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만드는 기술을 ‘미술’이라고 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기에 부담감이 없고, 자꾸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으며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감정이 생기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재단하는 기준은 시대나 환경에 따라 다르다.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르네상스 이후 세계는 다양한 가치관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아름다움에 대한 주관적인 개념도 생겼다. 그런 탓에 보통은 아름답다고 느끼기 어려운 것에서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으려는 예술가들의 시도와 노력이 꾸준히 있었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오는 다리 역할을 했던 이탈리아 천재 화가 카라바조는 추한 인물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의 실체에 접근하려고 했다. 또 낭만적 사실주의 천재 화가로 평가되는 제리코 역시 시체나 절단된 동물의 사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아내려고 했으며, 스위스의 상징주의 화가 뵈클린은 죽음의 모습에서 괴기스런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독일과 북유럽의 표현주의 화가들은 아름다울 수 없는 이미지를 주제 삼아 아름다움의 영역을 넓혔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우울, 불안, 공포 같은 것에서, 독일 화가 콜비츠는 가난과 굶주림의 고통에서 아름다움의 또 다른 얼굴을 포착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끈 프란시스 베이컨은 마약과 동성애, 폭력으로 버무려진 뒤틀린 인간상에서 끔찍한 아름다움을, 충격적 이미지로 스타가 된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엽기적 아름다움을 통해 이 시대가 고민하는 아름다움의 모습을 제시했다.
이들은 왜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통해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했을까. 아름다움의 개념이 시각적인 감각 울타리 너머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진실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송인의 회화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받는다. ‘검은 그림’ 작가로 알려진 그의 작업은 일반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보기에 편안하지 않은 회화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물을 주제로 시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가 제시하는 현장에는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인 경우가 많다. 시대를 기록하는 인물을 주제로 삼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의 힘든 얼굴부터 생활의 굴곡이 새겨진 노인, 어머니의 얼굴 등을 그려낸다.
그리는 방법 또한 비범하다. 먹으로 검은 바탕을 만들고 수정테이프를 붙여서 인물을 그린다. 작가는 자신의 회화가 시대의 거울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백소연 웹디자이너 maxdesig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