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 속 한화토탈 가치 평가·니콜라 지분 매각 이익 등 주목
한화종합화학은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제도는 실적이 우수한 우량기업의 심사 기간을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단축시켜준다. 지난 6월 4일 한화종합화학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 올해 초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작업을 진행한 지 5개월 만이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으로, 공동주관사는 대신증권으로 선정했다.
앞서 2015년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지분 57.62%를 1조 309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계약 조건에 따라 한화그룹은 한화종합화학을 2022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삼성물산과 삼성SDS가 보유하고 있는 24.1% 지분을 매수해야 한다.
마감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일단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 한화종합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9982억 원, 영업이익은 37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82% 감소한 수치다. 2015년 매출(1조 5682억 원)보다도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2000억 원대에서 300억 원대로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이 2286억 원을 기록했지만, 니콜라 지분 가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니콜라 투자에 따른 지분법이익은 3922억 원에 달한다.
주력 사업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의 부진이 실적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PTA 매출은 9383억 원으로 전년도(1조 4693억 원) 대비 약 36% 감소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는 않다. 중국발 공급 과잉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결국 한화는 상장을 서두르는 동시에 기업가치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에 실적이 턴어라운드된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한화종합화학의 1분기 매출은 4239억 원, 영업이익은 1191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1435억 원에 이른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섰다. 지난 3월 글로벌 가스터빈 기업인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가스터빈에서 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고, 전 세계에서 혁신적인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꼽힌다.
한화종합화학이 지분을 각각 50%, 5.6% 보유한 한화토탈과 니콜라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변수로 꼽힌다. 한화토탈은 자회사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한화종합화학을 웃돈다. 한화토탈 역시 지난해까지 이어진 실적 하락세를 끝내고 1분기 반전에 성공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만 각각 2조 895억 원, 3448억 원에 달한다. 지난 5월에는 폴리프로필렌(PP), 에틸렌 등 주요제품 생산시설 증설까지 완료했다. 이는 2017년부터 추진해온 투자 프로젝트로 투입된 자금만 1조 4700억 원에 이른다.
에틸렌을 생산하는 가스 분해 시설은 기존의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대신 가격이 낮은 프로판가스(LPG)를 사용해 경제성을 높였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주력 사업군을 기초유분 중심에서 합성수지 사업으로 확장해 시황 변동에 더욱 유연한 사업구조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한화토탈은 증설 작업 완료로 연간 8400억 원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4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분리막 소재로 사용되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설비 증설을 완료했고,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여기에 니콜라 보유 지분 중 절반을 하반기에 팔 예정이다. 6월 18일 기준 주가(17달러)로 계산하면 대략 3.4~4.25배의 매각 차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은 저순도 수소를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연료전지 발전보다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한화토탈은 올해 증설 완료로 에틸렌 생산능력이 153만 톤으로 확대됐다. 한화종합화학 상장 추진으로 보유 지분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화종합화학 IPO 성공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린다. 김동관 사장(50%)과 김동원 전무(25%), 김동선 상무(25%)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을 경영권 승계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100%), 한화종합화학(39.16%), 한화토탈(50%), 한화시스템(14.48%) 등을 거느리고 있다.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진다. 삼형제가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그룹의 지주사인 (주)한화나 한화솔루션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 실제 올해 초에도 에이치솔루션은 (주)한화 지분을 1%가량 매입해 5.2%로 확대했다. 재계에선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방산·화학·우주 계열사를,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금융계열사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레저계열사를 각각 분리해 경영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아직 결정된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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