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온라인 중심 재편 속 지점·인력 흡수 부담…분리 매각·단계적 철수는 노조 반발 커
#'딜' 성사 가능성은?
씨티은행은 6월 3일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 5월 27일에 이은 두 번째 이사회로 경영진이 매각 진행 경과를 보고한 결과, 복수 금융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으나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7월 중 전체 매각, 분리 매각, 단계적 폐지 중 어떤 방안을 추진할지 정하기로 했다. 인수의향자들이 소비자금융 전체에 대한 LOI를 냈는지, 부분 매각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계약상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씨티은행의 입장이다.
은행 측은 씨티그룹 본사가 지난 4월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 출구전략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소매금융 매각 논의를 시작했다.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대출 등으로 구성된 소비자금융 부문 전체 매각을 최우선 순위로 매각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를 통해 부분 매각, 단계적 폐지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금융사도 실사 정도는 해보자는 입장일 것”이라며 “자사와의 중복 고객 규모, 사업 구조와 역량 등을 실사해 매력적인 매물인지 들여다본 뒤, 아니라면 최종적으로는 발을 뺄 수 있다”고 봤다.
씨티은행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은 이전부터 많았다. 온라인 금융시장이 성장하며 오프라인 지점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씨티은행의 인력과 지점 흡수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카드사업부를 포함한 씨티은행 직원 수는 총 3477명이다. 지난해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1억 1200만 원에 달한다. 평균 근속연수도 18.4년으로 대형 시중은행보다 길고,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 산정비율이 높아지는 퇴직금누진제 적용 역시 부담 요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요즘 M&A(인수합병) 시장 자체가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무리해서 사지 않는 분위기다. 씨티은행의 장점은 많은 고객과 카드사 운영 정도인데, 리테일 금융(개인 및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 시장은 디지털 기반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환경이 변화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을 넓혀 영업력을 확장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분리 매각 시 인수자 있을까
부분 매각 역시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부분 매각 시 가장 높은 가치를 받는 것은 씨티카드 부문이다. 씨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지만 고액 자산가 및 충성 고객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마이데이터(개인신용정보관리) 사업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다수 고객의 데이터를 보유한 씨티카드 사업부문을 별도 인수하려는 후보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업황 자체가 좋지 못하다. 국내 카드사들은 정부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대출 규제,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과도한 마케팅과 부가서비스 금지 등 여러 규제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사업 확장이 어려운 처지다.
WM 부문 역시 고객들이 은행 두 곳 이상 등 복수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메리트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WM 역량만 놓고 보면,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출 서비스는 씨티은행이 국내 금융권을 따라갈 수 없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 기업은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와 카카오 등 빅테크·핀테크 기업, 현대카드 등 전업 카드사, DGB금융그룹, OK금융그룹 등이다. 이 중 하나금융지주와 현대카드는 인수에 관심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빅테크·핀테크 기업은 카드사업보다 가상자산에 더 관심이 많다. 업계에서는 이들 중 OK금융그룹, DGB금융그룹 등 제2금융권과 수도권 진출을 원하는 지방 금융지주 정도가 인수전에 참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결국 한 사업부라도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저가에 모든 사업부를 통매각하는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인수자가 관심이 없었던 사업부는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노조는 사업 철수는 물론 부분 매각도 강하게 반발하며 사측에 고용 승계 보장을 요구 중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지난 6월 2일 청와대, 금융위원회,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직원 고용 승계와 근로 조건 유지를 담보한 전체 매각에는 협력하겠지만, 부분 매각 또는 자산 매각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노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대대적인 전면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 측은 “이사회와 경영진은 출구 전략 진행 과정에서 고객 보호와 직원들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점과 불확실성 장기화는 고객과 직원 모두의 이익에 반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최선의 매각 방안에 도달하기 위해 세부 조건과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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