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관심 멀어지면 활동 시들…시한 따로 없어 흐지부지되는 사례 많아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한반도평화특별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북미 대화의 여건을 조성한 만큼, 민주당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특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특위 위원장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민주당 한반도TF 등을 역임한 송영길 당대표가 직접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대표는 한반도평화특위뿐만 아니라 탄소중립특별위원회와 가덕신공항특별위원회의 위원장도 맡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여러 비상설특별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거나 새로 발족하고 있다. 송 대표 취임 후 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표)와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위원장 변재일)를 확대 개편했다. 부동산특위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화가 난 민심을 잡기 위해 종부세·재산세·양도세 등 세제와 대출규제 등 안건을 고심하고 있다.
기존의 백신특별위원회는 코로나백신·치료제특별위원회(위원장 전혜숙)로 명칭을 바꿔 가동했다. 백신·치료제특위는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방안 가운데 하나인 백신 휴가와 백신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국내 백신 개발과 백신 외교에 대한 지원 방안도 다루고 있다.
이 외에도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민) 재정분권특별위원회(위원장 김영배) 자본시장특별위원회(위원장 김병욱) 새만금그린뉴딜위원회(위원장 안호영) 등 특위를 구성했다. 미디어혁신특위는 포털 뉴스의 혁신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에 대한 입법 추진을 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등 검찰개혁을 다룬 검찰개혁특별위원회도 재가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도 여러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국민의힘은 6월 9일 ‘군 성범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장에는 정진석 의원이 임명됐고, 당내 국방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 8명과 원외 위원 3명 등 총 12명이 위원을 맡는다.
정진석 위원장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면피성 사과와 공군참모총장의 경질만으로 끝낼 일은 아니다”라며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 썩어빠진 군 조직 문화를 완전히 뜯어 고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위는 이번 사건 후속조치로 국회 청문회 개최와 국정조사, 특검 수사 등을 직접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위원회(위원장 유의동) 부동산특위(위원장 송석준), 가상자산특위(위원장 성일종) 등을 만들어 문재인 정부 실정을 공격하고 있다.
이처럼 특위는 부동산, 백신, 검찰개혁, 군 비리 문제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현안을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각 정당의 특위가 의욕을 가지고 발족할 때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활동은 줄고, 그렇다고 해체는 하지 않는,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의 당헌당규에는 비상설 특위를 구성할 때는 활동시한을 정하도록 한다. 민주당 당규 제5호 중앙조직규정 제63조 특별위원회 구성에 따르면 ‘비상설특별위원회는 활동시한을 정해 구성한다. 다만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활동시한을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국민의힘 당헌 제3장 당기구 제44조 특별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 특위를 출범시킬 때는 따로 활동시한을 정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내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의원 측 관계자는 “특위를 발족하면서 따로 시한을 정하고 시작하지 않는다. 보통 특위는 개혁에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구성 목적에 따른 개혁입법이 완료되면 임무를 다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입법 및 법 시행이 특위 해체 시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특위의 활동시한은 당대표의 임기와 같이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상설 특위의 구성은 당대표 및 지도부의 관심사가 크게 반영된다. 기존에 운영되던 특위도 당대표가 바뀌면 위원장이나 위원의 인선이 바뀐다”며 “이에 당대표의 임기와 특위는 같이 간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정치 이슈가 불거졌을 때 이에 대한 수습방안으로 특위가 구성되다보니,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면 특위 활동도 흐지부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특위가 발족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당대표가 참석해 회의를 열고, 공청회도 갖는다. 하지만 현안이 지나가고 국민들도 다른 일에 관심이 넘어가면 특위 활동은 급격히 줄어든다. 그럼 특위 명칭만 유지되다가, 당대표가 교체되면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 입법도 이뤄지지 않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과거 수많은 특위에서 활동했던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정치 현안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해결이 되고 매듭지어지지 않는 것이 많다. 그러다 보니 특위를 쉽사리 해체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흐지부지 끝이 나는 특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특위들도 있다. 검찰개혁 특위의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성과를 이뤄냈다. 현재도 적극적으로 다시 활동 재개를 추진 중에 있다”며 “결국 국민들의 관심과 소속 의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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