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불가 통보받은 교수가 학과장 살해…“인사평가 구조적 문제” vs “살인 정당화 안돼” 갑론을박
푸단대학 수학과 장 아무개 교수의 나이는 불과 39세다. 그는 유명 중학교를 졸업한 뒤 푸단부속고등학교를 나와 푸단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귀국해 쑤저우대학에서 5년간 교편을 잡았다. 모교인 푸단대학으로 옮겨온 것은 33세였다. 여기까진 중국의 많은 부모들이 꿈꾸는, 소위 ‘성공적인 인생’의 정석처럼 보인다.
장 교수는 6월 7일 오전 학과장 왕 아무개 교수의 연락을 받고 사무실로 갔다. 왕 교수는 당의 주요 간부이기도 하다. 왕 교수는 장 교수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이를 듣자마자 장 교수는 소지하고 있던 예리한 칼로 왕 교수를 여러 차례 찔렀다. 왕 교수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장 교수는 체포됐다.
충격적인 소식에 기사들이 쏟아졌고, 관련자들 반응이 전해졌다. 다른 살인 사건과 달랐던 점은 가해자인 장 교수를 옹호하는 여론이 높았다는 것이다. 장 교수가 부당하게 재계약 통보를 받았고, 평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주장이 나온 이후다. 미국에 있는 장 교수의 한 후배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장 교수는 재주가 넘치는 학생이었다. 순수하고 착했다. 도도했지만 수줍음도 많았다. 그가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아마 어쩔 줄 몰라 당황했을 것이다. (재계약 불가 통보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더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 그래서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장 교수는 결코 비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중국의 한 블로거도 “이 사건은 사회적 문제다. 뛰어난 인재가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게 되는 상황이 당신들에게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면서 “그가 미국에서 오지 않았다면 훨씬 좋은 삶을 누렸을 것이다. 중국 대학에선 학업 이외에도 쓸모없는 것들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푸단대학의 한 학생은 “장 교수는 어릴 때부터 소문난 영재였다. 선택한 과목도 어렵다고 소문난 수학이다. 해외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일자리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남 일 같지가 않다”면서 “대학도 관료제다. 교수들은 인사 평가에 목을 맨다. 장 교수는 이런 부분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고, 이를 모른 체했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참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교육계에선 ‘승진하지 못하면 학교를 나가야 하는 전통’도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중국은 2003년부터 계약 기간 내에 승진을 하지 못하거나, 또는 계약고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학교를 나가는 제도를 도입했다. 경쟁을 위해 도입한 것이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젊은 교수들은 학업과는 별개로 인사고과를 주는 상급자들에게 잘 보여야만 한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반박하는 주장도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살인과 같은 흉악 범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미화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장 교수는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를 무자비하게 죽인 살인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과연 우발적일까. 그렇다면 왜 왕 교수 방에 칼을 가지고 들어갔던 것일까. 살해할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면서 “장 교수를 옹호하는 것은 피해자인 왕 교수와 그의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왕 교수도 이제 겨우 49세다. 일각에서 왕 교수가 고위직에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 비난하고 있는데, 왕 교수는 학교 방침에 따라 장 교수에게 재계약 통보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했다.
푸단대학 내부에서도 장 교수를 동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교수는 “장 교수의 학문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우수한 논문은 미국 박사 과정 때 작성된 것이다. 푸단대학에서의 6년 동안엔 논문 수와 질이 그리 좋지 않았다. 다른 유명대학 기준에서도 (재계약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푸단대학의 한 관계자는 “논문도 논문이지만 2019년 중대 사고가 발생한 게 재계약 무산의 원인이다. 한 수업에서 그가 비정상적인 언행으로 학생들을 위협했다. 그 이후 학생들과 줄곧 마찰을 빚었고, 2년 가까이 수업을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장 교수가 이로 인해 우울증을 앓았는데, 이게 살인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선 장 교수와 비슷한 고난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수학자가 된 장이탕 사례가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장이탕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았지만 스승과의 갈등으로 아무런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미국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벌이를 했다.
36세에 대학을 졸업한 장이탕은 7년 가까이 이런 생활을 이어갔지만 수학을 놓지는 않았다. 본인이 일했던 가게에서는 장부관리를 자처해 도맡았다. 장이탕은 43세가 되던 해, 미국의 한 사립대학에서 강의를 할 기회를 얻었고 그 후 수학계를 발칵 뒤집은 논문을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
한 블로거는 “사실 장 교수가 걸어온 길은 보통 사람에 비해 순탄하다고 할 수 있다. 축복받은 인생 아닌가. 순간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살인을 했는데, 이를 미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직하게 노력한 장이탕을 떠올려 보라”고 썼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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