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각각 수준 높은 대륙 내 국가대항전을 치르기도 한다. 유럽의 유러피언 챔피언십(유로)은 유럽 내 주요 국가들이 대거 참가하기에 '작은 월드컵'이라는 별칭이 있다. 남미에선 코파아메리카로 불리는 국가대항전이 열린다. 이는 1916년 창설된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는 대륙별 축구대회다. 월드컵보다 역사가 길다.
이처럼 대륙 내 대회지만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두 대회가 이번 여름 동시에 열린다. 유로는 6월 12일, 코파아메리카는 13일 개막, 각각 약 1개월간 대회를 치른다. 유로는 예선을 거친 24개국, 코파아메리카는 초청국 없이 10개국이 우승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세계 최고 스타들이 활약하는 유럽 축구 리그가 모든 일정을 마쳤지만 축구 팬들이 '잠 못 드는 밤'이 다시 시작된다.
#피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영향
대부분 스포츠 종목이 그렇듯, 이들 대륙별 국가대항전도 코로나19의 영향력 내에 있었다. 두 대회 모두 지난해 개막이 예정돼 있었지만 연기됐다.
유로는 대회 구조상 연기가 불가피했다. 대회 창설 60주년을 맞은 이번 대회는 유럽축구협회가 '하나의 유럽'을 모토로 1, 2개국에서 모여 대회를 치르는 것이 아닌 11개국에서 분산 개최를 기획했다. 의미는 좋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각국 대표팀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경기를 치르는 방식은 더 큰 감염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회는 1년 뒤로 미뤄졌다.
코파아메리카는 더욱 변동이 심했다. 당초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의 공동개최가 예정돼 있었지만 양국의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탓에 개최지가 브라질로 변경됐다. 개막 전 1~2개월 사이 일어난 변화였다. 개최 시기는 2021년이지만 기존의 공식 명칭인 '유로 2020'을 그대로 유지한 유로와 달리 대회명은 '코파아메리카 2021'로 달라졌다.
#옛 영광 재현 노리는 프랑스
이번 유로에서 우승 후보로 첫손에 꼽히는 팀은 단연 프랑스다. 막강한 전력에 '우승이 아니면 실패'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프랑스 대표팀은 지난 5월 18일 대회에 나설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예비 명단을 공개하고 '옥석 고르기' 과정을 거친 일부 경쟁국과 다른 모습이었다. 일종의 자신감 표출이기도 했다. 3년 전 월드컵 우승 당시 주역인 라파엘 바란(레알 마드리드),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은골로 캉테(첼시),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킬리앙 음바페(파리생제르망) 등이 모두 남아 있고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약점으로 꼽히던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는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가 합류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가장 화려한 선수진을 자랑한다.
스타 군단 프랑스에서 현재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미드필더 캉테다. 중원에서 놀라운 활동량으로 소속팀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4강, 결승에서 모두 맨오브더매치(MoM)에 선정됐고 축구 선수 개인으로서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 수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수비적인 역할을 맡는 미드필더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조국 프랑스의 우승에도 공을 세운다면 캉테의 발롱도르 수상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프랑스는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대회 2연속 석권을 노리고 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우승 이후 유로 2000까지 쓸어 담았던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등이 이끌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는 헝가리, 포르투갈, 독일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에 편성돼 더 많은 눈길을 끌고 있다. 포르투갈, 독일 역시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국가다. 포르투갈은 지난 대회(유로 2016)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기량이 하락세다.
하지만 20대 초중반의 젊은 자원들이 괄목할 만큼 성장하며 팀의 전력은 오히려 지난 대회보다 나아졌다는 평이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후벵 디아스(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핵심 브루노 페르난데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에이스 주앙 펠릭스 등에 많은 기대가 쏠린다.
독일은 2006년부터 팀을 이끌어온 요아힘 뢰브 감독과 함께하는 마지막 대회다. 지난 월드컵에서 실패를 맛보기도 했지만 뢰브 부임과 함께 독일은 전성기를 달려왔다. 마지막 대회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려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A조의 이탈리아, B조 벨기에, D조 잉글랜드 등이 프랑스, 포르투갈 등을 위협할 우승 후보로 꼽힌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각 리그 일정이 뒤엉켜 체력 문제를 호소하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26명의 엔트리로 대회가 진행된다. 통상 23명의 엔트리를 꾸렸던 것에서 3명 늘어난 것이다. 경기 중 교체 가능 인원도 3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탄탄한 선수층과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트로피의 주인공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축구 황제의 염원 이뤄질까
코파아메리카의 관전 포인트는 리오넬 메시의 우승컵 획득 여부다. 메시는 21세기 축구 황제로 불린다. 기존 황제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선수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라리가 우승 10회를 포함해 35개의 크고 작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메시 개인으로도 21개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했으며 축구선수로서 최고 영예라는 발롱도르를 6회나 수상했다.
현역 최고를 넘어 역대 최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메시지만 단 한 가지 없는 게 있다. 바로 국가대표팀에서 우승이다. 축구황제 펠레, 마라도나 모두 조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메시와 오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유로 2016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우승 직후 라커룸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면서 기쁨을 표한 바 있다.
반면 메시는 국가대표로 144경기(72골, 10일 기준)를 소화하며 단 하나의 우승컵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4번의 월드컵에서 준우승 1회, 5번의 코파아메리카에서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번번이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좌절감에 눈물을 보일 때도 있었고 잠시 대표팀을 떠나기도 했다. 메시가 대표팀에서 거둔 성과는 U-20 월드컵 우승, 올림픽 금메달이 전부다. 성인 대표팀에서 우승은 경험하지 못했다.
메시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메시가 전성기를 구가하는 동안 코파아메리카는 유독 대회가 불규칙적으로 연거푸 열렸다. 4년 주기로 치러 오던 2015년 대회 이후 2016년에는 대회 100주년을 기념하며 별도로 또 한 번 대회를 치렀다. 이후 2019년 대회를 치렀지만 개최 주기를 유로와 맞춘다는 명목으로 이번 대회 개최가 결정됐다. '메시에게 우승컵을 선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일었을 정도다.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은 메시에게 이번 대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원은 10개국으로 많지 않다. 이에 코파아메리카는 2개국을 초청해 12개 참가팀을 맞춰 대회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초청국의 참가가 무산됐다. 대회 규모가 줄어든 부분이 우승을 노리는 메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5팀씩 2개조로 나눠 각조 4위까지 8강에 진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8강 진출 과정이 험난하지 않기에 체력을 안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볼리비아,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 유로 2020 조편성
A조 - 터키 이탈리아 웨일스 스위스
B조 - 덴마크 핀란드 벨기에 러시아
C조 -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오스트리아 북마케도니아
D조 - 잉글랜드 크로아티아 스코틀랜드 체코
E조 - 스페인 스웨덴 폴란드 슬로바키아
F조 - 헝가리 포르투갈 프랑스 독일
조별리그 이후 16강 토너먼트 진행
◎ 코파아메리카 조편성
A조 -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B조 -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
조별리그 이후 8강 토너먼트 진행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