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현대백화점 이어 오아시스 등장 ‘사방에 경쟁자’…“차별화 늦어지면 상장 더 힘들 것”
마켓컬리는 당초 새벽배송 서비스의 원조 격으로 불렸다. 김슬아 대표의 ‘성공한 커리어우먼’ 이미지와 전지현이라는 톱스타를 마켓컬리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프리미엄 신선식품과 새벽배송(샛별배송)이라는 독창적인 영역을 만들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마켓컬리에 반응하자 자본력이 풍부한 후발업체들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해 100조 원에 가까운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쿠팡도 신선식품 배송서비스 ‘로켓프레시’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100여 개에 달하는 물류센터를 강점으로 마켓컬리를 압박 중이다. 고품질 신선식품이라는 백화점의 강점을 내세운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8월부터 ‘현대식품관 투홈’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매출은 올해 2월 기준, 오픈 초기인 지난해 8월 대비 4배 상승했다. 마켓컬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경쟁자도 등장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며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아시스’는 맘 카페 입소문을 타고 마켓컬리를 위협하고 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라는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 마켓컬리는 ‘프리미엄’을 내세운 반면, 오아시스는 그와 상반되는 ‘최저가’ 정책을 바탕으로 성장 중이다.
오아시스의 매출 규모는 마켓컬리보다 작지만 흑자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오아시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2386억 원, 영업이익은 96억 원이다. 이는 2019년 대비 각각 67%, 907% 증가한 것이다. 반면 마켓컬리는 창사 이래 흑자를 거둔 적이 없다. 지난해 매출액 9530억 원, 영업손실 1162억 원이다. 마켓컬리의 매출이 매년 증가하며 영업손실의 폭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적자는 여전하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과 업체들의 구조가 다양해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켓컬리의 경쟁자들이 늘어나며 새벽배송 서비스가 보편화하자 시장에서는 마켓컬리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경쟁사들이 약진하고 마켓컬리의 경쟁력이 약화하며 IPO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강남이라는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할 때는 고품질의 식자재 공급을 고집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물량 확보가 어려워 품질 유지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신선식품 시장은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김슬아 대표가 식품 외에 다각도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도전을 하지 않으면 IPO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켓컬리 측은 “더 많은 고객들이 마켓컬리를 이용하면서 상품에 대한 니즈가 넓어지고 있다”며 “이에 높은 품질의 프리미엄 상품부터 시장이나 마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합리적인 상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의 몸값으로 ‘3조 원’이 거론되는 것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비싸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3조 원은 마켓컬리의 연 매출 약 1조 원에 PSR(주가매출비율) 3배를 적용한 것인데, 식품과 일부 공산품으로만 3배를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시장에서는 마켓컬리 식품 부문의 높은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지만, 빠르게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니 이익구조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벤처캐피탈(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마켓컬리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오아시스에 투자한 데 이어 오아시스 IPO 주관사로도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서 마켓컬리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마켓컬리가 IPO를 이뤄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더욱이 시간이 갈수록 IPO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슬아 대표가 마켓컬리를 흑자 전환하고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적자여도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상장 후 성장성이 예측돼야 한다”며 “재무건전성과 향후 사업 성장력을 얼마나 갖췄느냐에 따라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끌어오고 IPO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 측은 “IPO와 관련해서는 현재로서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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