했던 A 씨는 1~2주일 활동해서 20여 명을 모객했다. A 씨는 “모객한 23명 중 약 7명이 10비트를 투자해 2000만 원 정도 레퍼럴 수익이 발생했다”면서 “내 레퍼럴 코드를 통해 가입한 23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레퍼럴로 모객을 하면 사다리의 맨 위에 있는 나에게도 ‘서브 커미션’이라는 추가 리베이트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개인방송이 이 같은 레퍼럴로 버는 수익 구조를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채널들은 ‘레퍼럴 코드로 가입 시 수수료 20% 할인’으로만 적어 놓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 때문인지 암호화폐 방송 규정을 변경했다. 5월 4일 아프리카TV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마진거래를 하면서 레퍼럴을 홍보하는 방송에 유료 광고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침을 공지했다.
A 씨는 “레퍼럴 코드는 단순 수수료 할인이 아닌 방송의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최근 유명 개인방송 채널들이 기존 진행하던 콘텐츠를 접고 암호화폐 거래 방송으로 넘어오는 것도 모두 이 레퍼럴 코드로 발생하는 수수료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2년 이상 레퍼럴로 활동한 방송인들은 그 수익이 1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레퍼럴 코드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비난할 수 있냐’며 항변하고 있다. 한 유명 암호화폐 인플루언서는 “레퍼럴을 통해 가입하면 수수료 20%를 절약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가입할 사람이 있다면 수수료를 절약하고 이를 추천해준 사람에 수익을 나누는 게 나쁘다고 볼 수 있나”라면서 “일반적인 사이트 회원 가입이나 하물며 신문 구독을 할 때도 추천인을 적는데 암호화폐만 나쁘게 볼 수 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레퍼럴 자체가 아닌 선물거래 특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암호화폐 투자자는 “전 세계 3위 시장인 브라질 선물 거래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2년 동안 300일 이상 거래한 투자자의 경우 돈 번 사람이 3%에 불과하다는 설명 영상을 최근 본 적이 있다”면서 “초보자나 영상을 보는 평범한 시청자를 마진거래로 이끄는 건 돈을 다 잃게 만드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신문 구독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더 나쁜 사람은 레퍼럴로 돈을 벌어 놓고 마진거래로 번 것처럼 부를 과시하는 사람들이다. 마진거래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을 모아서 사실은 그들이 내는 수수료로 배를 불리는 셈이다”라면서 “투자로 성공할 수 있다는 단꿈을 꾸게 해 시청자를 유혹하지만 현물보다 훨씬 어려운 게 마진거래다. 쉽게 접근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해외 마진거래 사이트 이용이 불법으로 처벌 받은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불법으로 처벌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암호화폐 마진거래 사이트를 홍보하는 BJ는 대부분 원화가 아닌 암호화폐로 거래하기 때문에, 혹은 해외사이트라서 처벌의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을 한다”면서 “현재 형법 규정상 도박죄는 현금뿐만 아니라 유무형의 자산을 걸고 하는 경우에도 성립한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마진거래가 도박죄에 해당이 안된다는 주장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8년 코인원 거래소는 최대 4배율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다 도박장 개설혐의로 경찰조사가 이뤄져 기소의견으로 송치가 됐다. 하지만 지난 4월 검찰에서 최종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몇몇 암호화폐 거래 방송 BJ들은 코인원 사례를 들어 처벌 받지 않는다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도 법조계에서는 ‘코인원과 현재 많이 이용하는 해외 마진거래 사이트는 다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한상준 변호사는 “코인원 사례에서는 4배 정도로 한정돼 고배율 마진 자체가 불가능해 ‘사행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모호했다. 그러나 현재 바이낸스, 바이비트, 비트맥스 등 해외마진 사이트에서는 100배 이상의 고배율 마진이 가능해 소위 ‘홀짝도박’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높다”며 “실제로 fx마진 사이트들이 도박장개설죄로 처벌 받고 현재도 수사가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홀짝식 도박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도박을 해도 처벌되는 것처럼 마진거래 사이트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기반을 둔 경우에도 한국인이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면 형법상 속인주의가 적용돼 범죄가 성립되고 처벌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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