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폴킴·이석훈 ‘다시 부르기’ 대열 합류…레트로 흐름 편승해 아이돌 일색 시장 돌파구 찾기
#누가 다시 불렀나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조이는 최근 스페셜 앨범 ‘안녕’을 발표했다. 같은 그룹의 멤버 웬디에 이어 두 번째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그의 선택은 리메이크였다.
이 앨범에는 타이틀곡 ‘안녕’(박혜경)을 필두로 ‘Je T'aime’(헤이), ‘Day By Day’(애즈원), ‘좋을텐데’(성시경), ‘Happy Birthday To You’(권진원), ‘그럴때마다’(토이) 등 과거 원곡이 발표됐을 당시 큰 인기를 누렸던 명곡들이 담겨 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측은 “1990∼2000년대 많은 사랑을 받은 명곡을 조이만의 색깔로 리메이크한 6곡이 수록되어 있다”며 “조이의 매력적인 음색과 뛰어난 가창력,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 감성을 만나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조이가 리메이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성공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로 베이시스의 노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를 불렀다. 조이는 앨범 발표에 맞춰 진행된 온라인 음악감상회에서 “지난해 리메이크곡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옛날 노래와 내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원곡의 감성을 절대 해치지 말아야 한다’가 원칙이었다. 제 목소리로 담을 수 있는 감성이 뭘까 고민하면서 ‘엽기적인 그녀’ 같은 영화도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음원 강자로 주목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폴킴 역시 리메이크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5월부터 시작된 리메이크 프로젝트 ‘첫 번째 수학여행-써머리’에 참여하며 쿨의 ‘해변의 여인’과 성시경의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를 재해석했다. 두 노래 모두 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에 이른 더위에 발맞춘 ‘서머송’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수 이석훈은 아예 11년 전 자신이 발표해 히트한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를 다시 불렀다. 이 노래를 만든 로코베리와 듀엣으로 나선 이석훈은 원곡과는 달리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풍성한 사운드로 무장한 리메이크곡으로 추억을 자극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처럼 듀엣 버전으로 재탄생된 또 다른 리메이크곡도 있다. 2001년 발매된 샵의 4.5집 앨범 타이틀곡인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은 가수 청하와 콜드가 함께 부른 듀엣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작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함께 부른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은 마음을 일대일로 주고받는 남녀 듀엣 곡으로 새롭게 편곡됐다”며 “일부 랩 파트를 축소하고 보컬에 더욱 강점을 실어 현시대에 걸맞은 트렌디한 감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왜 다시 불렀나
이는 최근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가요계의 전성시대라 불린 1990∼2000년대 히트곡과 이를 부른 가수들이 다시 주목받으며 자연스럽게 리메이크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이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JTBC ‘슈가맨’을 통해 잊힌 가수와 명곡들을 부활시키는데 성공했던 방송인 유재석은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다시금 유사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최근에는 활동이 뜸한 남성 보컬 그룹 시장을 부흥시키기 위해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를 만들며 미디엄 템포곡으로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SG워너비를 재조명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명곡 ‘내 사람’, ‘라라라’, ‘살다가’, ‘타임리스’ 등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록발라드 열풍을 주도했던 가수 김정민이 MSG워너비의 멤버로 포함돼 그의 노래 역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현재 가요계는 독식 현상이 두드러진다. K팝의 세계적 인기와 더불어 아이돌 그룹들이 대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반적인 앨범 발표 형식으로는 대중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2020년부터 주목받은 트로트는 TV조선 ‘미스터트롯’ 시리즈와 함께 출연자들의 사연이 결부되며 폭발성을 띠게 됐다. 2020년 여름을 강타한 ‘다시 여기 바닷가’도 ‘놀면 뭐하니?’의 서사가 일군 결과물이다. 결국 최근 리메이크 열풍 역시 음악적 자생력을 갖고 성장했다기보다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를 포함한 레트로 열풍에 기댔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가요계에 다양성이 사라진 지 오래다. 과거 ‘가요톱텐’ 시절에는 김수희의 ‘애모’와 서태지와아이들의 ‘하여가’가 1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등 여러 장르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돌 일색”이라며 “이런 풍토 속에서 대중의 입맛에 맞춘 리메이크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중음악 시장이 대중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반적인 방식으로 신곡을 내고 활동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방증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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