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만추>의 한 장면. 이 작품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로 베를린영화제에 동시 초청받은 현빈은 입대 전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
당연한 얘기지만 현빈에게도 어려운 무명 시절은 있었다. 오늘날 그가 받고 있는 폭발적인 사랑을 보면 ‘태어날 때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사회지도층 인사’인 톱스타였을 것 같지만, 그의 데뷔작인 영화 <샤워>는 2002년 제작된 후 아직까지 개봉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경찰대학교 진학을 꿈꾸다 고교 시절 우연한 기회에 연극에 빠져 든 현빈은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로 힘겨워했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뒤에야 비로소 부모님께 배우의 길을 허락받았다.
영화 데뷔작인 <샤워>는 개봉조차 안 됐고 드라마 데뷔작은 <보디가드>였지만 역할이 너무 작았다. 비로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시트콤 데뷔작인 <논스톱4>를 통해서다. 2004년에 출연한 영화 <돌려차기> <키다리아저씨>, 드라마 <아일랜드> 등에선 주연 배우 김동완 연정훈 김민준 등에게 확연히 밀리는 인상이 짙었다. 그렇지만 2005년 그는 단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김동완 연정훈 김민준 등을 뛰어 넘었다. 바로 그 작품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한국 연예계의 특성상 한 번 스타덤에 오르면 엄청난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 않는 한 그 자리가 보장된다. 현빈 역시 2005년에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섰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흥행 성적이 저조해질수록 그 자리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 번 톱스타의 자리에 오르면 이후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CF 출연료는 늘 최상 대우를 받는다. 다만 흥행 성적이 저조해지면 불러주는 이가 급속도로 줄어들 뿐이다. 출연료가 1만 원 수준이 됐을지라도 1년 동안 단 한 번도 출연을 못하면 수입은 제로인 1만 원급 톱스타일 뿐이다. 반면 1000원짜리 연예인이 1년에 열 편에 출연하면 수입이 1만 원인 1000원급 연예인이 된다. 현빈의 하락세 역시 마찬가지다.
2006년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과 드라마 <눈의 여왕>에 출연했지만 둘 다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현빈이라는 톱스타 출연작임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스러웠다. 절치부심해 2008년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친구, 우리들의 전설> 등에 연이어 출연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불거진 송혜교와의 열애설은 인기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2005년 정점을 찍은 그의 인기 그래프는 2006년 하향곡선을 타기 시작해 2008년에도 반전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더욱 하락했다. 2010년 영화 <만추>에 출연하며 그는 다시 한 번 재기의 기회를 잡는다. 영화 <색,계>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탕웨이와 함께 출연한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개봉 시기가 잡히질 않았다.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명작을 리메이크한 데다 현빈, 탕웨이라는 확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였지만 개봉 시기조차 잡지 못한 것. 자칫 잘못하면 각종 영화제에서만 상영됐을 뿐 개봉은 못한 창고 영화, 다시 말해 저주받은 명작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2011년 초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또 다른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 출연했지만 흥행 여부는 가늠키 어려운 작품이다. 작품성에선 늘 좋은 점수를 받아왔지만 흥행력이 다소 떨어지는 이윤기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2005년에 정점을 찍은 그의 인기 그래프가 2011년까지 거침없이 하락해 최저점에서 군에 입대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현빈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 <친구>, <그들이 사는 세상>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
보다 구체적으로 현빈의 인기 그래프를 분석해보자. 가장 확연한 포인트는 그가 맡은 캐릭터가 가진 부의 규모다. 재벌가의 일원인 캐릭터를 맡은 <내 이름은 김삼순>과 <시크릿가든>에서 최고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선 제목처럼 백만장자 캐릭터지만 흥행 성적은 비루했다. 그렇지만 정작 영화 내용은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비로소 유산을 상속받아 백만장자가 되는 캐릭터로 이미 엄청난 부를 갖춘 재벌가 일원의 모습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흥행 성적도 터질듯 터질듯하면서 터지지 않았다.
반면 가장 부의 규모가 초라했던 캐릭터는 돈이 없어 눈까지 팔아야 했던 영화 <샤워>의 ‘이홍규’다. 이 영화는 제작비 부족으로 미완성, 결국 개봉되지 못했다. 가난한 권투선수였던 <눈의 여왕>, 조폭이었던 <친구, 우리들의 전설>, 정신병자였던 <나는 행복합니다> 등도 모두 흥행 성적이 좋지 못했다.
