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S 개편하고 웹툰·웹예능·유튜브 진출…“장기고객 전환이 관건”
#‘주린이 잡자’ MZ세대 공략
토스증권이 대표적이다.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는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MTS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초보 투자자들이 쓰기에는 어렵다”라며 “밀레니얼 세대 투자자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3월에 MTS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증권은 출시 두 달 만에 300만 계좌를 넘어섰다. MZ세대는 전체 고객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주식 1주 선물받기’ 이벤트가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MZ세대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 기존 MTS의 호가창을 없애고 ‘매수’ ‘매도’ 등의 용어를 ‘구매하기’ ‘판매하기’ 등으로 고치며 MZ세대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성 증권사도 대대적인 MTS 개편에 나섰다. 삼성증권(O2)·KB증권(바닐라)·NH투자증권(나무) 등은 모두 이번 달 MZ세대를 겨냥하며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기존 MTS보다 간편하고 직관적인 화면으로 개선했다. 신한금융투자는 5월 AI(인공지능) 기반 MTS인 ‘신한 알파’를 도입해 MZ세대에게 맞춤형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 시장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도 하반기에 차세대 MTS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MTS 이외에도 MZ세대 공략은 치열하다. 유진투자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자사 브랜드 웹툰 ‘신입일기’를 네이버웹툰에서 제공하고 있다. 웹툰의 소비층이 MZ세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증권사가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TV의 주식 예능프로그램인 ‘개미는 뚠뚠’에서 출연자들이 거래할 때 화면을 노출함으로써 인지도를 알리고 있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유튜브 채널 ‘미래에셋 스마트머니’를 통해 MZ세대 등 ‘주린이(주식 초보자)’를 위한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채널의 구독자 수는 110만 명을 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MZ세대를 잡기 위해 기존의 비대면 계좌 수수료 무료 혜택이나 친구 초대 이벤트를 넘어서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토스증권이 2000만 명 넘는 토스의 방대한 회원 수를 기반으로 MZ세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것이 대표적”이라며 “카카오페이증권도 연내에 MTS를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들도 서비스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Z세대를 주목하는 이유
증권사가 MZ세대 공략에 나선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무엇보다 MZ세대가 주식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크다. 한국예탁결제원이 4월 1일 발표한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개인투자자 보유금액 현황’에 따르면 30대 이하 개인투자자 수는 약 315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3% 상승했다. 국내 전체 주식 소유자의 34.6%를 차지하는 수치다. 또 보유금액은 약 67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8% 증가하며 40대(65.6%)·50대(58.9%)·60대(53.1%)·70세 이상(36.1%) 등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MZ세대가 모바일 거래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도 주된 요인이다.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M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폭 넓은 모바일 서비스 이용 경험을 바탕으로 자산관리에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올해 3월 주식 투자를 시작한 20대 박준우 씨는 “평소 쓰던 앱에서 모바일 투자를 홍보하기에 크게 어려움 없이 거래했다”며 “화면이 음원 차트랑 비슷해서 익숙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어떤 주식 거래앱이 좋은지 자주 대화한다”며 “소액 투자라서 이곳저곳을 비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에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개미투자자들이 있었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다”라며 “MZ세대로서는 등락 널뛰기가 심한 가상화폐보다 주식 시장이 그나마 안전한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은 이 점을 노려 고객 유치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큰돈을 쥐고 있는 것은 고령층이기 때문에 MZ세대가 장기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잠재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의 투자 성향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MZ세대 사이에서는 투자 손실의 위험이 있더라도 은행에 1년 돈 맡기는 것보다 하루에 3~4%씩 수익 보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이 있다”며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엔 거래가 간편하다는 점을 노려 자금을 편취할 목적의 주식거래방 등이 횡행하고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면서 “어디까지나 원금 손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충분한 공부를 바탕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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