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 2년여 만에 검찰이 기소…법조계 “유죄 판결 땐 초범 감안 집행유예 가능성”
모든 것은 2019년 초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면서 급변했다. 승리로 시작된 불씨가 YG로 확대됐고 그 즈음 꺼진 불씨로 보였던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김한빈) 마약사건까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악재가 거듭되며 양현석 전 대표는 ‘성매매 알선 혐의’ ‘해외 상습 도박 및 환치기 혐의’, 그리고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혐의’ 등 세 건의 사건에 휘말린다. 이로 인해 지난 3년여 동안 양 전 대표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경찰서와 검찰청, 그리고 법원을 오가는 모습들이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됐다.
#법원의 물음표, 검찰의 마침표
가장 화제성이 컸던 ‘성매매 알선 혐의’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가볍게 넘었지만 ‘해외 상습 도박 및 환치기 혐의’에선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상습 도박’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은 ‘단순 도박’으로 봐 벌금 1000만 원의 약식기소를 결정한 것이다. 이후 법원이 정식 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판이 열렸으나 결국 단순 도박으로 인정돼 벌금 1500만 원 선고로 재판은 마무리됐다.
사실 법원은 상습 도박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정식 재판에 회부했지만 재판에서 이 부분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판결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혐의 내에서 이뤄지는데 검찰이 단순 도박으로만 기소했기 때문이다. 선고 과정에서 재판부는 “검찰에 (상습 도박 혐의를 추가하는 등) 공소장 검토를 명했으나 검사가 정정하지 않았다”며 “공소제기 한 내에서만 형을 정할 수 있어 이 같은 판결을 내린다”고 밝혔다.
단순 도박이라며 약식기소로 ‘마침표’를 찍으려 한 검찰에 법원이 정식 재판 회부로 ‘물음표’를 던졌지만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으며 다시 ‘마침표’를 꺼내 든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한 법원은 검찰이 구형한 벌금 1000만 원보다 500만 원 더 높은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하는 정도에서 판결을 마무리했다.
#‘1년 이상의 유기징역’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5월 28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는 양현석 전 대표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 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선 두 사건에서 불기소와 약식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이 이번엔 양 전 대표를 정식 기소했다. 세 번째 사건에서야 비로소 검찰의 기소를 통해 정식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다.
2020년 4월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양 전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13개월여 만에 기소가 이뤄졌다. 공익신고자인 한 아무개 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한 것이 2019년 6월임을 감안하면 2년여 만에 이뤄진 기소다. 당시 권익위는 사건을 대검찰청으로 이첩했고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경찰 수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진행해 2020년 4월 수원지검으로 송치했고, 2020년 5월 사건이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돼 1년가량 검찰수사가 더 진행됐다.
사건은 2016년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한 씨가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을 진술했지만 양 전 대표의 협박으로 진술을 번복했다는 내용이다. 양현석 전 대표는 한 씨를 협박해 경찰 조사에서 비아이 관련 진술을 막았다고 판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상 보복 협박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양 전 대표는 한 씨를 미국으로 도피시키도록 지시한 범인도피교사 혐의도 받고 있지만 이 부분은 기소 내용에서 빠졌다. 이 혐의에선 한 씨의 도피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한 씨의 전 소속사 대표가 핵심 증인인데 그가 현재 라임펀드 사기 사건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범인도피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려 사법 처리를 잠시 보류했다. 이 부분은 한 씨의 전 소속사 대표가 국내로 들어오면 다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표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만약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 5조의 9(보복범죄의 가중처벌 등)는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해 고소·고발 등 수사단서의 제공, 진술, 증언 또는 자료제출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협박죄를 범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나오게 되지만 법조계에서는 초범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실형보다는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비아이 역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비아이는 2016년 4~5월 한 씨를 통해 대마초와 마약의 일종인 LSD를 사들인 뒤 일부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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