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예는 서지중해에서의 패권을 놓고 카르타고와 로마가 대결한 경우다. 북 아프리카에 자리 잡고 오랫동안 번창했던 카르타고와 이탈리아 반도에서 새로 일어나 빠르게 영향권을 넓힌 로마는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서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였다. 첫 전쟁(기원전 264~241)은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섬 시실리에 대한 다툼으로 일어났고, 싸움에 진 카르타고는 시실리에서 물러났다. 2차 전쟁(기원전 218~201)은 로마의 압박에 카르타고가 반발하면서 일어났고, 한니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카르타고의 완전한 패배로 끝났다. 3차 전쟁(기원전 149~146)은 카르타고의 부흥을 두려워한 로마의 트집으로 일어났고, 결국 카르타고는 멸망했다. 뒤에 ‘포에니 전쟁’이라 불린 이 전쟁으로 카르타고는 폐허가 되었고 로마 제국이 온 지중해 지역에 군림했다.
역사적으로 마지막 ‘G2 시대’는 20세기 중엽 자유주의 미국의 지배적 위치에 공산주의 러시아가 도전한 경우다. 핵전쟁의 위험은 두 경쟁국들이 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았지만, 둘 사이엔 ‘냉전’이라 불린 치열한 경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념적 측면이 두드러졌던 냉전은 러시아와 동유럽의 위성 국가들에서 공산주의 정권들이 무너져 자유주의가 이기면서 비로소 끝났다.
20세기 초엽엔 유럽의 지배적 국가였던 영국에 새로 일어선 독일이 도전했다.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은 점점 치열해져서 끝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불렀고 그 재앙적 전쟁들은 독일의 완전한 패배로 끝났다.
이처럼 한 국가가 새로 일어나면 지배적 국가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고 상황이 불안해진다. 그렇게 불안한 상황은 흔히 전쟁으로 한쪽이 패배하면서 끝나고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는다. 중국의 부상이 워낙 갑작스럽고 중국의 공산당 정권이 놀랄 만큼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므로,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모두 ‘미국 중심의 평화’(Pax Americana)라 불린 기존 질서의 약화에 대처할 틈이 없었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미국과 중국의 평화적 공존은 확실한 질서라 할 수 없고 무력 충돌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이 군비 확장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상황을 한결 위험하게 만든다. 이번 정상회담은 묵은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전환기에 두 강대국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두 지도자들이 서로 이해하려 애썼다는 사실은 일단 고무적이다. 그러나 중국의 빠른 부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우리는 ‘G2 시대’에 내재한 위험을 늘 인식하고 잘 대처해야 한다.
소설가 복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