현빈의 본명은 김태평이다. 결국 본명처럼 금전적으로 ‘태평’한 역할을 맡아야지, 예명처럼 금전적으로 ‘빈’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일까. 그렇지만 현빈의 빈은 가난할 빈(貧)이 아닌 빛날 빈(彬)이다. 얼마 전 현빈은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집안에 “S 대학교에 다니는 친척 형부터 판검사 식구들까지 있다”고 말해 사회지도층 집안 출신임을 밝힌 바 있는데 이런 집안의 영향으로 사회지도층 연기가 몸에 배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캐릭터가 얼마나 부자인지가 현빈의 인기를 좌우한다는 것은 1차원적인 해석일 뿐이다. 연예관계자들은 오히려 현빈이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연기 인생을 이어왔다는 점을 주목한다. 현빈은 인기 시트콤 출신 스타지만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신인을 띄우기 위해 인기 시트콤에 출연시킨 케이스는 아니다. 현빈의 데뷔 당시 소속사는 보람영화사. 전문적인 연예기획사가 아닌 영화 제작사가 그의 소속사였던 것. 스타보다는 배우이길 원했던 현빈을 먼저 주목한 곳 역시 대형 연예기획사가 아닌 영화사였다. 보람영화사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영화 <만추>의 제작사가 바로 보람엔터테인먼트(전신 보람영화사). 현빈의 <만추> 출연 역시 보람엔터테인먼트 이주익 대표의 권유에 의해서다. 보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어린 나이임에도 진지함이 돋보이는 배우였다”면서 “또한 상당히 예의바른 친구로 우리와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데 늘 겸손하다”고 얘기한다. 당시 보람영화사에서 현빈을 처음 만난 박중훈 역시 “나이에 비해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가 눈에 띄어 자상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다 보니 소위 말하는 거장들과 함께한 작품들이 많다. 인정옥 김은숙 노희경 등 거장 작가들을 비롯해 이형민 표민수 신우철 PD, 김태균 곽경택 윤종찬 김태용 이윤기 감독 등이 현빈과 함께 작업을 한 제작진 리스트다. 아니 현빈의 출연작 가운데 제작진이 허술한 작품은 단 한 편도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인기 그래프가 끝없는 하락 곡선을 탈지라도 탄탄한 작품들로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셈이다. 인연은 차기작으로 이어진다. 현빈이 장혁이 하차한 <시크릿가든>에 출연하게 된 것은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으로 연을 맺은 김은숙 작가 때문. 김 작가는 “7년 전 처음 만났을 때도 해병대에 갈 거라더니 다시 만나니 어른이 돼 있었다”라며 현빈과의 인연을 떠올린다.
현빈은 2011년 3월 7일 군에 입대한다. 그것도 해병대 자원입대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한창 인기리에 방영 중인 과정에 이미 그가 해병대에 자원해 신체검사 등을 받고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그의 인기는 더욱 하늘을 찔렀다.
군 입대를 앞둔 2월 현빈은 진정한 최고의 순간을 누릴 예정이다. 오는 2월 10일 개막하는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영화 <만추>가 비경쟁부문인 ‘포럼’ 부문에 초청됐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를린영화제에 출연 영화 두 편이 동시에 초청된 경우는 현빈이 처음이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현빈은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사실 수상 여부를 떠나 영화배우 입장에서 세계 3대 영화제에 초대돼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다. 3월 초 군 입대 예정이라 해외 출국이 쉽지 않았지만 병무청 허가로 베를린 행이 가능해졌다.
만약 장혁이 <시크릿가든>에 출연해 현빈이 김주원이 되지 못했을지라도, 그래서 비록 그의 인기그래프가 최저점인 상황에서 그가 군에 입대했을지라도,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은 그의 연기 인생은 베를린영화제를 통해 분명 밝게 빛이 났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장혁의 출연 번복으로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이 된 것은 하나의 덤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 덤에 전 국민이 행복해하고 있지만 말이다.
2011년 초 가장 높은 포인트까지 오른 현빈의 인기 그래프는 이제 2년가량 공백기를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분명 팬들은 2013년 다시 시작될 현빈의 인기 그래프를 설렘과 믿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장동건 공형진 박중훈 완전 짱이숑!
난 1월 25일 박중훈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집에 유명 배우들을 불러 신년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안성기를 필두로 고수 공형진 김민종 김수로 설경구 유지태 장동건 정준호 차태현 현빈 황정민 등 열두 명의 톱스타들이 박중훈의 집을 찾은 것. 분명 박중훈이 올린 글이고 은연중에 박중훈의 영화계 인맥이 묻어나는 글이지만 오히려 대중의 반응은 현빈이 중심이었다. 오히려 박중훈을 비롯한 열두 명이 현빈의 인맥인 양 소개된 것. 과한 ‘현빈앓이’의 부작용인 셈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도 현빈은 영화계에서 엄청난 인맥을 과시한다. 시작은 박중훈이다. 현빈이 데뷔 당시 소속사였던 보람영화사에서 현빈을 만난 박중훈은 대학(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후배인 그를 주목했다. 영화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맥을 자랑하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점은 분명 현빈의 인맥 형성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게다가 박중훈의 눈에 띈 후배 배우라는 점은 더했다. 박중훈은 대학 동문인 공형진에게도 현빈을 소개했다. 이로써 현빈은 영화계 최고의 마당발인 박중훈과 공형진에게 두루 사랑받는 후배가 됐다.
이런 인맥은 자연스럽게 장동건에게 연결됐다. 장동건은 중앙대 출신은 아니지만 박중훈 공형진 등 중앙대 출신 배우들과 친분이 두텁고 중앙대 출신인 강제규 감독과도 인연이 깊은 배우다. 현빈은 중앙대 출신 선배들의 소개로 장동건과 알게 돼 친형제처럼 가까운 사이가 된다. 소속사 역시 장동건 중심의 스타엠을 거쳐 현재의 에이엠엔터테인먼트로 그와 동행하고 있다. 심지어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선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연기한 ‘동수’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실력파 작가와 감독들과의 인맥을 형성한 현빈은 동료 배우들과도 탄탄한 인맥을 형성해 놓았다. 군 전역 이후 현빈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까닭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의 탄탄한 인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