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역 뒤로 맛집·점집·빈티지숍 즐비…바다 근접 최고 골목상권 선정 ‘힙스터’ 천국
#해운대 '핫플' 해리단길
해리단길은 해운대 ‘핫플(핫플레이스)’이다. 2017~2018년부터 폐역 뒤로 하나둘씩 생겨난 가게들이 어느새 30~40개나 된다. 소박하고 특색 있는 가게들이 모여 해리단길의 이색적인 거리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국엔 이렇게 경리단길의 이름의 따 그 지역의 지역명과 리단길을 붙여 ‘OO리단길’이 유행 중이다. 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리만 해도 전국에 20곳이 넘는다. 일명 ‘리단길’들은 좁은 골목에 트렌디한 카페와 특색 있는 식당들, 갤러리와 문화공간, 게스트하우스와 숍 등이 모여 젊은 감각을 뿜으면서도 동시에 옛 동네의 편안함을 주는 특징이 있다.
대개 리단길은 복잡한 중심가나 신시가지와는 다르게 여유와 소소한 낭만이 흐르는 옛길이나 옛 동네다. 규모가 크고 번지르르한 대형 상점이나 프랜차이즈 카페 대신 그 지역이나 개인의 특성을 살린 소규모 가게들이 자기들만의 개성을 뽐내며 늘어서 있다. 자본가들이 아닌 지역상인, 주로 젊은이들에 의해 꾸려진다는 특징도 보인다.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나 레트로 분위기를 한껏 살린 식당과 카페가 거리에 멋을 더한다. 보통은 작은 골목들이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도로를 끼고 있어도 왕복 2차선 정도라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해리단길도 여느 리단길들처럼 작은 골목길들이 마을의 집들이나 소소한 편의시설들과 사이좋게 어우러져 있다. 주거지 사이로 가게와 식당들이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며 거리의 풍경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느 한 세대만을 위한 골목이 아니라서 더 좋다. 2030 데이트족과 4050 나들이객, 6070의 주민들이 골목의 공간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채우고 있다. 주말이면 한 테이블 안에도 세대는 쉽게 어우러진다.
#카페‧ 소품숍이 주택가와 어우러져
폐역이 된 동해선 해운대역은 부산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과 붙어있다. 해운대역 어느 출구로 나오든 바로 옛 해운대역이 보인다. 외지인이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리단길들과는 달리 해운대 바닷가와 걸어서 10분 거리라 바다와의 접근성이 좋다.
옛 해운대역은 푸른 기와를 얹고 있다. 아담한 역사를 옆으로 끼고 철길을 건너면 바로 해리단길이다. 부산 토박이 몇몇이 스쳐 가며 “예전엔 해운대에서 잘 사는 동네 좌동이랑 못 사는 동네 우동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길을 통해 가니 바로 옆 동네”라고 한다.
해리단길이 있는 우동은 해운대구에서 좀 낙후된 지역이다. 해리단길 곳곳에는 재개발 관련 현수막이 간혹 붙어 있다. 기찻길 너머는 해운대구의 상징인 고층 아파트의 연속이다. 해운대역을 통과하면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가 버리고 말 것 같다.
해리단길은 옛 동네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을 뿐 그리 낡지 않았다. 아주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1980년대 흔한 동네 풍경 정도로 정감이 있다. 옛 주택을 소박하게 다시 꾸며 카페로 만들거나 옛 구멍가게를 소품숍으로 만들거나 옛 건물 구조를 그대로 살려 레스토랑을 만든 덕에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해리단길에는 버거숍, 피자집, 태국레스토랑, 우동집, 만두집, 디저트카페, 루프탑카페, 고메빵집을 비롯해 장난감가게, 꽃가게, 소품숍, 옛날 목욕탕, 서점, 빈티지의류숍 등이 길 따라 한 집 걸러 하나씩, 두 집 걸러 하나씩, 때로는 연달아, 때로는 꼭꼭 숨은 채로 이어져 있다. 길이 끝났나 싶으면 가게 하나가 불쑥 나타나고 이 골목도 해리단길인가 하고 후미진 골목을 들어가 보면 눈이 번쩍 뜨이게 귀여운 소품숍이 들어앉아 있다.
눈 씻고 잘 찾아다녀야 보일락 말락 하는 가게들도 있다. 미국식 햄버거 집에서 미국식 인테리어를 구경하며 치즈버거로 한 끼, 해외여행 고픈 참에 잘 됐다 싶은 태국식당에서 똠양꿍 국수로 또 한 끼, 그리고 그 사이 시간들은 카페와 소품숍, 빈티지숍들을 구경하며 터벅터벅 걸어 다니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기 좋다. 동네는 생각보다 작지만 이것저것 먹고 구경하며 놀다 보면 서너 시간이 금방 사라진다.
#타로점‧ 헤나문신도 재미삼아
해리단길에는 유독 점집이 여럿이다. 풍수학적으로 뭔가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 것인지, 관광객을 상대로 한 상업 행위에 불과한지는 모르겠지만 재미 삼아 볼 만하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다 가도 자꾸 눈앞에 점집이 나타나니 없었던 마음이 생긴다. 아예 대놓고 점집이나 무당집 모습이라 탁 들어서기 어려운 곳이 있는가 하면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은 공간에서 재미있게 타로점과 신점을 봐주는 ‘언니’도 있다.
골목 깊숙한 곳 소품숍에선 역시 재미 삼아 해보기 좋은 헤나문신도 할 수 있다. 놀러 온 기분을 내며 손가락이나 손목, 발목 정도에 가볍게 해보는 것도 잔잔한 재미를 준다. 작은 것은 가격도 천 원대부터 몇 천 원, 만 원대 정도로 비싸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손목에 3000원짜리 돌고래 헤나 문신 하나 하는 데는 5분도 채 안 걸린다. 예전처럼 헤나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오랫동안 말리는 방식이 아니라 판박이처럼 붙이고 떼어낸 후 드라이어로 말리면 끝이다. 장난 같은 헤나문신은 팔뚝에 큰 호랑이 문신을 한다고 해도 3일이면 지워질 여행의 소소한 재미다.
부산=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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