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에 쓴맛 본 롯데 사활 걸 가능성…가격 차이 인한 유찰 가능성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
#간절함이 승부 가를까?
7일 열린 이베이코리아 최종 본입찰에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가 참여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를 인수하는 첫 사례이자, 롯데와 신세계가 맞붙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베이는 국내 3위(점유율 12%)로, 20년간 영업을 하면서 쌓아온 오픈마켓 운영 노하우와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강점이다. 1450만 명의 고객과 30만 명의 셀러(판매자), 2억 개의 상품군을 보유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흑자를 냈고, 거래금액도 지난해 20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온라인 플랫폼 성장이 더딘 롯데와 신세계 이마트가 인수하면 단숨에 점유율이 늘고 플랫폼 영향력이 생긴다.
네이버의 참전 소식은 인수전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얼마 전 지분을 맞교환한 신세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제휴를 맺어 물류 경쟁력도 확보했다. 이베이까지 인수한다면 훨씬 더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강력한 인수 후보로 롯데를 꼽는다. 인수 의지가 더 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 이베이코리아 출신 임원을 롯데온 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롯데는 대규모 투자로 통합몰 롯데온을 론칭했지만 사실상 실패해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패를 만회할 유일한 카드로 이베이 인수가 꼽힌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점유율 10% 정도인 이베이 인수 메리트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공산품 온라인 유통시장 패권은 쿠팡과 네이버로 이동 중이다. 자칫 승자의 저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와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와 관련해 "쿠팡의 막강한 배송 인프라와 경쟁해야 하기에 이베이 인수 후에도 추가적인 물류센터 투자가 필요하다. 쿠팡의 역마진 정책을 감안하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베이의 자체적인 고객 유입이 40~50% 수준이고 나머지는 네이버 검색을 통한다는 점에서 채널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관건은 가격이다. 이베이가 기대하는 가격은 5조~6조 원인데 인수 희망군은 3조 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유찰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와 관련,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롯데온과 쓱 등 자체 온라인 채널에서도 잘 못하는 부분을 플랫폼 경쟁력 낮고 네이버 의존도 높은 이베이를 산다고 잘되겠느냐”며 “롯데는 온라인사업을 자체적으로만 하고 있으니 파트너를 마련하고자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선 것인데 3조 원 이상을 부르진 않을 듯하다. 유찰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인수 의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있다. 이베이보다는 요기요 인수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 신세계는 쓱을 주체로 지난 5월 요기요 예비 입찰에 참여했고, 현재 숏리스트에 다수의 사모펀드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베이 인수 파트너인 네이버 역시 이미 자체 영향력이 강한 쇼핑플랫폼인데다 미래에셋과 현대백화점, CJ그룹 등 많은 기업과 제휴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큰돈을 들여가며 이베이 인수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커머스업체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인수 가격을 높여 롯데에 부담을 주려고 들어간 듯하다. 이베이의 운영 방식, 쌓은 데이터 등을 실사할 기회를 얻으면서 롯데를 압박해 가격을 높이면 승자의 저주도 같이 선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거래 방식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현금을 3조 원 내서 살 건지, 인수 후 별도 법인을 만든 다음 쿠팡처럼 미국 시장에 상장해 엑시트하는 식으로 옵션을 넣어 거래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순발력 있는 온라인 사업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도 관심거리”라며 “네이버-신세계가 인수하면 시장은 이들과 쿠팡 2강 체제로, 롯데가 인수하면 3강 체제로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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