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회장 2014년 지분 넘긴 후에도 회장 행보…도피 중인 주가조작 핵심 구본현과 관계 주목
이스타항공의 인수전에서 쌍방울이 주목받는 까닭은 인수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쌍방울은 김정식 전 이스타항공 대표를 인수추진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인수 작업을 준비해왔다.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 청사진도 제시했다. 자회사 특장차 전문기업 광림과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를 활용해 신사업을 전개하고, 이스타항공과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북 향토 기업으로서 명맥을 잇는다는 명분도 충분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의사를 밝힌 두 회사 중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는 자금력 측면에서 광림컨소시엄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17일 (주)성정이 입찰가격을 재검토해 우선인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은 (주)성정이 유리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와 별개로 쌍방울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특히 쌍방울이 과거 파티게임즈 주가조작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돼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또 쌍방울의 '실질적 지배자'이자 여전히 '쌍방울 회장'으로 통하는 김성태 전 회장의 행보에 수상쩍은 모습이 적지 않다.
쌍방울그룹은 1997년 10월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았고, 그룹의 모기업 쌍방울은 2014년 2월 광림이 최대주주가 되기 전까지 손바뀜을 거쳤다. 현재 쌍방울그룹은 광림(13.18%)→쌍방울(14.75%)→비비안(19.67%)→인피니티엔티(24.05%)→아이오케이(14.03%)→광림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의 기준 격인 광림의 최대주주는 지분 27.28%를 보유한 칼라스홀딩스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칼라스홀딩스의 주주는 양선길 쌍방울 회장(30%)과 김흥수 나노스 사내이사(10%), 이인우 전 광림 이사(30%), 정은희 씨(30%), 4인이다. 양선길 회장은 나노스 대표이사 겸 광림의 사내이사다.
외형상 현재 쌍방울그룹을 경영하고 지배하는 인물은 칼라스홀딩스 지분 30%를 보유한 양선길 회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5월 양선길 회장이 취임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김성태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쌍방울을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 인수에도 김성태 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성태 전 회장은 레드티그리스(태평양통상)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레드티그리스는 2010년 3월 대한전선이 보유한 쌍방울 지분을 매입하면서 쌍방울의 최대주주가 됐다. 2014년 2월 광림이 이 지분을 매입한 것. 김성태 전 회장은 쌍방울 인수 직후 수사를 받고 호남지역 폭력조직 조직원들과 공모해 가장매매, 고가·물량 소진매수, 허수 매수 주문,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2014년 5월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명령 400시간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14년 지분을 넘겼음에도 김성태 전 회장은 이후에도 쌍방울그룹 회장 행보를 이어갔다. 2015년 3월 6일자 쌍방울 공시에 김성태 전 회장은 비등기임원, 직위는 회장으로 명시돼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도 포천시와 쌍방울그룹 간 업무협약 체결에도 그룹 회장 신분으로 참석했다.
김성태 회장과 쌍방울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결국 상장 폐지된 파티게임즈 사태와 ‘펀드 돌려막기’로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금융 피해를 낳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등장한다. 라임자산운용은 400억 원을 투자한 파티게임즈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대형 증권사들을 통해 파티게임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장외업체로 넘겨 손실을 회피했다. 파티게임즈 사태가 라임 사태의 전조인 셈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파티게임즈 포렌식 조사보고서’에는 ‘모다-파티게임즈’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구본현 씨와 쌍방울의 관계가 나와 있다. 현재 해외 도피 중인 구본현 씨 측 페이퍼컴퍼니 (주)대신에셋파트너스를 위해 파티게임즈가 연대보증을 제공한 사실이 명시됐다. 거래 상대방은 쌍방울이다.
(주)대신에셋파트너스는 2017년 6월 쌍방울 자회사 그릿에이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잔금을 지불하지 못했고, 계약 이행을 위해 쌍방울과 40억 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추가 체결했다. 이후 상환일을 지키지 못한 구 씨 측은 파티게임즈를 연대보증인으로 요청했다. 쌍방울이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대신에셋파트너스에 40억 원을 대여해준 셈이다.
칼라스홀딩스 법인등기부에서도 파티게임즈 사태에 등장한 인물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구본현 씨 측 ‘모다 회장단’ 4인 중 한 명이던 이시현 씨는 칼라스홀딩스 이사다. ‘모다 회장단’이 관리하는 페이퍼컴퍼니 대신피이아이1호의 지분 45%를 보유한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명의를 빌려준 김 아무개 씨는 칼라스홀딩스 사내이사와 감사로 재임한 바 있다.
이 같은 연결고리를 살펴보면 김성태 전 회장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 ‘라임 브로커’ 엄 아무개 씨를 소개해준 배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엄 씨는 쌍방울그룹 미래전략사업본부장 겸 회장 비서실장으로 근무했으며, 남영비비안 대표로 선임됐으나 2주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엄 씨는 2020년 10월 이종필 전 부사장으로부터 금전을 수수하고 금융감독원에 라임자산운용 검사와 관련해 로비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엄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모 그룹(쌍방울그룹)의 회장(김 회장)을 통해’ 이 전 부사장을 소개 받았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는 “쌍방울, 광림은 이전부터 실질주 문제로 유명한 회사였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과 구본현 씨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고, 김 전 회장이 구 씨 측 다른 인물과 연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요신문은 쌍방울 측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설명이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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