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국 홍보비 자료와 언론사별 집행 내역 제출 안해…대변인 “기업 정당한 이익 침해되면 누가 책임지나”
[일요신문] 의회의 감시, 견제 역할과 기업의 이익 어느 쪽이 우선일까. 경기도의회 의원이 경기도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도는 기업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며 일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경기도의회 신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경기도 대변인실과 홍보기획담당관, 각 실‧국의 홍보비와 사업비 내 홍보예산 그리고 도 26개 산하기관의 홍보비 자료를 요청했다. 신 의원은 언론사 및 대행사별 집행 내역을 구분해 줄 것을 요구하며 표까지 만들어 보냈다.
하지만 6월 17일 기준 도는 의회에 대변인실과 홍보기획담당관의 홍보비 내역만 제출했을 뿐 실‧국과 산하기관의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게다가 언론사별 집행 내역 역시 제출하지 않았다.
6월 17일 경기도의회 제352회 제1차 예결위에서 신정현 도의원은 “지난 3월 언론홍보비와 관련한 자료 요청을 했는데 엉터리 자료가 왔다. 이 자료 내용에 대해서 해명하겠다고 한 대변인은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메시지에 답신도 없다. 6월에 자료 요청을 다시 했는데 3월과 똑같은 자료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김홍국 대변인은 “저희가 최대한 드릴 수 있는 자료들은 종합했다. 행정심판법, 행정절차법에 따라서 ‘정보공개법’에 대한 중앙행심위, 경기행심위 판단을 참고해서 한 것”이라고 맞섰다.
신정현 의원은 “정보공개법은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 적용하는 법이다.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며 법제처와 행안부에서도 집행기관이 정보공개법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 사안이다. 왜 의회 자료 제출에 정보공개법을 적용하시나. 의회는 지방자치법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홍국 대변인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기업의 경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 즉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김 대변인이 반복해서 정보공개법을 꺼내 들자 신 의원은 “정보공개법은 국민이 정보공개 할 경우 적용하는 것이고 의회는 지방자치법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고 이미 말했는데 왜 자꾸 정보공개법을 언급하는 것이냐”라고 질책했다.
그러자 김 대변인은 “지방자치법도 존중돼야 하고 정보공개법도 존중돼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될 경우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저희는 그것을 지켜줄 의무가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했다.
신 의원은 “의회에서 지방자치법은 그것(정보공개법)보다 우선하는 법령이다. 제가 이 내용을 공개한다고 했나. 법제처와 행안부가 의원으로서 자료를 요청하고 볼 권한이 있다고 해석을 내렸는데 이걸 대변인이 거부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김홍국 대변인은 “그래서 자료 제출을 했다”고 답했고 신정현 의원이 “요청한 자료 제출이 안 됐다”고 하자 김 대변인은 “언론사별 홍보비 세부내역은 제외하고 제출했다”고 다시 답했다. 신 의원은 “실‧국별, 산하기관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다시 지적했다.
정리하면 경기도가 도의회의 자료 요구를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거절하고 있는 셈이다.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정보공개법을 이유로 거부할 수 있는지 양측의 입장이 갈린다. 신정현 의원은 자료 제출 요구는 의회의 권한으로 정보공개법보다 지방자치법이 우선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홍국 대변인은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을 참고했다면서 정보공개법상 언론사 명이 기재될 경우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수 있다며 일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행정심판 재결례에 따르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언론사 명과 월별 지급 금액을 비공개한 것이 부당하다는 재결을 내린 바 있다.
2019경기행심2342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청구 사건에서 경기행심위는 '언론사명, 월별 지급금액 공개'가 언론사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것이라는 객관적‧구체적 자료가 없다며 지방자치단체(피청구인)의 비공개 결정을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다.
해당 사건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언론사들의 비공개 요청이 있고, 홍보비 집행 내역이 언론사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경기행심위는 "이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이바지한다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사용에 대해 자의적이고 방만한 예산 집행의 여지를 미리 차단하고 시민들의 감시를 보장함으로써 그 집행의 합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공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즉 정보공개법상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수 있어 비공개한다는 경기도 대변인의 주장과 반대되는 사례다. 이외에도 경기행심위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공개 관련 행정심판에서 정보공개법을 이유로 예산 정보를 비공개한 처분을 취소하는 재결을 몇 차례 더 내린 바 있다. 지방자치법이 우선이냐 정보공개법이 우선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정보공개법을 적용하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는 취지다.
경기도의 판단에 영향을 준 다른 취지의 판례나 재결례가 있는지 묻기 위해 경기도 대변인실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대변인은 회신하지 않았다.
신정현 의원에 따르면 도는 도의회 제1차 예결위 이후 대변인, 홍보기획관과 7개 실‧국 그리고 6개 공공기관의 자료를 보냈다. 하지만 경제실, 도시주택실을 비롯한 15개 실‧국과 GH 등 22개 공공기관에 대한 자료는 보내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언론사, 대행사별 집행 내역에 대한 자료는 여전히 제출하지 않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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