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지분 매각한 OCI “코로나19로 인한 활동 위축”…부광약품은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몰두 분위기
OCI와 부광약품은 2018년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합작법인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했다. 그러나 비앤오바이오는 최근 2년간 활동이 없고, OCI는 보유한 부광약품 지분을 매각해 여러 뒷말이 나온다. OCI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위축됐을 뿐 부광약품과의 관계는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 이수영 OCI그룹 회장이 2017년 별세한 후 OCI그룹 회장 자리는 한동안 공석이었다. 재계에서는 이수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당시 OCI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OCI는 2019년 3월 백우석 OCI그룹 부회장을 회장으로, 이우현 사장은 부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전문경영인인 백 회장과 오너경영인인 이 부회장이 호흡을 맞추는 구조다.
당시 OCI는 “경영 능력을 검증 받은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내실경영에 집중해 기존 사업에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태양광 산업 침체 등 사업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우현 부회장은) 2018년 바이오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경영성과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OCI 측 설명대로 이우현 부회장은 바이오 사업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OCI는 2018년 7월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해 올해 초 이우현 부회장 직속 부서로 승격시켰다. 비슷한 시기 OCI는 부광약품과의 합작법인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했다. 당시 OCI는 부광약품과 공동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개발, 유망벤처 지분 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며 매년 100억 원 이상 공동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앤오바이오의 설립 초기 자본금은 5억 원이었다.
바이오 관련 기술력을 갖춘 부광약품과 고순도 정밀 생산 기술력을 보유한 OCI의 협업에 바이오 업계가 주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현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두 회사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오픈이노베이션(기술과 아이디어 개발에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것) 형태로 확보하고, 개발·임상을 진행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OCI의 자금력과 부광약품의 신약개발 노하우를 통해 사업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비앤오바이오 대표이사는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이고, 이우현 부회장은 비앤오바이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OCI와 부광약품은 2019년 6월 유상증자를 통해 비앤오바이오에 12억 4000만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2019년 7월에는 이스라엘 바이오 업체 뉴클레익스에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투자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듯했다.
그러나 뉴클레익스 투자 후 비앤오바이오와 관련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비앤오바이오의 종업원 수는 0명이다. 비앤오바이오의 특별한 활동이 없다 보니 발생한 매출도 없어 2020년 8700만 원의 적자만 기록했다. OCI가 비앤오바이오 설립 당시 약속한 매년 100억 원 이상 투자, 신약개발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OCI는 독자적으로 바이오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OCI는 2019년 5월 미국에 바이오 투자 전담 업체 OCI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OCI는 2019년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와 미국 에이디셋바이오에 각각 50억 원, 700만 달러(약 79억 원)를 투자했다. 최근 바이오 벤처기업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에도 50억 원을 투자했다.
OCI는 비앤오바이오 설립 당시 사업 제휴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부광약품 자사주 151만 786주(지분율 3.09%)를 429억 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부광약품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해 지난 3월 말 기준 OCI가 가진 부광약품 주식은 1만 6000주(지분율 0.02%)에 불과하다. OCI와 부광약품의 협업 관계가 사실상 깨진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OCI와 부광약품 모두 최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과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간 태양광 수요 감소로 OCI의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OCI의 매출은 2018년 3조 1121억 원, 2019년 2조 6051억 원, 2020년 2조 25억 원으로 감소세에 있다. 또 2019년과 2020년 각각 8074억 원, 251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그간 OCI의 바이오 투자는 대부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였고, 대규모 딜이라고 부를 만한 투자는 없었다.
부광약품 역시 2019년과 2020년 각각 74억 원, 10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1682억 원에서 1697억 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2018년 매출 1942억 원에 비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OCI는 올해 1분기 398억 원의 흑자를 거두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지만 부광약품은 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광약품 역시 독자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어 비앤오바이오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 부광약품은 2020년 3월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부광약품은 최근 코로나19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레보리브의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초 목표로 삼은 음성 전환자 비율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는 만큼 부광약품도 적지 않은 기대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연구개발에 필요한 '실탄'이다. 부광약품이 밝힌 최근 실적 부진의 이유 중 하나가 ‘종속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다. 자본총액이 부광약품의 약 10배 수준인 OCI의 협력이 구체화된다면 든든한 우군을 얻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OCI 관계자는 “비앤오바이오는 바이오 업체에 대한 재무적 투자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투자 활동이 부진한 것이고, 부광약품과의 파트너십은 유지하고 있다”며 “비앤오바이오는 주로 용역 형태로 일을 하기에 공식적인 종업원 수는 0명이고, 부광약품 주식을 매각한 이유는 투자적 관점으로 보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부광약품 추가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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