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10만 원으로 장비 빌리고 음식은 밀키트로…‘흔적 남기지 않기’ 차박·혼캠 어때?
#차박으로 홀가분하게, 비박으로 미니멀하게
1980~1990년대엔 가족끼리 계곡에 텐트를 치고 물놀이 하고 백숙 끓여 먹으며 피서를 즐기던 모습이 곧 캠핑이었다. 서민 입장에서 가족끼리 만만하게 갈 수 있는 숙박 시설이 많지 않던 시절, 많은 경우 여름휴가는 곧 캠핑이나 야영의 다른 말이었다. 오랫동안 국내 캠핑 문화는 가족 문화였지만 요즘은 가족 단위는 물론 혼자나 둘이 즐기는 캠핑이 일상화됐다.
주말이면 자신의 소형 SUV로 차박을 즐긴다는 홍여진 씨(25)는 “차박을 하면 캠핑용품들을 내리고 싣고 펼치고 접고 하지 않아서 편하다. 둘도 좋지만 캠핑 장비를 차에 넣어두고 혼자서도 언제든 부담 없이 차박을 즐길 수 있다. 차박은 캠핑장비에 치이지 않는 좀 더 홀가분한 캠핑”이라고 말했다.
홍 씨는 “혼자 가면 번거로워서 음식은 잘 안 해 먹는다. 캠핑 가는 길에 간편식이나 콜드 푸드를 테이크아웃해 가거나 친구랑 가면 밀키트를 사서 간단하게 해 먹는다”며 “대신 충전해서 쓸 수 있는 알전구나 블루투스 스피커로 차박의 낭만을 더한다”고 했다.
차박러나 혼캠족의 흔한 캠핑 풍경이다. 젊은 캠핑족들은 가족 단위 캠퍼들처럼 먹고 마시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야외에서 고기 구워 먹으러 캠핑을 떠나거나 떡이 되도록 술 마시고 밤새 떠들며 간만에 스트레스를 풀던 캠핑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캠퍼들은 자연을 바라보며 멍 때린다는 의미의 낮에는 ‘물멍’이나 ‘산멍’, 밤에는 ‘불멍’을 때리(?)며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조용히 여유를 즐긴다.
제주에서 1인 비박세트를 5만 원 정도에 대여해 종종 혼자 미니멀 캠핑을 즐긴다는 오성민 씨(39)는 “미니멀 캠핑을 하면서 얼마나 삶의 번잡스러운 것들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 집 아닌 텐트에서 하루를 지내며 버너와 코펠로 밥 해먹고 별 일 없는 하루를 지내보면서 아무것도 없는 한 평 남짓 공간에서도 충분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꼈다”며 “일상을 채우던 내 주변의 물건들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님을 캠핑을 하면서 깨달은 후엔 일상 미니멀리즘까지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캠핑은 장비대여로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가는 여행족들이 국내 여행을 즐기게 되면서 제주에도 부쩍 캠핑족이 늘었다. 전망이 좋으면서 화장실이 있는 공영지나 주차장은 이미 차박 성지가 됐다. 함덕해수욕장이나 김녕해수욕장에는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무료 캠핑장이 있다. 화장실과 수도시설을 쓸 수 있어 편리하다. 물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능해수욕장과 곽지해수욕장, 종달리해변 등은 차박러들에게 인기 있는 차박지이자 차크닉 장소다.
제주도는 사설이나 공영 캠핑장 외에도 해변 인근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캠핑이나 차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 날씨 좋은 5월부터 10월까지는 곳곳에서 야영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해변 옆으로 화장실과 수도시설이 마련된 해변야영장도 요금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
덕분에 요즘은 차내 평탄화가 가능한 ‘차박용’ 차량이 제주 렌터카 시장에서도 가장 먼저 나간다. 가족 단위에는 중대형 SUV가, 커플이나 혼캠족에게는 소형 SUV나 실내 평탄화가 가능한 레이 같은 차량이 인기다.
제주까지 캠핑 장비를 가져가려면 너무 번거롭지 않느냐고 반문할 필요는 없다. 최근 제주 곳곳에 캠핑 장비를 대여해 주는 곳이 많이 생겼다. 피크닉세트부터 1박 이상의 차박용품, 캠핑용품, 비박용품 등을 두루 빌려주는데 1인 24시간 기준 5만 원 정도면 텐트, 매트, 침낭, 테이블, 의자 등 웬만큼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장비들을 대여할 수 있다.
코펠과 버너, 식기류 등을 빌리려면 3만~5만 원선을 추가하면 된다. 그 외에 캠핑의 감성을 더할 조명기구나 휴대용 스피커, 차량용 커튼이나 모기장, 셀카를 위한 장식품 등 취향에 맞는 장비를 따로 대여할 수 있다. 구스이불과 베개, 우드트레이 등 고급스러운 차박을 위한 호텔용 침구를 빌려주기도 한다. 2인 기준으로 10만 원 정도면 1박을 할 수 있는 텐트부터 식기류까지 풀세트로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중급 호텔 하루 숙박비 정도로 캠핑 장비를 대여해 제주에서의 캠핑을 경험할 수 있다 보니 캠핑장비대여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2박 3일 제주 여행을 간다면 하루는 캠핑, 하루는 호텔이나 리조트 숙박을 하며 제주를 즐기는 패턴도 추천할 만하다. 젊은층에게도 인기지만 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여행객 수요도 많다. 해변에서 간단히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그늘막이나 파라솔, 테이블‧의자 세트 등의 장비를 대여해 차크닉만 즐기기도 한다.
#LNT, 흔적 없이 바람처럼
캠핑 문화에는 LNT(Leave No Trace)라는 것이 있다. 1991년 미국 산림청이 주도한 운동에서 시작된 LNT는 ‘흔적 남기지 않기’의 의미로,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시작된 캠핑 문화다.
LNT는 단순히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되가져 온다’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야생에서 나무나 돌 등의 자연에 인위적인 흔적 남기지 않기, 지정된 등산로로만 다니기, 수질보호를 위해 호수나 계곡의 60m 이내에서는 야영하지 않기, 배설물 잘 처리하기, 모닥불 피우지 않기 등이 포함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특히 제주에서처럼 캠핑장이 아닌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할 때는 꼭 지켜야 할 기본 매너다. 최근 제주 해안의 인기 캠핑지나 차박지에서 인근 주민들이 여행객의 쓰레기 처리 등을 문제 삼아 캠핑이나 차박을 금지하는 현수막을 걸기도 하니 주의가 요구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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