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교체 여부 따라 당대당·흡수 통합 명분 달라져…‘국민의당 지분 늘리기’ 의혹 옥신각신도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으로 참여한 오신환 전 의원은 6월 22일 첫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가치를 확장하는 당대당 통합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에 서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당명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당명 교체에 대한 부분들도 논의 과정 속에 있었다”며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두 당이 가장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첫 실무협상이 열리기 전날인 6월 21일 권은희 원내대표는 “원칙 있는 합당을 구현해낼 방법은 당연히 새 당명”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식당이 잘 되기 시작하는데 간판을 내리라는 것이냐”고 맞받아쳤다. ‘힘과 당’이라는 한 글자 차이가 합당 과정서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치권 내부에선 당명 논쟁이 소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그냥 국민의힘당이란 이름으로 합치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당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합당 명분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당명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당대당 통합이 될지, 흡수 통합이 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 원내 존재감 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당대당 통합을 전제로 합당이 이뤄지더라도 그 방식이 ‘흡수 통합’ 절차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합당 실무협상을 앞두고 국민의당은 지속해서 ‘지분 늘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6월 17일 지역별 당협위원장 29명 임명을 강행한 까닭에서다. 국민의힘 측은 국민의당 행보에 대해 ‘합당 전 몸집을 불려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고 비판했다.
6월 23일 국민의힘 사무처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최근 국민의당은 당협위원장 임명과 사무처 당직자를 늘리는 등 몸집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졌다”며 “대선이라는 큰 밭을 갈아야 할 시기에 물 먹인 소를 사는 일은 절대 불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당협위원장 임명은 독자적인 조직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지분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한 상황에서 당협위원장 임명이 통합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6월 23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이번에 임명된 당협위원장들이 원서를 쓸 때 각서도 함께 썼다”며 “합당이 이뤄질 경우 당협위원장직을 보장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해 항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지분 늘리기 포석 논란’을 재차 일축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지분을 요구하려 당협위원장을 선임한 것이 아니라 합당 이후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차원의 조직 재정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당은 어떻게든 이뤄질 것”이라며 “세부적인 사항에서 이견이 나온다고 합당이 무산되는 일은 없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장도 비슷하다. 안 대표는 6월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입장엔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어 안 대표는 “대선을 앞둔 상황 야권 통합도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원칙 있는 통합’을 통해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 교체 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지지층을 넓히는 합당이 원칙 있는 합당”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한 번 합당 의지와 필요성을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국민의당이 합당 이후 국면을 내다보면서 ‘안철수 대선 경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합당 이후 빠르게 당 내부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 구성 작업’이 주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작업은 합당이라는 상황적 배경에 맞게끔 원점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보수 진영서 활동하던 ‘조직 전문가’가 중심이 돼 조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조직 구성 작업은 합당이 이뤄졌을 경우 안철수 대표가 언급한 ‘원칙 있는 합당’이란 약속을 실현할 수 있게끔 하는 정치적 백신 접종이라고 보면 된다”며 “합당이라는 큰 틀의 방향성이 유효한 만큼,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일 뿐이다. 지분 확보를 위한 구시대적 정치 방식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대약진한 사례가 있다”며 “최근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각계 인사들이 호남 민심을 공략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 안 대표의 ‘호남 민심 공략 노하우’가 합당을 통해 수혈된다면, 지역적인 지지기반 자체를 넓히는 ‘원칙 있는 합당’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합당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유효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합당은 국회의원 3명이 더 늘어나는 의미를 넘어서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연합전선을 구축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명을 둘러싼 논쟁이나 지분 확보 논란 같은 사소한 장애물을 가뿐히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야권 통합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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