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동안 어획량이 줄며 '금징어'라 불렸던 동해안 오징어. 2021년 금어기가 끝난 5월부터 경북 울진군 죽변항에는 반가운 오징어들이 돌아왔다.
국가 어항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울진 죽변항. 과거 오징어와 명태 등 풍성한 어종으로 호황을 누렸던 항구였다. 하지만 10여 년 전 동해안 오징어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오징어로 생계를 유지하던 중매인과 어민, 상인 등 죽변항 사람들은 한숨이 마를 날 없었다.
그랬던 죽변항에 다시 오징어가 찾아온 건 1~2년 전. 동해의 수온이 높아지면서다. 동해안의 항구는 어디나 오징어가 난다지만 현재 죽변항에 비할 수는 없다.
하루 평균 15만 마리의 위판에 다른 지역 어선까지 평균 30여 척의 오징어 배들이 죽변항을 드나든다. 펄떡이는 산오징어 횟감을 실어가기 위해 전국의 활어차들도 모여들어 죽변항은 행복한 ‘오징어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김지분, 황문남 중매인은 "어민들도, 사업하는 사람들도 우리 중매인들도 다 같아요. 오징어가 나겠지, 나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죠"라고 말했다.
중매인이던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홀로 남은 어머니를 돕기 위해 중매인이 된 아들 황문남 씨(45). 오징어가 나지 않아 어려웠던 시절에도 우직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오징어를 기다렸다. 그 결과 바다는 부지런한 모자에게 오징어라는 희망을 선물해 주었다.
현재 오징어 어군이 형성된 동해 어로한계선까지는 배로 8시간 거리다. 오고 가는 기름값도 만만치 않아 한번 나서면 2~3일은 기본이다. 만선의 꿈을 안고 떠나는 선원들에게 오징어는 고단함도 잊게 하는 삶의 희망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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