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IT업계에서는 특히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선도기업과 후발기업의 차이가 극명하고 후발기업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업종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한다. 선점효과와 함께 누가 트렌드를 주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한 IT 전문가의 말이다. 가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LG전자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지난해 10월 구본준 부회장으로 수장이 교체되고 옵티머스 시리즈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LG전자는 ‘스마트폰 대반격’의 시동을 걸었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안드로이드 원, 옵티머스 원, 옵티머스 큐, 옵티머스 마하 등의 다양한 기종의 스마트폰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수와 비슷하다. 세계시장으로 따지면 ‘윈도폰7’ 등이 포함돼 더 늘어난다. 2009년에야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 치고는 출시가 무척 빠르고 다양한 셈이다.
스마트폰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한 LG전자의 전략은 보급형으로 인지도를 넓히고 프리미엄급으로 저력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보급형으로 출시한 것이 ‘옵티머스 원’이다. 옵티머스 원은 ‘LG전자의 휴대폰 중 단기간에 가장 많이 판매된 기종’으로 기록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프리미엄급으로 LG전자가 야심차게 출시한 ‘옵티머스 마하’에 지난 1월 14일 심각한 결함(버그)이 발생함으로써 스마트폰을 향한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갈아 끼우기 위해 배터리를 분리하면 데이터가 초기화되거나 단말기가 아예 미개통 상태로 돌아가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옵티머스 마하에 버그가 발생하기 직전 구본준 부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어록’을 인용해 품질경영을 강조했다. “가령 100개 가운데 1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어도 다른 99개가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 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그러나 곧 옵티머스 마하의 버그로 인한 생산중단으로 구 부회장은 체면을 구겼다.
LG전자 측은 “PC에 가까운 스마트폰에서 버그 발생은 빈번한 일이다. 다른 회사 제품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LG전자만의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옵티머스 마하의 버그 발생을 구 부회장과 LG전자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1월 17일 펌웨어(Firmware·기본 프로그램)를 업그레이드해 공개하고 재출하를 발표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는 PC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가 거의 다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건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하느냐다”라고 꼬집었다. 사실 LG전자는 스마트폰과 관련해 적지 않은 소비자들로부터 이런저런 원성을 사고 있다. 그 핵심은 ‘여러 기종을 잇달아 출시하고 보자는 생각보다 하나를 출시하더라도 제때 업그레이드하고 품질이 좋은 것으로 생산해달라’는 것이다.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라’라는 창업주의 꾸중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조급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LG전자가 ‘과속’한 것일 수 있다”며 “자칫 조급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해서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린다. 먼저 노근창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를 통해 스마트폰 가격을 올릴 경우 경쟁사 스마트폰과 가격대가 중복돼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반면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스마트폰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빠른 듀얼코어 스마트폰 출시로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며 “옵티머스 시리즈로 1분기 상승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이 언급한 LG전자의 듀얼코어 스마트폰은 ‘옵티머스 2X’다. 지난 1월 14일부터 SK텔레콤을 통해 사전 예약되고 있는 옵티머스 2X의 반응은 현재까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또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블랙’을 당초 올 2분기에서 1분기 중후반으로 앞당겨 출시할 예정이다. 옵티머스 블랙은 얇은 기기, 가벼운 무게, 밝은 화면에 중점을 두었다. “LG전자의 디스플레이 기술과 디자인 노하우가 집약된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그러나 예정보다 앞당겨 출시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LG전자는 또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TE는 이동통신으로 초고속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LG전자는 LTE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 아래 독자 개발한 LTE 통신칩을 탑재하고 4.3인치 풀터치 LCD, 안드로이드 2.2(프로요) 버전 운영체제, 500만 화소 카메라, 전면 카메라 등을 장착한 스마트폰 ‘LG레볼루션’을 공개하며 의욕을 보였다. LG레볼루션은 상반기 중 국내에 정식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대반격’의 성패는 올 상반기에 결정 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올 여름 구본준 부회장과 LG전자가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준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