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부터 이베이까지 외연 확장…재무 부담 딛고 ‘시너지 효과’ 증명 숙제
현재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갖고 있고,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신세계 지분 10.0%와 이마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가진 신세계 지분이나 정유경 사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은 없다. 사실상 정용진 부회장은 대형마트, 정유경 사장은 백화점으로 업무가 분할됐다.
#정용진 부회장의 엇갈리는 신사업 성적표
정용진 부회장은 2011년 이마트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이마트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2013년 등기이사에서 퇴임했지만 이마트 관련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취임 이후 SSG닷컴, 이마트24,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신사업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그는 2012년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분스를 출범했지만 업계 1위인 올리브영에 밀려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2015년 철수를 결정했다. 2017년에는 부츠를 통해 H&B 스토어 사업에 재도전했지만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020년 철수했다. 2018년 출범한 가정간편식(HMR) 전문점 PK피코크와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도 이어지는 실적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2020년 사업을 접었다. 2016년 190억 원에 인수한 제주소주도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거둔 끝에 올해 3월 청산됐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SSG닷컴과 이마트24는 최근 적자폭을 크게 줄였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무적인 부담은 가중됐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0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투자부담은 지속되는 반면 투자재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창출현금규모는 감소하고 있다”며 “이에 이마트는 자산유동화 및 외부자금 유치 등을 통해 재무역량을 보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성국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도 “최근 경쟁심화로 이마트의 이익창출력이 저하된 점을 감안할 때 투자시기 및 투자부담 증가폭에 따라 차입금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정용진 부회장 취임 이후 진행한 사업이 모두 부진한 것은 아니다. 정 부회장 주도로 설립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신세계그룹을 대표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스타필드 운영법인 신세계프라퍼티는 2019년 매출 2082억 원, 영업이익 131억 원을 거뒀고, 2020년에는 매출 2053억 원, 영업손실 25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실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또 올해 1분기에는 신세계프라퍼티가 47억 원의 흑자를 거두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스타벅스와 신세계프라퍼티 등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시즌2 맞이하는 정용진 부회장, 2021년에는 과연?
과거 전문점 진출이 '시즌1'이었다면 올해는 '시즌2'로 불릴 만하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면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장 경쟁 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 개인으로서도 사업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마트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이 10년 전이다. 잇따른 전문점 철수 등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야 한다.
신년사에서 밝힌 구상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초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를 1353억 원에 인수하면서 유통과 야구단을 결합한 사업모델에 진출했다. SK 와이번스는 2020년 약 1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자기업이고, 2020년 말 기준 자본총액이 마이너스(-) 54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SK 와이번스 인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이마트의 자본 규모와 야구단을 통한 시너지·마케팅 효과를 감안하면 인수대금 1353억 원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 이름을 SSG 랜더스로 변경한 후 이와 연계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4월 대규모 할인행사 ‘랜더스 위크’를 진행했고, 이마트24는 최근 SSG 랜더스의 이름을 내건 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이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미국 이베이 본사 측은 이마트-네이버 컨소시엄과 최종 논의를 진행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지난 6월 16일 공시를 통해 “이베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로는 확정된 바가 없다”고 했고, 네이버도 “참여방식 또는 최종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온라인 쇼핑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9년 135조 원에서 2020년 161조 원으로 늘었다.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약 12% 수준으로 인수에 성공하면 네이버와 쿠팡에 이은 이커머스 업체 3위에 오를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2020년 매출 1조 3000억 원, 영업이익 85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SSG닷컴은 하남과 구리에 전용 물류센터를 설립하려고 했지만 주민들과 지자체 반대에 무산된 바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이베이코리아의 자체 물류센터 3곳을 SSG닷컴과 공유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베이코리아와 제휴를 맺은 약 50개의 유통 업체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마트 컨소시엄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최종 확정하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완전히 주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더 이상 뒤처지면 안 된다는 절박한 업계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와의 협업으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인수자금이다. 그간 투자 실패로 적지 않은 지출이 발생했으며 이베이코리아 인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으면 이마트가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체적인 인수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4조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최근 유형자산 처분으로 확보한 약 1조 5000억 원과 보유 투자자산 1조 원가량을 합쳐도 약 1조 원의 외부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수 후 시너지 발생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부분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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