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유럽에서는 30대에 집권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이런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바람이 보수 정당으로부터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는 36세다.
1971년 고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40대 기수론’이라는 바람이 분 적은 있었지만, ‘30대 기수’는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처음 있는 현상이다. 그만큼 혁명적이고 충격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준석 대표로 상징되는 변화의 바람은 한국 정치판 세대교체로 이어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바람은 아직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30대 대표의 탄생은 이번 전당대회의 시기적 특성과 맞물린 현상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시기적 특징이란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대선을 9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치러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대선을 앞둔 시기에는 당심이 민심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민심이 당심을 끌고 간다는 것인데, 이는 ‘대선 승리를 위해 민심을 무시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당심의 절박감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다. 당원 조사에서 이준석 대표는 나경원 후보에게 3.52%포인트(p) 뒤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은 것은 민심이 당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젊음의 돌풍’은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만들기 시작했고, 당심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만일 지금이 대선을 앞둔 시점이 아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젊음의 돌풍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을 꼽자면, 지금까지 죽어 있었던 보수의 ‘전략적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다.
보수의 전략적 감각은 과거에는 나름 상당한 빛을 발했다. 2012년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에 당시 20대 여성 정치인 손수조 후보를 공천했었다는 점만 봐도 과거 보수의 전략적 감각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감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지난 보궐선거의 압승은 사라진 전략적 감각을 회생시켰다.
만일 전략적 감각이 살아나지 않았다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도 민심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당심은 이념적 경직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전략적 감각의 회생이 당심을 민심에 따르게 만들었고, 그 결과가 변화의 태풍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민주당을 수세에 몰아넣고 있다. 여야 영수회담 하는 그림만 봐도, 여야 당 대표의 회동 사진만 봐도 민주당이 변화에 뒤처졌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뭔가를 하려들 것이고, 민주당의 지지자들 역시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 예상의 중심에 박용진 의원이 있을 수도 있다.
한길리서치가 6월 5~7일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박용진 의원이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 부분은 민주당의 입장에서 변화의 바람을 대선에서 일으키려고 할지 모른다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대선 승리를 위한 여야 사이 ‘변화의 경쟁’은 시작된 것 같다. 변화를 잘 이끈 쪽이 승리한다면 이번 대선은 가장 바람직한 모양새의 대선이 될 것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