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타격 큰 ‘악성 리뷰’에 업주들 골머리…배민 측 “게시 중단 신고 등 악성 리뷰 대응 중”
배달의민족은 최근 고객의 리뷰 갑질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일부 업주들에게 “고객의 자유니 건들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전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업주 A 씨(24)는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말이 안 되는 상황을 고객의 자유라고 하니 허탈했다”며 “아무리 주관적이어도 말이 안 되는 것조차 자유라고 하면 업주들은 그냥 가만히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A 씨에 따르면 최근 ‘치킨을 먹은 뒤 배탈이 났다’는 리뷰 평가와 함께 별점 1점을 남긴 고객이 있었다. A 씨는 음식이 상했을 것이란 우려에 ‘치킨으로 인해 배탈이 났다’는 진단서를 가져오면 보험 처리를 해주겠다고 전했지만, 해당 고객은 “다른 치킨을 무료로 달라”고 고집을 피웠다. A 씨 측에 ‘무료 치킨’을 요구한 이 고객은 같은 지역 다른 업주들에게도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고객이 ‘치킨 먹고 배탈이 났으니 다른 치킨을 무료로 해달라’고 해서 상황 파악을 하는 도중 이 고객이 다른 업체들에도 이러한 요구를 한 것을 확인했다”며 “배달의민족 측에서 융통성 있게 처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리뷰가 고객의 자유라고 해서 업주가 피해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영세 업체 측에선 보복이 두려워 이런 일을 직접 해결하기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한 해산물 가게를 운영 중인 업주 B 씨(54)도 같은 사정을 토로했다. B 씨에 따르면 얼마 전 한 고객이 업체의 공지를 읽지 않은 채 음식을 주문했다가 ‘음식이 잘못됐다’며 별점을 낮게 주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업체는 이미 공지를 통해 고객이 전한 불만사항을 게재해 놓은 상태. B 씨는 “너무 억울해서 잠이 안 오고 일주일째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고 있다”며 “내가 실수해서 별점을 낮게 받았다면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탓하겠지만 공지를 제대로 읽지 않고 업체가 실수한 것처럼 리뷰를 작성하는 고객들 때문에 업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별점 낮은 리뷰 한 건 때문에 밥줄이 끊어진다”며 “사람이 죽어가는 와중에 배달의민족이 이를 지켜만 보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이 배달의민족 측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이유는 고객의 리뷰가 매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고객의 악성 리뷰로 매출 떨어진 것을 복구하기 위해 현재 날 새면서 장사하고 있다”며 “대부분 매출이 배달에서 나오는데 악성 리뷰가 달리거나 별점 1개 평가가 나오면 며칠간 배달 주문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매장 평가의 절대적 기준은 리뷰와 별점인데 이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게 점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은 매출에 큰 타격을 주는 블랙컨슈머로부터 업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악성 리뷰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악성 리뷰로 피해를 주장하는 경우 업주가 먼저 ‘리뷰 게시 중단 신고’(권리침해신고서 접수)를 할 수 있다. 신고서가 접수되면 해당 리뷰는 블라인드 처리되고 고객에게 리뷰 삭제 여부를 확인시킨다. 리뷰를 작성한 고객이 리뷰 삭제에 동의하거나 30일간 미응답할 경우 리뷰는 삭제되고 미동의할 경우 게시 중단일로부터 30일 후 재노출된다.
또 리뷰에 근거 없는 비방, 주문과 관련 없는 내용이 담길 시 게시물이 차단된다.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이 같은 게시물을 올리면 해당 고객은 서비스 이용을 차단당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블라인드 기간인 30일 동안 업주와 고객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면 리뷰 삭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악성 리뷰 탓에 업주가 피해를 본 후다.
결국 이와 비슷한 일로 업주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서울 동작구의 한 분식점에서 업주가 소비자와 쿠팡이츠 쪽으로부터 무리한 환불 요구 등을 받고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숨졌다.
해당 분식점을 이용한 한 고객은 주문 다음날 새우튀김 3개 중 1개에 대해서만 환불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업주와 말다툼이 벌어졌다. 고객은 배달 앱 리뷰에 “개념 없는 사장”이라는 댓글을 올리며 별점 1점을 달았다. 쿠팡이츠 쪽에도 지속적으로 항의했다. 이후 업주는 새우튀김 환불과 함께 사과를 했지만 소비자는 기분이 상했다며 음식 값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츠 쪽은 별다른 중재 없이 내용만 단순 전달했고, 점주는 뇌출혈로 쓰러졌고 3주 후 숨졌다.
쿠팡이츠는 “업주 여러분의 어려움을 들을 수 있는 전담 상담사를 배치하고 상담사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는 등 상담 과정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은 악성 리뷰로 피해를 보는 업주들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다.
배달 앱 리뷰는 매장에 가지 않아도 주문 시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영세업체들이 고객들과 소통하며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배달 앱 시장이 커지면서 허위 리뷰가 고도화되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허위 또는 악성 리뷰에는 법적 책임을 물 수 있다고 전한다. 조세희 밝은빛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단순히 음식 평가를 한 것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리뷰에 허위사실을 게재할 경우 업무방해로 고소 가능하다”며 “내용에 따라서 명예훼손이 적용되기도 하며 고객이 해악을 끼치며 막무가내로 환불을 요구할 시 공갈죄로도 고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배달 앱 업체들의 합당한 조치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배달의민족 측이 악의적인 리뷰로 피해를 보는 업주에게 '고객의 자유'라는 입장을 보인 것은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상반기 적발한 허위 리뷰는 약 7만 건으로 2만 건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허위 리뷰에 따른 업주 피해 건수가 증가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배달시장이 커지면서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이에 업주와 고객을 지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홈쇼핑의 시청자위원회처럼 배달의민족에서도 고객이 작성한 리뷰가 허위인지 진실인지 판단할 수 있는 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전문 변호사, 고객 대표, 업주 대표 등을 모아 리뷰로 논쟁 중인 사례들을 취합해 이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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