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에 첨단장비 붙이고 훈련 괴물타자 변신…수술 후 투구폼과 스윙궤도 교정 ‘이도류’ 날개 달아
#이번 시즌 ‘홈런 괴물’이 된 비결
“비거리 143m 대형 홈런 작렬.” “오타니가 로켓을 날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인 MLB닷컴은 오타니의 타구를 보며 이렇게 표현했다. 올 시즌 오타니는 타자와 투수로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두드러지는 것이 홈런과 장타율이다. 6월 22일까지 오타니는 23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메이저리그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그는 어떻게 ‘괴물타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걸까. 동작해석 전문가 가와무라 다카시 교수는 “타격 폼의 극적인 변화가 그 비결”이라고 말한다. 가와무라 교수가 주목한 것은 스윙 궤도다. 작년 오타니의 타격 폼은 수평에 가깝게 치는 레벨스윙이었던 반면, 올해는 아래에서 위로 크게 끌어올리는 어퍼스윙으로 교정했다. 제대로 맞으면 비거리가 늘어나 홈런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맞히기가 어렵고 타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한 중력을 거스르며 배트를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탄탄한 하체 근력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가와무라 교수는 “오타니 선수의 경우 하체 근육이 매우 충실하다”면서 “어퍼스윙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제대로 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나다. 지금까지 봐왔던 오타니 선수의 모습이 아니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만큼 휘두르는 스윙은 좀처럼 없다”고 덧붙였다.
NHK ‘클로즈업현대’는 “캠프 기간 동안 오타니가 배트에 뭔가를 장착하고 연습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면서 그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배트에 부착된 것은 ‘블라스트모션’이라 불리는 첨단 장비. 센서에 의해 스윙 속도와 각도, 배트에 공이 맞는 면적 및 타격의 임팩트 등을 데이터화하는 시스템이다. 오타니는 첨단 장비로 수집된 데이터와 자신의 감각을 대조하면서 스윙 자세를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NHK는 “오타니가 스윙 교정을 위해 하체 강화에도 특별히 중점을 뒀다”고 보도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오타니는 식단 조절과 함께 웨이트트레이닝에 힘써 96kg 정도였던 몸무게를 102kg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자신의 체중 2배 이상인 추를 사용해 웨이트트레이닝을 했으며, 등 근육부터 허벅지 근육까지 단련했다. 또한 “일부러 한쪽 발을 들어 올려 스윙하는 것으로 축족(軸足)에 중심을 싣는 연습도 꾸준히 해왔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구단 측의 ‘오타니 룰’ 철폐
이번 시즌 오타니의 경이로운 활약에는 구단 측의 결단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LA 에인절스 조 매든 감독은 “오타니에게 한계란 없다. 올 시즌 ‘오타니 룰’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도류(투타 겸업)에 따른 신체적 부담을 고려해 출전경기 수 등을 제한하는, 이른바 ‘오타니 룰’을 철폐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투수 등판일 전후 반드시 휴식을 취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제한이 사라졌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은 “더 많은 경기를 뛰고 싶어 하는 오타니 선수의 강한 의향이 있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메이저리그 4년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타니 선수. 그간 거듭되는 부상으로 인해, 생각만큼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1년차에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를 손상해 접합 수술을 받았으며, 2년차에는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후 재활과 함께 꾸준히 근력 훈련을 실시해왔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오타니를 지도했던 구리야마 히데키 닛폰햄 감독은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온 이래 ‘최고의 컨디션’이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야말로 전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얼마 전, LA 에인절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오타니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규격 밖의 선수”라며 “감독과 상의해 그가 자유롭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돕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의 이 같은 전폭적인 신뢰로, 올 시즌 오타니는 개막부터 66경기 중 단 2경기만 빠졌다. 장타가 돋보이는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홈런을 계속 터트리는 중이다.
#이도류의 피로 축적, 앞으로 괜찮을까
투수로서 오타니의 성적도 정상급이다. 평균자책은 2점대. 탈삼진율은 9이닝 당 12.93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긴 시즌 동안 ‘치고 던지는 이도류’의 성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다. 아직은 건강하게 이도류를 실행하고 있으나, 체력적인 어려움은 분명 클 수밖에 없다.
오타니가 3년 전에 받은 오른쪽 팔꿈치 수술은 일명 ‘토미존 수술’로 재활 기간이 상당 시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 타이거스에서 강속구 투수로 활약했던 후지카와 규지 또한 같은 수술을 경험한 적 있다. 그는 “올 시즌 오타니는 투수, 타자, 외야수까지 이도류를 넘어 삼도류로 활약하고 있다”며 “이번 시즌은 피로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NHK는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오타니 선수가 새로운 대처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먼저 팔꿈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구폼을 개선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 마미즈카 나오타카 씨에 의하면, 수술 전에는 양 어깨가 수평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오른쪽 어깨가 내려와 있다. 이처럼 “무게중심을 뒤로 젖혀 ‘필살기’를 던지면 팔에 큰 힘을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아울러 부상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오타니는 ‘새로운 투구폼이 팔꿈치에 미치는 부하’를 시각화하는 테스트도 여러 번 거쳤다. 가령 오른팔에 센서가 내장된 검은 밴드를 착용하고 투구 연습을 한다. 그러면 센서가 팔꿈치의 각도와 팔의 스피드 등을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 오타니는 “팔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데이터를 모은 후 1년간 적정 투구수 등 가장 좋은 ‘등판 감각’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타격 연습량도 조율하고 있다. 시합 전 팀 동료들이 프리배팅을 실시하는 가운데, 오타니 선수의 모습은 외야에서 포착됐다. “구단 수뇌진과 상의해 그 시간을 몸을 케어하는 데 쓰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오타니는 부단한 노력 및 모색을 계속하고 있다.
‘옛 스승’ 구리야마 감독은 “오타니의 진가가 발휘되는 건 지금부터가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그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돌파하는 힘이 오타니의 장점이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과에 좌우되지 않고, 지금처럼 하루하루 즐겁게 야구를 한다면 그것이 결국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옛 스승의 따뜻한 조언이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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